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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박'의 구체적 내용을 증언했다

  • 허완
  • 입력 2016.12.06 11:27
  • 수정 2016.12.06 11:40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관련 압박의 구체적 내용을 증언했다. 주 전 사장은 지난해 두 회사의 합병 당시 국내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부정적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냈던 한화증권의 사장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주 전 사장은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한화그룹 '윗선'은 물론, 삼성 측으로부터도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그의 증언이다.

“처음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부회장(사장)이 저를 보자고 만나서 '한화그룹과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아라' 얘기를 해서 제가 '증권회사 사장한테 그런 것을 부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약속 못 드립니다' 얘기를 했고 그러고 난 다음에 그 다음주 월요일에 1차 보고서가 나갔습니다."

"삼성그룹의 아는 지인들로부터 네 사람에 걸쳐서 전화가 와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에 저희 회사는 우연하게 삼성물산 주식을 한 3만9000주 정도, 0.02% 밖에 안 갖고 있었는데 그 의결권을 위임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래서 제가 위임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 다음에는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것도 안 하겠다고 하니까 '정 그럴거냐'는 식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1차 보고서가 나가고 난 다음에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다시 보자고 해서 '한 번은 뭐 그렇다고 치자. 그렇지만 당신 때문에 삼성의 장충기(미래전략실 사장)한테서 불평 전화를 들었다. 다시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말을 계속 저한테 했고 저는 '그 약속은 못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2차 보고서가 나가고 난 다음에 며칠 후에 삼성생명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현배 부회장께서 직접 그날 아침에 전화를 하시더니 급하게 오셔가지고 '두 번째 보고서 나간 것 때문에 구조본에서 굉장히 기분이 격앙 돼있다. 이렇게 되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 될 거다' 그래서 제가 '제가 먼저 사임할 일은 없으니 만약에 물러나게 하고 싶으면 법적인 절차대로 하십시오'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김현배 부회장께서 오신 게 7월 초였는데 그러고 나서 9월 초에 다시 (한화) 금춘수 사장이 보자고 해서 저한테 '물러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거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구조본의 재무팀장을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보낼 테니 당신은 임기 때까지 2선으로 물러나 있어라' 그래서 그것도 제가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런 압박을 받았던 이유가 뭐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손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일단 누구라도 한 마디 말을 거역하면 그것을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간다는 논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주 전 사장은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처음 그 보도가 나왔을 때는 해도 좀 너무 심하다 보나마나 과대평가된 제일모직과 과소평가된 삼성물산을 자본시장법의 시행령을 핑계로 합병을 하겠다, 그것은 단지 그냥 물산의 이사진들이 안 하겠다고 하면 되는 일인데 시행령 핑계대면서 합병한다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혔는데, 국내 언론이나 우리나라의 발언권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눈을 감거나 아니면 입을 닫거나 아니면 찬동하는 걸 보고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증권회사들까지 다들 (합병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쓰는 걸 보고 한국인으로서 창피했습니다."

주 전 사장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화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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