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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보건복지부 실무라인을 제쳐 놓고서 청와대가 직접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28일 한겨레가 복지부와 청와대 등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안 전 수석이 삼성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연금 건은) 안 전 수석이 다 한 거다”라고 말했다. 경제수석이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을 뛰어넘어 사실상 ‘최종 지휘’한 것이다.

연금의 독립적인 의사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종적인 지휘는 경제수석인 안종범씨가 했다. 이 사안에 고용복지수석보다 경제수석이 더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실을 통로로 활용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쪽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건에 대한 의결권 결정 방식도 청와대의 지침대로 진행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께 “복지부에서 하지 말고, 연금공단에서 자체 결정하게 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떨어졌다”며 “공단에서 우리한테 보고를 와서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복지부의 실무라인은 놔둔 채 공단 쪽에 직접 지시했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연금 쪽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있으니까,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홍완선 본부장은 삼성 합병 관련 의결권 결정에 앞서 지난해 5월26일~7월7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삼성 쪽 임원을 세차례 면담했다. 지난해 10월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홍 본부장이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도 나기 전에 이 부회장을 만난 일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의 문형표 전 장관 또한 안 전 수석과 호흡을 맞춰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문형표가 다 한 일이다. (안종범이) 문형표한테 직접 전화해 처리했다는 건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잘 아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연기금마저 사익화했다. 안 전 수석과 문 전 장관, 홍 전 본부장 등을 동원해 삼성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줬다. 삼성도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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