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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에이드에 숨은 '순Siri 예산' 남겨둬도 되는건가

국회는 코이카의 코리아에이드 사업 중 음식 및 문화사업만 미르재단과 관련 있다고 여겨 두 사업에 대한 예산만 감액했다. 코이카가 실시하는 코리아에이드 보건사업에도 차은택의 '더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작한 엉터리 보건교육프로그램 영상 상영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월 1회 차량방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소녀보건 향상, △아프리카 모자보건 환경 개선, △영양 개선이라는 목표를 내건 낯 뜨거운 사업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 참여연대
  • 입력 2016.12.06 12:11
  • 수정 2017.12.07 14:12

일부 예산 삭감에 그친 2017년 박근혜표 개발원조 예산

글 |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지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한국국제개발협력단(KOICA)의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도 101억 5600만 원이 통과됐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고작 42억 원만 삭감된 것이다. 이로써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 청와대 비선실세가 개입해 졸속적으로 추진한 최악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 내년에도 계속되게 되었다. 여야 국회가 전액 삭감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코리아에이드 사업 지속의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예산 심의를 앞두고 최순실 예산은 꼼꼼히 살펴보고 전액 삭감하겠다던 그 의지는 어디갔는가?

국회가 코리아에이드 예산을 일부만 삭감한 채 통과시킨 데에는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변명만을 수용한 탓이다. 그러나 사업 중단으로 인한 외교적 문제보다 엉터리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생기는 문제가 더 우려스럽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3국의 현지 실정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원조 규범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 왔다. 국회 예결위 역시 '코리아에이드는 개발원조의 핵심가치인 지속가능성 및 수혜국 주도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예산 심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한국 정부는 사업관련 장비 등 제반 시설을 해당국들에 넘기고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원조 효과성도 검증되지 않았으며 파트너국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지도 않는 사업을 떠넘기는 것은 상대국에 행정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코리아에이드 시범운영 행사에 참여한 박근혜씨 ⓒ 청와대

2017년 코리아에이드 신규 대상국인 라오스, 탄자니아, 캄보디아 3개국에 대한 사업 예산이 일부 삭감에 그친 것도 실망스럽다. 적절성에서나 지속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엄정한 평가나 전면적 재검토 없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정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특히 신규 3개국의 경우 9월 2일 정부 예산안 제출을 앞둔 지난 7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게다가 추가 조사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야 이뤄졌다. 코리아에이드는 앞서 지난 5월에 확정된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도 없던 사업이었다. 정부는 8월 말에서야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서면회의를 개최하여 졸속으로 끼워넣기 해놓고,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과 대상국을 대폭 확대한 예산안을 제출한 것이다.

국회는 코이카의 코리아에이드 사업 중 음식 및 문화사업만 미르재단과 관련 있다고 여겨 두 사업에 대한 예산만 감액했다. 그러나 이는 보건복지부, 농식품부의 코리아에이드 예산 관련 사업들이 관련 상임위의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것과 대조된다. 코이카가 실시하는 코리아에이드 보건사업에도 차은택의 '더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제작한 엉터리 보건교육프로그램 영상 상영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월 1회 차량방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한 △소녀보건 향상, △아프리카 모자보건 환경 개선, △영양 개선이라는 목표를 내건 낯 뜨거운 사업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사업평가나 타당성 검토 없이 정권의 이해만으로 대폭 확대되고 있는 사업이 코리아에이드만은 아니다. 새마을운동 ODA 역시 제대로 된 평가는 없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예산과 대상 국가가 대폭 확대되었다. 이 경우에도 2017년 예산은 정부안에서 고작 3억 2천만 원 삭감되는데 그쳤다. 새마을운동 ODA 사업은 각 국가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에 대한 존중 없이 정신개조를 강요하고 경쟁과 인센티브를 도입하여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사회발전을 위한 ODA는 당연히 늘려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ODA라면 단 1원도 줄 수 없다. 박근혜 개인과 박정희의 치적을 포장하고, 대통령과의 친분을 악용해 쥐락펴락하는 ODA로는 개도국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가 이러한 지적을 외면하고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처리한 2017년 코리아에이드 예산과 새마을 ODA 예산은 향후 더 큰 예산을 낭비와 한국의 개발원조를 후퇴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비선실세가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관여한 배경과 절차상의 문제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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