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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이 우리의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 3가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까운 것만 본다. 공동체의 이익도 생각하지 않고 사적인 이익만 추구한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지도 못한다.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물건과 서비스 때문에 내일을 팔아서 오늘을 사는 행태를 보인다. 자연스럽게 시야가 좁아진다. 먼 곳은 못 보고, 가까운 것만 볼 줄 아는 근시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중 우리의 충동적 경제 활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충동은 과연 우리를 어떻게 무너뜨리는 것일까?

1. 비자 카드 로고만 봐도 더 많이 구입하고 싶다.

“디지털 기술의 두 번째 물결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던 1990년대 초반, 시카고대학교의 열정적인 행동과학자 딜립 소먼은 그런 디지털 기술 중 하나인 소비자신용이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 소먼은 신용카드를 현금과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 뇌에 있다고 보고, 그 인식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기발한 실험들을 설계했다. 한 연구에서 소먼은 피험자들이 다량의 가상 고지서를 신용카드나 수표로 결제하게 한 다음, 이들에게 휴가비로 450달러를 건넸다. 이 경우 고지서를 신용카드로 납부한 사람들은 수표로 낸 사람들에 비해 휴가비를 흥청망청 쓸 확률이 두 배 정도 높았다. 모든 피험자가 납부한 금액은 동일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 사람들이 신용카드 지출액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명확하다. 어떤 연구자들은 신용 구매의 ‘고통’을 미루기 때문에 자세한 구매 내역이 기억에 강하게 각인되지 않는다고 추측한다. …. 어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마스터 카드나 비자 카드의 로고만 봐도 정산 수준보다 더 많이 구입하려는 충동이 생긴다고 한다.” (책 ‘근시 사회’, 폴 로버츠 저)

카드 고지서가 날아오면 후회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예산을 넘어서는 소비를 종종 한다는 의미다. 특히 자신이 생각했던 액수보다 결제액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소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신용카드는 확실히 소비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카드사 로고만 봐도 그런다고 하니, 알뜰살뜰하게 살고 싶다면 신용카드를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옮겨놔야 하지는 않을까?

2. 충동을 막기 위해 온갖 규제를 사용해도 소용 없다.

“오래된 억압 기제인 상명 하달식 규제와 금지를 통해 충동을 통제하려던 이전의 시도는 대부분 보기 좋게 실패했다. 주류금지법이 그런 경우이며, 좀 더 최근의 예로는 전 뉴욕시장 블룸버그가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려다 비웃음을 샀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무기소지권이라는 가장 불합리한 권리 표출을 억제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 잠재적으로 중요한 결실을 맺은 또 다른 시도들도 있다. 이를테면 두 가지 자아 모델을 만든 학자인 리처드 탈러와 그 공동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이름 붙인 ‘선택 설계’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는 우리가 좀 더 참을성 있게 행동하고 장기적 사고를 하도록 은밀히 ‘유도하는’, 세심하게 설계된 기술과 사회 기반 시설, 여타 인공적 환경을 가리킨다. 하루의 소비지출을 자동으로 추적해서 예산을 넘으면 경고해 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문화를 생각해 보라. 갈수록 정책이나 사건에서 빠르고 본능적인 반응을 부추기도 있다.” (책 ‘근시 사회’, 폴 로버츠 저)

그렇다면 충동은 외부 규제에 의해 통제될 수 있을까? 온갖 사례들이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말해준다. 강하게 충동을 누를수록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곤 했다. 실제로 충동이 가져다 주는 눈 앞의 이익으로 인해 그로 인한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 기업인들이 주가에 급급해 말도 안 되는 이벤트를 벌이고 뒷감당이 안 되는 경우는 가끔 본다. 충동은 여전히 다루기 힘든 대상임에 분명하다.

3. 소비자의 힘이 커졌지만 의지할 데는 없어졌다.

“고객에서 소비자로의 이동은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자신을 가장 중시하는 시민이 등장했음을 가장 뚜렷이 보여 준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완벽한 소비에 다가설수록 우리는 우리의 기반이 무너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소비를 완벽히 개인화하면서, 우리는 대뇌변연계의 파충류 같은 충동을 억제해 주던 최후의 사회구조 중 일부를 제거하고 말았다. …. 요약하면 소비자들은 힘이 더 커졌을 뿐 아니라 그 힘 때문에 점점 외로워졌지만, 자신을 이끌어 줄 오랜 지침은 찾기 어려웠다. 역설적이게도 힘은 커졌는데 다수는 매우 불안정했다. ….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사회적 유대의 약화를 지적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로버트 퍼트넘은 이렇게 표현했다. “전에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가족, 교회, 친구들 같은 사회적 자본이 있었지만, 이제 이 자본들은 우리가 의지할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 집단적 삶뿐 아니라 개인적 삶에서도 …. 우리는 25년 동안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에 대한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다.” (책 ‘근시 사회’, 폴 로버츠 저)

현대는 소비자들의 인격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각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용인되었다. 그것 역시 개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런 개성 발휘 방법은 소비였다. 과거부터 이런 소비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거나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공격을 받고 패퇴하고 있다. 소비는 아름다운 것이며 권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로 인해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개성을 중시하고 사회적 유대가 약화되는 바람에 이들은 모두 외로운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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