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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한 결정적 이유는 이것이다

Hillary Clinton speaks to the Children’s Defense Fund in Washington, U.S., November 16, 2016.  REUTERS/Joshua Roberts
Hillary Clinton speaks to the Children’s Defense Fund in Washington, U.S., November 16, 2016. REUTERS/Joshua Roberts ⓒJoshua Roberts / Reuters

힐러리 클린턴의 수석 보좌관들은 자신들이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비위를 맞추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팀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걸 온 세상이 알길 원한다. 클린턴 측이 옳다. 그리고 그건 아무 의미도 없다.

2016년 대선의 결론이 난 뒤 하바드 대학교에서 열린 격렬한 세미나에서, 클린턴 측은 트럼프 측을 맹비난했다. “만약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게 날 훌륭한 전략가로 만든다면, 난 진 것이 자랑스럽다. 난 당신들이 이긴 방식대로 이기느니 차라리 패배하겠다.” 클린턴 측의 제니퍼 팔미에리가 잘라 말했다.

논리적으로, 정당이 파시스트적 유세를 펼칠 때 대응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1) 파시스트들의 편이 되거나, 2) 파시스트들에게 지거나, 3) 파시스트들을 이기거나. 클린턴 측은 1번을 고르지 않은 것을 인정 받고 싶어한다. 그들이 해야 했던 일은 3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 역사는 그들을 2번으로 기억할 것이다.

클린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가 없었던 후보를 상대로 싸워서 졌다. 러시아 인들이 민주당 전국 위원회를 해킹해서 졌을까?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이 무모하게 끼어들어서? 질 스타인에게 투표했던 극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클린턴이 러스트 벨트에서 유세를 열심히 펼치지 않아서? 물론 그렇다! 11만 표로 승패가 갈린 이번 투표에서는 그 어떤 요인도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클린턴 측이 (설득력 있게)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부터 접전이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트럼프는 백인들의 억울한 마음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편견투성이 선거 운동을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백인 노동 계층의 표를 장악한 것은 선거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클린턴이 표를 많이 얻지 못한 것은 백인 노동 계층을 공략하려고 하지조차 않은 전략적 선택에 기인했다. 민주당 인텔리 상당수는 클린턴이 도덕적 우위에 선 것에 찬사를 보내며, 백인 노동 계층 전체가 개탄스러운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했다. 민주당원들은 트럼프의 어필에 경제적 이슈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다. 민주당원은 ‘좋은 사람’이고, 트럼프에게 투표를 할까 생각이라도 해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다.

백인 노동 계층이 도덕적으로 아주 훌륭하다는 척할 필요는 없다. 노동 계층 중에는 중산층, 상위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편견이 심하고 온갖 집단들과 라이프스타일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선 후보의 역할은 우리의 더 나은 면에 어필하고 어쨌든 표를 얻어내는 것이다. 2008년에 민주당의 연합체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수백만 명의 흑인 교회 신도들을 포함했다. 2012년 민주당은 낙태에 반대하는 수백만 명의 가톨릭 라틴계 유권자들을 환영했다. 이들의 단점을 비난하지 않고 이들의 덕목을 칭찬했다. 올해 민주당 엘리트들은 백인 노동 계층 전체가 자신들과 함께 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2008년과 2012년에 버락 오바마는 오하이오 주 넬슨빌에서 40% 우위를 보였다. 넬슨빌 주민의 94%는 백인이고, 데이브 제이미슨이 허핑턴 포스트에 보도했듯 트럼프는 2016년에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넬슨빌 주민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쓰레기이기 때문인가?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벽에 환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사람들이 두 번이나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올해 민주당은 그런 타협은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극도의 경제적 불평등의 시대에, 선거는 돈이 없는 노동 계층에게 달려있다. 백인 노동 계층을 아예 제쳐둔 것은 애초에 잘못이었다. 유색인종 노동계층으로 메꿀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멕시코 인들을 ‘강간범들’이라고 부르며 선거 운동을 시작한 트럼프는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에게서 미트 롬니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백인 노동 계층을 위한다는 게 라틴계 노동 계층에게 등을 돌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빌 클린턴은 흑인과 라틴계 노동 계층에 대한 백인 노동 계층의 불만에 기대 선거 유세를 했고, 그의 집권은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복지 개혁, 형법). 그러나 오바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본딴 포퓰리스트 경제 공격을 동원해 모든 인종의 노동 계층에게 공격적으로 어필했다. 오바마가 2012년에 전한 메시지 전체는 롬니가 ‘기업은 사람이다’라고 말한 기업 전사라는 공격이었다. 오바마는 롬니가 세금을 피하는 케이맨 제도에 투자한 것을 공격하는 광고를 냈다. 오바마 측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구제가 노동 계층의 승리라고 끝없이 홍보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누구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와 백인 노동 계층 유권자에게 동시에 어필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정체성 정치’와 ‘경제적 정의’는 양립할 수 없다고 한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이걸 모두 클린턴 측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 민주당 엘리트들은 FBI에게 형사 수사를 받고 있는 후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수억 달러 자산을 가지고도 수십만 달러를 받고 월 스트리트에서 연설을 하는 후보를 선출했다. 흑인 및 라틴계 노동 계층에 대한 클린턴의 ‘정체성 정치’ 기록은 형편없었다. 클린턴은 남편의 인종차별적 복지 개혁과 형법을 지지했고, 흑인들을 ‘심각한 약탈자(super-predators)’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이 문제들은 전부 오래된 90년대 이야기는 아니다. 2014년에 클린턴은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어린이 난민들을 ‘돌려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은 전부 비도덕적인 성 차별주의자라며 밀어붙였다.

이제 와 돌아보면 ‘함께하면 더 강하다’는 상당히 좋은 유세 주제였다. 클린턴 측이 가계소득 중간값 이하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안타깝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y Hillary Clinton Lo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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