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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을 꼭 읽어봐야 할 영화 3편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 혹은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12월 14일에 기욤 뮈소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개봉하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지난 달 21일에 촬영을 시작했다.

소설의 영화화 소식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다만 많은 양의 내용을 2~3시간 내에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원작을 온전하게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영화화를 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각색을 하게 된다. 원작을 읽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만한 작품들을 추려보았다. 영화가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사람들도, 아쉬웠던 사람들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범인을 쫓는다, ‘용의자 X’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 친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는 이런 말을 했어. 내가 너무 젊어 보인다고. 자신과는 달리 머리숱도 많다고. 그러면서 자신의 빠진 머리를 마음에 두는 것 같은 몸짓을 보였지. 그게 나를 놀라게 한 거야. 왜냐하면 이시가미라는 인물은 결코 겉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 물론 그의 머리는 꽤 벗겨졌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한탄했지. 그게 마음에 걸렸어. 그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 ””(책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저)

영화 ‘용의자 X’의 원작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특히 히가시노의 작품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시리즈 주인공인 탐정 갈릴레오, ‘유가와’ 교수가 등장한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추리력으로 ‘구사나기’ 형사를 돕는다.

영화 ‘용의자 X’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단 한 명, 형사 ‘민범’이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진 형사이다. 즉 원작에서 ‘유가와’ 교수와 ‘구사나기’ 형사, 두 명이 했던 역할을 한 명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민범’이 추리하는 과정은 직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아쉬움을 원작 소설로 달랠 수 있다.

2. 영상보다 더 끔찍한 이야기, ‘도가니’

“-생각이 잘 나지 않아요. 기숙사에서 박보현 선생님이 그러고 나서 조금 뒤 같아요. 그러니까 사학년 초. 저는 박보현 선생님 때문에 너무 아팠기 때문에 울면서 싫다고 도망쳤어요. 그런데 행정실장님이 저를 응접실 탁자에 누이고 두 팔하고 두 다리를……

통역사가 거기서 얼굴이 굳어지며 말을 멈추었다. 유리는 태연하게 과자를 파삭, 하고 씹었다. 모두 통역사를 바라보았다. 통역사는 자신의 동창인 인권운동센터 남자 간사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원망과 경악이 버무려져 있었고 차마 더 이상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의 두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책 ‘도가니’, 공지영 저)

영화도, 원작 소설도 끔찍한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읽다 보면 그 참담함에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터진다. 영화는 글로 표현된 장면들 중 나름대로 옮길 수 있을만한 장면들을 골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시청각의 자극은 글보다 강하다.

그럼에도 원작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소설의 일부만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로만 추려서 엮어낸 느낌이다.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소설 역시 현실의 이야기를 전부 담아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원작 소설 읽기를 넘어 실제 사건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3. 소설을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가 다가온다, ‘장미의 이름’

“문서 사자실이 추워 손이 곱다. 나는 이제 이 원고를 남기지만, 누구를 위해서 남기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책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저)

영화도, 원작 소설도 어렵다. 기호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저자 움베르토 에코의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사실 처음 소설의 제목은 ‘수도원의 살인사건’이었으나 이후에 ‘장미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제목 ‘장미의 이름’ 의미가 무엇인지 많이 궁금해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의문이 명쾌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만 봤을 때보다는 가닥이 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는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그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살인사건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당시의 종교 갈등과 진리 추구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긴 분량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맥락을 잡고 나면 푹 빠져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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