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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절묘한 '임기 단축' 승부수가 '비박'을 흔들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29일 대국민담화에서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 국회결정에 맡기겠다"며 자신의 퇴진 문제를 국회로 공을 넘겼다. 결국 본인 스스로 '즉각적인 퇴진' '하야' 등을 결정하지 않고, 거취 문제조차 여야에 떠넘긴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은 탄핵 절차에 착수해 12월2일에 탄핵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탄핵을 3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무책임한 것처럼 들리지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강수는 '시간 벌기'이자 비박계를 흔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황교안 총리에게 당장 권력을 이양한다든지 방안 없이 온전히 국회에 대통령의 퇴진 일정 논의를 넘긴 것은 탄핵 국면을 일단 넘긴 뒤, 국회에서 시간 끌기를 바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가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논의하며 밀고 당기는 동안 '퇴진'이 또 다시 흐지부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준비위 회의를 하고 있다.

당장 탄핵에 동참하기로 했던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박 황영철 의원은 "탄핵 논의 재검토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후3시30분으로 예정된 비박 의원들의 총회에 들어갔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친박에서는 '탄핵'까지 추진해야 되느냐는 여론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대통령의 담화에 '친박' 조원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런 상황에서 탄핵으로 가는 게 좋은지 논의해보자"며 자신감을 가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언급한 것은 '개헌'과도 연계된다. '탄핵'은 미루고, '개헌'안을 마련하고 나면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JTBC '뉴스현장'에 출연해 "임기 단축은 개헌 밖에 없다. 개헌은 탄핵을 하고서도 그 이후에 개헌을 국회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친박에서 바라는 것은 탄핵을 유보해달라는 것인데, 개헌을 핑계로 탄핵을 연기해달라는 탄핵 교란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박 대통령의) 권력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그 주변 사람들이 저런 아이디어를 계속 짜낸다는 것은 권력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그런 꼼수가 다 드러난다. 내일 정도되면 온 국민들에게 다 퍼진다. 지금 시대의 특징을 간과한 70, 80년대 방식 아닌가.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기회를 놓치고 있다. 오늘 같으면 하야 하겠습니다. 이 얘기가 나오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담화와 별개로 탄핵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히 준비를 서둘러 이번 주 안에 탄핵이 마무리되도록 하겠다"며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는 데 빨리 준비해 예측가능한 일정을 정리해야겠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박 대통령이 퇴진하겠다면 탄핵 후에도 퇴진할 수 있다. 탄핵일정은 퇴진 여부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JTBC '뉴스현장'에서 "탄핵을 위해서 비박계에서 최소 30여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문제가 절묘한 담화를 던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하야를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시점은 결정해주는 게 좋은데 퇴진 문제를 국회에 넘겼다. 국회는 정파들이 있다보니 의사결정이 쉽지가 않다. 담백한 의도로 했는지, 시간을 끌 의도로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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