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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사건'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됐다

  • 원성윤
  • 입력 2016.11.29 15:47
  • 수정 2016.11.29 15:53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원들에 대해 검찰이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검찰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이번 대형 참사의 뿌리이자 근원"이라며 "기업 이윤을 위해 소비자의 안전을 희생시킨 경영진으로서 누구보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말로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정작 재판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기관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모든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 전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이런 끔찍한 일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어찌하여 발생했는지 다시 곰곰이 돌아봐도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판장의 지혜로운 판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2010년 5월 옥시 최고경영자를 지낸 존 리(48) 현 구글코리아 대표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살균제 원료를 흡입독성이 강한 물질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 해도 제품 라벨 광고 내용의 실증,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해야 할 대표이사의 위치에 있었다"며 "다양한 경로에서 들어온 안전 경고를 무시한 채 오직 기업 이윤만 추구해 그 책임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56)씨에게는 징역 15년, 조모(52)씨에겐 징역 12년, 선임연구원 최모(47)씨에게는 징역 5년을 각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옥시 법인에겐 벌금 1억5천만원을 구형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제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인체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문구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한 것이 일반적인 광고 범위를 넘어선 기망 행위라고 보고 신 전 대표에게 51억여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오모(40)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는 징역 10년, 업체엔 벌금 1억5천만원을 구형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 PHMG 원료 중간 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씨에겐 각 금고 3년을 구형했다.

신 전 대표 등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6일 이뤄진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사회적 논란이된 지 5년 반 만에 제품 제조 책임자들의 처벌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날 결심공판엔 살균제 피해자 수십명이 찾아와 변호인들의 최종 변론 과정을 지켜봤다. 변호인들이 자신들의 의뢰인에겐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변론할때마다 방청석에선 분노에 찬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어린 아이를 잃은 김모(여)씨는 피해자 대표로 진술에 나서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기이한 5년을 지내왔다. 드디어 법에 의한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저들을 실형에 처해 사회에서 격리하고 조용히 반성할 시간을 강제적으로 부여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 임성준(13) 군의 어머니는 신 전 대표를 향해 "평생 당신 자식들 보면서, 당신 자식들이 낳은 손주를 보면서 '내가 이런 아이들을 죽였고 아프게 하고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울먹였다.

살균제로 남편을 잃은 조모(여)씨도 "남편이 죽은 후부터 지옥에서 살았다. 옥시에서 100억, 1천억을 준들 눈을 감을때까지 지옥에서 건져질 수 없을 것"이라며 "수의입고 계신 분들, 숨 멎을때까지 피해자들 이름을 다 기억하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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