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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북극곰의 눈물'에서 속 정준하가 읽던 책을 읽어봤다

지난 달 26일 무한도전 ‘북극곰의 눈물’편이 방송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꼬집어 주었다. 이번 특집을 통해 그들이 다룬 문제는 바로 지구 온난화 문제. 북극곰과 교감하라는 연초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정준하, 박명수가 캐나다 처칠로 향했다. 캐나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정준하는 사전 준비를 위해 책을 한 권 읽는다. 제목은 ‘북극곰은 걷고 싶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의 북극곰의 모습이 애처롭다. 이 책에는 북극곰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의 생태계도 등장한다. 그들이 처한 생태계 위기를 바탕으로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풀어낸다. 무한도전의 이번 특집을 시청하다 기후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자.

1. 투발루, 침몰 중.

“몸의 중심을 잡고 일어나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섬이 보이지 않았다. 선장이 시동을 껐다. 보트는 관성으로 나아갔고, 이내 하얀 산호초가 바로 밑에 다가와 있었다. 테푸카 사빌리빌리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다 한가운데에 살짝 등을 내민 고래처럼 아슬아슬하게 솟아 있었다. 아니 솟아 있다기보다 살짝 드러나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 섬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걸터앉을 바위조차, 등을 기댈 야자수조차 없었다. 유일하게 발견한 건 어디선가 쓸려 내려온 코코넛 열매였다. 코코넛 열매는 그새 산호더미 위에서 싹을 틔었다. “이 코코넛 싹이 나무로 자랄 수 있을까요?” 선장은 나를 보고 씩 웃더니 시동을 켰다.”(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 남종영 저)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 남태평양에 위치한 산호섬이다. 투발루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가장 큰 섬은 수도 푸나푸티 섬이다. 이 푸나푸티 섬은 아주 얇고 긴 모양이며, 섬 주변에는 작은 바위섬도 없다.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긴 눈썹이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섬의 가장 두껍고 비옥한 부분은 활주로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인구가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푸나푸티 섬을 포함한 9개의 섬의 면적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 때문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등장하는 ‘테푸카 사빌리빌리’는 태풍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고 한다. 이제는 가까이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하얀 산호초 섬이 되고 말았다.

2. 펭귄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바다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펭귄은 알을 지키는 둥지의 펭귄에게 크릴을 토해낸다. 크릴은 펭귄의 주식이다. 펭귄마을 여기저기에는 빨간 크릴 토사물이 널려 있다. ‘크릴보다 작은 생물 중 크릴이 먹지 않는 것이 없고, 크릴보다 큰 것 중에는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말은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새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 … 남극 반도는 지난 50년 동안 온도가 평균 2.5도 상승했다. 바다얼음의 면적 또한 현저하게 줄었다. … 바다얼음 면적이 감소하니 빙조류가 줄고, 빙조류가 주니 크릴이 줄었다. 바다얼음에서 시작된 연쇄작용이다. … 크릴의 감소는 남극 먹이그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특히 크릴을 먹고 사는 펭귄에게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 남종영 저)

무한도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극에는 많은 펭귄들이 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 챕터를 펭귄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펭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펭귄들을 둘러싼 생태계, 더 나아가 온 지구 생태계의 순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바다얼음 면적 감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빙조류 감소와 크릴의 감소.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남극 먹이그물의 위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쉽고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그 힘은 강력해서 먼 남극의 일임에도 읽고 난 후 소름이 돋는다.

3. 기후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2006년이었다. 명태를 보러 고성에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명태를 보러 먼 길을 떠났다. 그 화려하던 명태의 천국 동해에서, 명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 “특정 원인 때문에 명태가 사라졌다고 딱 부러지게 논문을 쓰긴 쉽지 않겠죠.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가설을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간의 남획과 동해 수온의 변동 모두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동해 수온의 장기적 추이를 연구하고 있었다.”(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 남종영 저)

명태는 따뜻한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동해는 차가운 해수와 따뜻한 해수가 만나는 ‘조경수역’이었다. 강원도 주변의 동해는 명태가 살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었다. 하지만 이제 동해에서 명태 수확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온 상승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명태 수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태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된 시기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풍년 시기가 겹친 것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기후 문제는 바로 우리의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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