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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는 놀랍도록 박정희 정권을 찬양하고, 친일파 부분은 대폭 축소시켰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한 가운데 현대사 부문에서 아버지 박정희 정권의 공을 강조하고 친일파의 행적은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11월28일 중학교 '역사 1' '역사 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 총 3권의 국정 교과서를 공개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월26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여러 종류의 역사교과서가 있지만 대부분이 편향된 이념에 따라 서술되어 있는 등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현장검토본은 완성본에 앞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작하는 시안 형태의 교과서를 말한다.

1. 박정희 정권의 치적을 무려 9쪽에 걸쳐 서술했다

14일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열린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교과서를 공개하며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박정희 유신체제의 그늘보다는 성과를 강조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260~269쪽까지 무려 9쪽에 걸쳐 박정희 정권을 자세히 설명하며 ‘공’을 부풀린 경향이 뚜렷했다.

“정부는 수출 진흥 확대 회의를 매달 개최하여 수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등 수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제1, 2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기간에 수출은 연평균 36%로 급격히 늘어났다. 박정희 정부는 지속적인 산업화와 경젱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연구 개발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과학 기술 진흥 정책을 수립하였다” 등과 같은 서술이 대표적이다. (한겨레, 11월28일)

2. 박정희의 5·16 쿠데타의 '혁명공약' 6개까지 담겼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이준식 장관이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를 긍정적으로 묘사했고 이들 쿠데타 세력이 내세운 6개 항목의 ‘혁명 공약’까지 실었다.

국정교과서에는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정변을 일으켜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고, 방송국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을 장악하였다. 그들은 사회적 혼란과 장면 정부의 무능, 공산화 위협 등을 정면의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기술했다. 기존 검정교과서들은 단순 군사정변만 서술하거나 장면 내각의 군비 축소계획에 대해 일부 군인들이 불만을 가졌다는 내용도 함께 실려있다. 국정교과서에는 별도의 코너(역사 돋보기)로 반공을 중시하고 경제개발에 주력할 것임을 밝힌 '혁명공약'을 따로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 11월28일)

3. 친일파 기술은 대폭 축소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부의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기존 '친일파'란 명칭은 대부분 '친일 인사'나 '친일 세력'으로 표현이 바뀌었고, 기술 분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광수, 박영희, 최린, 윤치호, 한사룡, 박흥식 등 많은 지식인, 예술인, 종교인, 경제인이 친일 활동에 앞장섰다"는 수준으로 기술해 어떤 '친일' 행렬에 가담했는지 알 수 없게 해놨다. 심지어 중학교 '역사 2'에는 친일파에 대한 내용은 단 10줄에 불과하다.

반면 현행 검정 교과서 가운데 금성출판사 한국사 내용에는 친일 행적의 문제점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광수나 최남선과 같은 저명한 문인들은 조선 민중들에게 징병과 학도병에 지원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등 자신들의 문학적 재능을 조선 청년들이 전쟁터로 나가게 하는 데 이용하였다. 홍난파와 현제명 등은 일제의 침략 전쟁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하였고, 김은호와 김기창 등은 일제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그림을 그렸다. 화신 백화점 사장 박흥식을 비롯한 친일 자본가들은 국방 헌금을 내거나 비행기와 무기를 구입하여 일본군에 헌납하였다” (한겨레, 11월26일)

4. '1948년 8년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

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붉은색 원안)이 사용돼 있다.

이번 국정교과서에서는 '1948년 8년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됐다. 그동안 뉴라이트 역사학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1948년 대한민국 수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1948년 8월 15일에 정부가 수립됐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국가'가 완성됐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대한민국 수립'으로의 변경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 정신을 부정한다는 비판이 곧장 제기된다.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1948년 이전의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퇴색시키고 친일 세력까지 건국 공로자로 인정해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5. 정작 현대사 전공자는 한명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유은혜 의원 등 교문위 야당 의원들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 역사학자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대신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다른 전공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명의 교수와 1명의 현장교사가 참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현 국사편찬위원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주로 연구해온 정치학자이며 중앙대 김승욱 교수와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경제사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들로 평가받는다. 김낙년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 왔다.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정치학자이고, 나종남 교수는 육사를 졸업한 장교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거쳐 현재 육사에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 역사학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수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집필진에 있어서 현대사 집필진 7명 중에 현대사 전공자는 없었고, 4명이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나 ‘교과서포럼’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2명 역시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집필진으로 가득 찼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현대사 집필진 편향 논란에 대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우리 역사는 세계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또 현대사학계와 사회과학계열 사이의 학제간 연구가 깊을수록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 운동을 기술한 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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