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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회사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에 실린 박광태 고려대 교수 글 중 일부다. “갤럽 짐 클리프턴 회장은 한국 기업 문화가 상명하복 스타일이라 직장인의 일에 대한 몰입도가 낮다고 이야기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일에 대한 몰입도는 11~13% 정도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무척 낮다. 그런데 몰입은 우리 삶에 상당히 중요하다. 삶을 완성시킬 수 있고 더욱 강렬하게 할 수 있다. 몰입은 과연 어떤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일까? 역사 속에서 몰입이 오용된 경우는 없었을까? 흥미로운 몰입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1. 몰입은 어떨 때 나타나는 현상인가?

“몰입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동력과 기회 사이에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바람직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과제가 너무 힘겨우면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에 젖다가 제풀에 포기하고 만다. 과제와 실력의 수준이 둘 다 낮으면 아무리 경험을 해도 미적지근할 뿐이다. 그러나 힘겨운 과제가 수준 높은 실력과 결합하면 일상 생활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심도 있는 참여와 몰입이 이루어진다. 등반가라면 산에 오르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짜내야 할 때, 성악가라면 높고 낮은 성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뜨개질하는 사람이라면 자수의 무늬가 이제까지 시도했던 그 어떤 무늬보다 복잡할 때, 외과의라면 순발력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수술이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수술을 할 때, 바로 그런 경험을 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가 불안과 권태로 가득하지만 몰입 경험은 이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강렬한 삶을 선사한다.” (책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몰입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중요하다. 과제가 쉬울 필요는 없다. 또한 너무 버거워도 안 된다. 적당한 난이도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쏟아 부을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확실히 경험한 바와 일치한다. 무척 싱거운 일은 하면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는다. 반대로 상당히 어려운 일을 할 때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몰입을 하려면 자신의 실력에 꼭 맞는 적당한 일을 찾는 것이 우선 필요하겠다.

2.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몰입을 경험할까?

“가령 평범한 미국인에게 “일을 하다가 거기에 푹 빠져들어 시간 감각조차 잃어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다섯 명 중에 대략 한 명꼴로 그런 경험을 자주 한다고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반면 15퍼센트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별로도 이 비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최근에 6,469명의 독일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런 경험을 자주 한다가 23퍼센트, 가끔 한다가 40퍼센트, 거의 못한다가 25퍼센트, 전혀 못한다가 12퍼센트였다. 물론 가장 강렬했던 몰입의 경험만 들도록 요구하면 긍정적 응답의 비율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책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앞서 인용한 대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일 몰입도가 11~13% 정도다. 미국은 대략 20%가, 독일은 대략 23퍼센트가 일을 하며 자주 몰입을 경험한다. 우리와 제법 차이가 난다. 몰입을 해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몰입하지 못하고 자리만 오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본인은 어디에 속하는가? 일을 하다 푹 빠져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자주 그러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자.

3. 역사 속에서 정치인이 몰입을 악용한 예는 없는가?

“몇 세기에 걸쳐 진행된 쇠락의 시기에 로마 제국이 시민을 다독거리기 위해 동원한 책략을 사람들은 흔히 ‘빵과 원형경기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지배 계급은 몸을 만족시키기 위해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런 정책이 의식적으로 도입되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그 효과는 상당했던 것 같다. 여가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여 공동체의 붕괴를 모면하려는 현상은 로마 제국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서양 최초의 역사가인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사’에서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인 아티스가 잇따른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백성의 관심을 호도하기 위해 이미 삼천 년 전에 구기(球技)를 도입하였다고 전한다. “기근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은 하루 종일 경기에 몰두하게 하여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먹을 것은 시합이 없는 그 다음날에야 나왔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십팔 년을 끌었다.” (책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우리 현대사 중 5공화국 때 소위 ‘3S 정책’이 등장했다. 영화(Screen), 성(Sex), 스포츠(Sports) 등 3S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정치적 술수는 꽤 오랜 역사를 지녔다. 온갖 오락거리에 몰입을 하게 만들어 국민들 불만을 잠재웠다. 몰입이란 꽤나 기분 좋은 것인데 정치인들 손에 들어간 이상 좋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상 3가지 질문을 통해 몰입을 둘러싼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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