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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뒤,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게 될 과학기술 4가지

미래를 예측 하는 일은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하다. 특히 학문의 이름으로 하는 예측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학문적 예측에 더 귀를 기울여주지만, 한 세대 정도만 지나도 사기꾼의 과장처럼 다루어지며 웃음거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995년, 20년 후의 사회상을 예측한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의 보고서를 지금 보면 황당한 개그프로그램의 소재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도 이러한 예측이 지니는 가치가 있다면, 그 예측을 했을 당시 사회가 가졌던 큰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20여 명이 모여 지금 연구하는 과학기술 중 20년 뒤 가장 필요로 하게 될 과학기술들을 예측해 책을 냈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기술들 중 몇 가지를 다시 한 번 소개해본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1. 물

"안전한 물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한 인구는 10억 명 이상이다. 또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기본 위생시설 없이 살아간다. 그 결과...매년 수천만 명이 사망한다. 이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거대한 과제이다...우리가 앞으로 20년 동안 노력하면 모든 사람에게 기본 위생시설을 제공할 수 있을까?...모든 사람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과제도 이와 유사하게 거대하다."(책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뤼트게르 반 산텐 외 저)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16년이 되었지만, 과학기술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충분한 식량, 안전하고 깨끗한 물의 공급 등 말이다. 그 중에서도 물은 식수뿐만 아니라 안전한 하수 처리 시설, 농업 용수, 기본적 위생의 문제 등을 포괄한다. 제 3세계에선 여전히 물 때문에 수천만 명이 사망하며, 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충분한 자본, 정치적 의지 등 사회적 해결 능력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겠지만, 해결 전까지 각광 받을 과학기술은 스프링클러(sprinkler), 소형 정수 장치 등 개인이 사용 가능하며 휴대성을 높인 적정기술들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기 전까지 과학기술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 당장의 긴급 방편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2. 기후 변화

"마하트마 간디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영국은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의 절반을 소모했다. 인도 같은 나라가 부유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행성들이 필요하겠는가?" 현재의 세계질서에 맞게 그의 질문을 고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중국이 미국 수준의 삶을 열망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책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뤼트게르 반 산텐 외 저)

기후 변화는 지난 수십 년 간 인류의 위기로 지목되어왔던 요소들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금(2010년 기준)보다 20년 후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책은 지적한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연구로 전문가들은 '기후 임계점'을 예측해내는 지구 시뮬레이터 모형을 든다. 이산화탄소 함량이 기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정확한 지점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그 밖에도 '무해한 에어로솔'을 막처럼 대기 중에 뿌려 햇빛을 반사하는 냉각 기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등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혁신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가능성은 도저히 없다는 점이다. 교토 의정서, 파리 의정서의 계획만으로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은 이미 많은 곳에서 들리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3. 의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인류의 가장 큰 과제이다. 건강 관리비용을 낮추고 병을 미연에 방지하고 노년의 불편을 완화하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조기 진단을 통해서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대개 진단이 빠르면 치료가 더 쉽고 저렴하며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값비싼 진단장비의 도입은 결국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책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뤼트게르 반 산텐 외 저)

이 책에서는 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 혁신은 '진단' 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몸의 다양한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 획기적으로 개량되고 언젠간 한 대의 장치에 통합될 것이라고 의료 영상화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때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들은 결국 기계들의 분석에 맡길 수밖에 없으며, 최종목표는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이뤄지는 단계다. 촬영 즉시 캡슐을 투여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진단 장비를 휴대화시켜 언제든 조기 진단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데이터의 증가, 진단과 치료의 일원화와 같은 변화는 의사의 역할 중 상당부분이 기계에게 넘어감을 뜻한다.

4. 재난 예측

"..."위기가 닥치면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 관리는 주로 자체 조직화를 통해서 유연하게 이루어져야 하죠. 지휘 계통은 자원 관리와 전략적 결정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현장에서의 '상황 파악'과 중앙 통제소에서의 '총체적 개관'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려면 위기 대처 조직과 수단들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책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뤼트게르 반 산텐 외 저)

흥미롭게도 미래에 가장 필요한 과학기술을 예측한 결과 중 하나는 ‘예측’이다. 예측하는 기술은 앞으로도 여전히 가장 필요한 과학기술 중 하나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재난에 대한 조기 예측이다. 더 나은 센서와 응답기, 더 발전된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긴급 조치를 좀 더 빨리 앞당기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예측 기술만큼 중요한 건 그 정보가 공유되는 방식, 즉 의사결정 구조라고 지적한다. 재난은 결국 의외의 상황, 온전히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때 중요한 건 지도부가 결정한 고정된 매뉴얼이 아닌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상황 공유와 자체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다. 지금의 온라인 사회 연결망이 견인하고 있는 바로 그런 변화다. 결국 모두를 연결시키는 기술이 앞으로 재난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건 기술이 아닌, 문화인지도 모른다. 세월호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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