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플랜'은 간단(?)하다. '꿩먹고 알먹기'.

  • 허완
  • 입력 2016.11.29 07:40
  • 수정 2016.11.29 07:44
ⓒSTEVE BACK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처하는 영국 정부의 계획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하나의 '힌트'가 주어졌다.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이 사진이 단서다.

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은 28일(현지시간) 마크 필드 보수당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의 노트가 찍힌 사진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전략은 매우 간단(?)하다. "꿩 먹고 알 먹기(have cake and eat it)"...!

이 사진은 필드 부위원장이 다우닝가(총리 집무실)에서 브렉시트부와 회의를 마치고 나서 그의 보좌관이 노트를 손에 들고 있을 때 찍힌 것이다. 여기에는 "단일시장을 제공받는 것. 우리의 기준은 명확함. 더 많이 개방될수록 더 좋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U 탈퇴는 하겠지만 EU 단일시장 접근권은 계속 갖겠다'

그러나 이 메모에 따르면,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EU 단일시장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꿩먹고 알먹기'는 어렵다는 것. (?)

노트에는 프랑스를 의식하는 언급이 많았다.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프랑스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예를들어 노트에는 "제조업 문제는 비교적 간단함. 서비스업이 더 어려움. 프랑스가 (영국에서 이탈할) 비즈니스를 (빼앗기를) 원함"이라는 구절이 담겼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금융업체와 로펌이 대거 이탈하면 프랑스가 이를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

영국-EU 무역협상의 모델로 거론된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CETA) 모델보다 서비스 부문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캐나다 플러스' 모델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EU에서 실무를 담당할 "아주 프랑스적인 협상팀" 때문에 이런 노력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적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Reuters

"노르웨이는 왜 안 되나"라며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와 특정 협약을 통해 일부 EU 원칙들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EU 단일시장에 대해 거의 완전한 접근권을 얻고 있는 노르웨이 모델도 언급됐다. 노르웨이는 EEA(유럽경제지역) 회원국이다.

그러나 이 메모에 적힌 문구들은 이 노르웨이 모델의 결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즉, 노르웨이가 수용했던 원칙을 영국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

안보 협상에 대해서는 EU가 영국의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많이 얻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 ⓒReuters

필드의 노트에는 "과도기, 꺼림. 화이트홀(영국 정부)이 고수할 것. 우리는 협상을 끝내도록 해야 함"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런던시티(금융가)가 희망하는 부드러운 브렉시트를 위한 중간 과도기용 협상 제안을 정부가 꺼리고 있음을 시사한 것.

FT는 "이 메모에 따르면 정부는 영국중앙은행 마크 카니 총재가 제시했던, 시티가 원했던 '스무스(smooth)한 브렉시트' 협상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보수당이 브렉시트 플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민주당(Lib Dem)도 "만약 이런 전략이라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꿩도 먹고 알을 먹을 수는 없으며, 단일시장도 분명하지 않다. 이 사진은 정부가 계획도 없고,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 개인적인 노트는 정부 관리나 특별 고문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노트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연관성을 부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노트는 브렉시트 협상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가디언은 정부 당국자들, 심지어 장관들이 모인 공식 회의 석상에 참석한 인물이 준비한 노트라는 점에서 이 내용이 진지하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약 보름 전에는 영국 정부가 아직 브렉시트 탈퇴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정부 문서가 유출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 계획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영국 #브렉시트 #테레사 메이 #유럽연합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