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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놀이 속 다양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우리는 놀이하는 인간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한 말이다. 어린 시절 카니발 행렬을 보고 그 광경에 푹 빠져서 평생 의례, 축제, 놀이 연구를 하였다. 특히 문화현상의 기원을 놀이 속에서 찾았으며,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고 불렀다. 모든 문화의 근원을 놀이에서 찾을 정도로 인간은 놀이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놀이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본 적은 별로 없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놀이를 접하는 것을 어색해한다. 우리도 몰랐던 놀이 속 다양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1. 주사위는 중요한 놀이 기구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력할 때 했던 말이야. …. 살다 보면 뭔가 결정해야 할 일은 많은데,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겨야지. 그때 주사위를 던진거야. 그러다가 점차 게임 도구로 쓰기 시작했어. 간단하게는 정육면체의 주사위 각 면에 1~6까지 숫자를 적어 놓고, 더 큰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게 만드는 거야. 기원전 3천 년 전후에 있었던 이란의 어느 도시 유적에는 ‘백개먼(backgammon)’이라는 게임 세트와 함께 주사위가 나왔는데, 이미 이때는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나온 숫자의 합으로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고 해. …. 통일신라 시대 수도였던 경주에 안압지라는 연못이 있어. 여기 근처에서 주사위가 발견되었는데, 정말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묘한 모양이었어. 보통 주사위처럼 면이 6개가 아니라 14개야. 사각형 면 6개, 육각형 면 8개로 이뤄진 14면체 주사위라는 거지. 더 이상한 것은 거기에 숫자가 아니라, 글자가 적혀 있어. 그 내용이 이래.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소리 내지 않고 춤추기’.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책 ‘논다는 것’. 이명석 글, 그림)

주사위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되었다. 예전에는 운명을 결정하는 도구로, 언제부터는 놀이 도구로 사용되었다. 주사위를 높이 던졌다가 바닥에 닿으면서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은 늘 놀이 참여자를 긴장시킨다. 부정도 있을 수 없고, 실력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사위 놀이가 즐거운 이유다. 공정하게 진행되면서, 또한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웃고 즐기게 된다.

2. 노는 것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게임 중에는 이렇게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어. ‘인생 게임(The Game of Life)’이라는 보드게임이 대표적이지. 1860년 밀튼 브래들리라는 석판화 제작자가 처음 만들었는데, 이걸 개량한 것이 100년 뒤인 1960년에 나와 큰 인기를 모았어. 온 가족이 모여 주사위를 굴려 가상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야. 대학교에 들어간다든지, 아이를 낳는다든지 하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거나 스톡옵션 주식을 받을 수도 있고…. 많은 게임들이 그렇지만 인생을 축약한 이런 게임들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어. 첫 번째는 주사위라는 우연이야. …. 우리는 주사위를 굴려 우연히 도착한 판의 내용을 보며, 우리의 삶이 항상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행운과 불운을 만나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지. 두 번째는 나의 선택이야. …. 이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머리를 잘 써서 게임을 이기도록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어떻게 보면 선택의 결과보다 선택을 하는 그 결심 자체가 중요해.” (책 ‘논다는 것’. 이명석 글, 그림)

다양한 종류의 인생게임을 하다 보면 같이 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나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인생게임 안에는 진짜 인생과 마찬가지로 우연과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선택에서 성향이 드러나게 된다. 비록 놀이지만 하나의 인생을 살고 나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놀이가 단지 놀이만은 아닌 이유다. 놀이를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3. 전문적인 놀이꾼은 조커와 광대가 있었다.

“(조커(Joker)는) 유럽의 왕실이나 귀족 가문에 고용된 전문적인 연예인이야. 눈에 뜨이는 원색의 옷에 독특한 모자를 쓰는 경우가 많았어. …. 조커는 왕이나 그의 손님들을 비꼬는 말을 자유롭게 내뱉을 수 있는 특권이 있었는데, 그래도 풍자조의 농담이 지나치면 채찍으로 얻어맞기도 했다네. …. (광대는) 고려, 조선 시대에 가면극, 인형극, 줄타기 등을 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 직업적인 연예인들이었지. 왕실에 고용되어 궁중 행사나 외국 사신들의 영접 때 재주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 남사당패, 솟대쟁이패와 같은 무리를 만들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놀이판을 펼쳐냈지.” (책 ‘논다는 것’. 이명석 글, 그림)

조커나 광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 비해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제대로 놀지 못하는 사람들 대신 놀아주는 역할을 했음에도 그렇다. 특히 풍자를 잘못하면 조커가 채찍으로 맞기도 했다는 것은 지금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세계 어디든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시사 풍자 코미디가 발전할 수 없다. 채찍대신 출연을 못하게 되는 벌을 받는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권위주의 정부일수록 풍자 소재를 더욱 많이 제공함에도 정작 본인들이 싫어하여 못하게 하니 이 시대의 조커나 광대는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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