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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속 강간 장면은 사실 합의 없이 촬영됐다

  • 강병진
  • 입력 2016.12.04 07:29
  • 수정 2016.12.07 12:13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도 작품이다. 베르톨루치는 ‘거미의 계략’(1970)과 ‘마지막 황제’(1987), ‘스틸링 뷰티’(1996), ‘몽상가들’(2003)로도 유명한 이탈리아의 감독이지만, 그의 명성을 드높인 작품은 역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였다.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여러 국제 영화제를 빛낸 작품이기도 했지만 영화 속 섹스신이 화제를 일으킨 탓이었다. 영화가 개봉된 지역에서나, 개봉되지 못한 지역에서나 이 장면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한국에서는 1996년 12월에 개봉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의 섹스신(정확히 말하면 강간장면)에 대한 사실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실을 드러낸 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자신이다. 그는 지난 2013년 파리에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당시 강간장면은 배우와 합의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내용은 지난 11월 23일, 유튜브를 통해 다시 공개됐고 ‘인디와이어’‘피플’, ‘인디펜던트’를 통해 보도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다.

문제의 장면은 영화의 초반부, 우연히 만난 두 남녀 폴(말론 브란도)과 잔느(마리아 슈나이더)가 어느 아파트에서 섹스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폴은 버터를 사용한다. 2013년 인터뷰에서 벨르톨루치 감독은 “당시 마리아 슈나이더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강간장면을 찍자고 말론 브란도와 계획을 짰었다”고 말했다.

“버터를 사용하는 건, 촬영 전 말론 브란도와 아침에 이야기를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슈나이더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녀가 배우가 아닌 진짜 여자처럼 리액션을 하고 수치심을 보여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의 촬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마리아 슈나이더가 수치심과 분노를 연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기를 원했다. 그때 이후로 슈나이더는 평생 동안 나를 증오했다.”

(왼쪽부터)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말론 브란도, 그리고 마리아 슈나이더

합의되지 않은 섹스는 정확히 말해 ‘강간’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베르톨루치 감독은 슈나이더뿐만 아니라 더 많은 많은 이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리아 슈나이더도 지난 2007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말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녀는 “그 장면에서 나는 강간을 당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한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었다. 촬영 후에도 베르톨루치와 말론 브란도는 나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때 나는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내 에이전트와 변호사를 현장에 불렀어야 했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당시 마리아 슈나이더의 나이는 19살이었다.’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이후 ‘여행자’(1975), ‘메리 고 라운드’(1981), ‘제인 에어’(1996) 등에 출연했던 그녀는 지난 2011년 사망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at Famous Rape Scene In ‘Last Tango In Paris’ Was In Fact Not Consensual, Director Say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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