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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있을까?

워낙 큰 정치적 이슈들이 많아 지금은 묻혔지만, 2016년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 법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왔던 많은 행동들을 금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했던 부탁, 정성이라고 생각했던 선물, 만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사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고리를 과연 청탁금지법으로 끊을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있을까? 우리의 미래는 부정부패 고리를 끊는데 있다.

1. 보츠와나: 안녕, 너에게 작별인사를 전해.

“보츠와나는 다소 생소한 나라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접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손꼽힌다.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안녕, 안녕, 부패여! 너에게 작별인사를 전해. 우리는 보츠와나에서 태어났어요. 보츠와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이 노래는 보츠와나가 반(反) 부패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지역개발 사업에 특혜를 주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느낀 보츠와나 정부는 1994년 강력한 반부패법을 제정했다. …. 왜 보츠와나는 이토록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까? 보츠나와가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반부패 정책을 계속 강화해나간 덕분에 외국 투자자들을 자연스럽게 불러들일 수 있었다. …. 청렴함을 바탕으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보츠와나의 1인당 명목 GDP는 5897달러로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더불어 주변국 가운데 국제신용등급 1위를 유지하는 것도 깨끗한 사회가 이룩한 큰 성과다.” (책 ‘명견만리: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KBS ‘명견만리’ 제작팀 저)

부패는 나라를 좀 먹는다. 역사를 들여다 봐도 사례가 부지기수다. 부패로 인해 하나의 공동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일단 무너지기 시작한 공동체는 회복이 어렵다. 다행히 보츠와나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국가를 엄격한 반부패 정책으로 되살려 놓았다. 높은 GDP와 국제신용등급은 그 예다. 정규 교육과정에 반부패 수업이 있다고 하니 부패 문제 해결에 얼마나 보츠와나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충분히 알만하다.

2. 싱가포르: 대가성 없는 선물도 금지한다.

“청렴한 나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자타공인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싱가포르다.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반부패법은 아주 강력하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9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불법 자산은 전부 국가에 반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징역형이 추가된다. 또한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내기만 하면 범죄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한다. …. 그러나 싱가포르가 원래부터 청렴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1965년만 하더라도 부패가 만연해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1995년부터이니 부패를 척결하기까지 30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기간 동안 리콴유 전 총리를 필두로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정신으로 과감한 부패 척결 정책을 펼쳤다." (책 ‘명견만리: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KBS ‘명견만리’ 제작팀 저)

아프리카와 달리 동아시아는 우리와 문화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싱가포르의 부정부패 척결의 역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도 처음 독립한 시절에는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었다. 엄격한 법과 집행 등 무려 3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싱가포르는 부패 없는 국가를 이루었다. 전체 국민의 80%가 중산층일 만큼 탄탄한 사회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부패를 없애는 것이 노력으로 된다는 사실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모두 싱가포르에게 배운다.

3. 대한민국: 정말 부패 국가인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부패 국가인가? 세계적인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부패인식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인식하고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뇌물을 받은 쪽의 인식에 초점을 맞춘 지수다. 2015년 전 세계 168개국을 대상으로 한 부패인식지수에서는 덴마크가 100점 만점에 91점을 받아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나라로 꼽혔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고, 아시아에서는 85점을 받은 싱가포르가 8위로 가장 높았다. 일본과 홍콩은 75점으로 공동 18위였다. 한국의 성적을 어떨까? 56점을 받아 37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도 27위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다. OECD 평균인 69.9점에도 한참 모자란다. 이에 한국은 ‘경제 선진국이면서도 개도국의 부패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한국이 낮은 부패인식지수를 받은 이유에 대해 국제투명성기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자는 “한국 사회에는 하위 계층에서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부패는 거의 없는 데 반해, 정치인이나 기업인 같은 고위층이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과 연결된 공공분야에서 심각한 부패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책 ‘명견만리: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KBS ‘명견만리’ 제작팀 저)

지난 11월 말 한 외신도 한국발 뉴스를 전하며, 청렴한 국민 수준과 달리 고위층의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고 코멘트를 한 적이 있다. 보통은 리더들이 모범이 되고 청렴해야 하는데 우리는 정반대인 셈이다. 특히 몇몇 집단들은 오랜 시간 동안 카르텔을 형성해서 국민들과 따로 노는 모습을 보인다. 뉴스 속 인물들 중 일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죄의식조차 못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오명(‘경제 선진국이면서도 개도국의 부패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일한 국가’)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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