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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언제나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 사회의 각종 문제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그의 전작 ‘스승은 있다’, ‘하류지향’, ‘교사를 춤추게 하라’ 등이 그러했다. 하나씩 문제를 끄집어냄이 자유롭다. 억지스럽지 않다. 저절로 ‘진짜 그런 문제가 심각하겠네.’라고 생각된다. 해결 방법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 다를 것이다. 이번 내용 역시 일본 사회의 각종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우치다 타츠루의 날카로운 문제 제기로 함께 들어가 보자.

1. 경제성장률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성장이 멈추면 일본은 끝입니다”하고 단언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끝’입니까? 2012년 경제성장률 세계 1위는 리비아입니다. 카다피가 죽고 내전 상태에 있는 나라가 성장률에서 세계 1위입니다. 2위는 시에라레온입니다. 독립 이래 내전이 계속되고, ‘국민의 평균 수명이 세계에서 제일 짧은 나라’라고 안타까워하는 시에라레온이 2위입니다. 3위는 아프가니스탄입니다. 미국이 철수하고 나서 카루자이 정부와 탈레반 사이 내전이 시작될 것이 너무도 확실한 아프가니스칸이 말입니다. 이런 나라가 보여주는 높은 성장률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이 도대체 어떤 상관이 있는지, 경제성장론자는 설명할 의무가 있을 겁니다. …. 1인간 국민소득이 최고인 나라, 경제지표로 볼 때 ‘어느 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는 룩셈부르크입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연간 0.34퍼센트, 세계 148위, 아시다시피 일본보다도 훨씬 아래입니다.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오스트리아도 스위스도 노르웨이도 덴마크도 일본보다 성장률은 훨씬 아래입니다. 그런 나라는 ‘왜 끝이 아닌지’ 누군가 설명해 주길 바라지만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책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저)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니까 우리의 사정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그들과 비슷한 규모의 국가들보다 경제성장률이 앞서 있음에도 성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구호 아래 끊임없이 뛰고 있다고 우치다 타츠루는 지적한다. 더욱 문제는 아무도 이런 구호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장 외에 다른 선택지에 대한 고민 없이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태에 놓여있다고 본다. 우리의 모습 역시 겹쳐진다. 정답이 무엇일지 모르지만 한 번쯤 의문은 가져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2. 아버지의 권위 상실은 전세계 동시 다발적 상황이다.

“우리들이 아버지의 권위가 실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그렇게 되도록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런 (분명히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한 것일까요. 한마디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시장의 요청’입니다. …. 부권제 가족에서는 ‘아이의 욕망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아이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없고, ‘아이의 욕망을 모르는’ 아버지가 아이 삶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욕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약함도, 여림도, 버릇없음도, 교활함도, 비겁함도 전부 알고 있습니다. 제 분수를 모르는 아이의 자체 평가나 자만심, 불안도 다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머니가 자녀의 진로 선택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 반복해서 말합니다만, 부권제 사회에서 가부장은 아이의 삶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 대한 가부장의 평가는 ‘체계적으로’ 틀렸습니다. 그리고 틀렸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 지금은 다릅니다.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평가는 옳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적절한 평가’를 기초로 아이에게 내리는 지시를 두고 아이들은 반론할 수 없습니다.” (책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저)

우치다 타츠루는 지금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둘 다 동시에 한다고 본다. 아버지처럼 엄청난(혹은 말도 안 되는) 기대에 아이를 꾸짖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냉정하게 아이의 실력을 평가한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렵다. 특히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어머니와 맞서 싸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결정적으로 이 경우 아이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제약이 많고, 어떤 선택을 해도 혼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며 자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진로 결정을 내리던 예전의 아버지도 때로는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그런 아버지를 보기는 어렵다.

3. 소득과 생활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면 좋을 텐데, 매달 자기 소득을 넘지 않는 소비를 하면 저축도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할까. 이처럼 ‘분수를 모르는 소비자’의 행동양식이 사회적으로 요청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나이의 남자라면 이 정도의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표준이라는 모델을 미디어가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자신의 가처분 소득과 아주 동떨어진 경우에는 욕망이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궁전에서 살고 싶다거나 전용 제트기로 출퇴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모델을 제시해도 욕망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항상 ‘조금만 무리하면 손에 닿을 것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심코 한 발을 내딛게 됩니다. 돈이 조금 모자라면 ‘대출을 좀 받으면 되지’ 하고 생각합니다. 빌려주는 곳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구조적으로 분수에 넘는 소비를 하게 됩니다.” (책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저)

소득과 소비가 같으면 0, 소득이 소비보다 많으면 저축이 가능하고, 소비가 소득보다 많으면 빚을 지게 된다. 초등학생도 잘 아는 내용이다. 문제는 빚을 내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빚을 내서라도 (광고 속에 나오는) 남들처럼 소비를 하게 유도하는 사회 역시 문제다. 그것 때문에 소득과 생활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경우였다. 지금은 연간 엄청난 수입을 올리던 사람들도 자신의 소비 수준을 감당 못하고 파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조금 무리를 하는 소비생활 역시 시장이 그렇게 요청하고 있어서라고 우치다 타츠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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