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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 도널드 트럼프가 역대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이유

  • 허완
  • 입력 2016.11.28 09:53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speaks at a Bollywood-themed charity concert put on by the Republican Hindu Coalition in Edison, New Jersey, U.S. October 15, 2016. REUTERS/Jonathan Ernst     TPX IMAGES OF THE DAY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speaks at a Bollywood-themed charity concert put on by the Republican Hindu Coalition in Edison, New Jersey, U.S. October 15, 2016. REUTERS/Jonathan Ernst TPX IMAGES OF THE DAY ⓒJonathan Ernst / Reuters

세계 20여 개 국에 산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개인사업들이 해당 국가에서 '정경유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문제다.

그리고, 이건 꽤 심각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장문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글로벌 정경유착' 스캔들에 휘말릴 가능성, 헌법 위배 가능성 등을 조명했다.

이 기사에서 주요 사례로 언급된 곳 중 하나는 필리핀이다.

NYT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자 호세 E.B.안토니오를 '조용하게' 대미(對美) 통상담당 특사로 지명했다.

안토니오는 트럼프와 손잡고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수도 마닐라 금융단지에 57층 빌딩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던 인물이다.

NYT는 안토니오가 트럼프 당선 후 재빨리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이 사업에 초기부터 협력해왔던 트럼프의 자녀들을 면담했다고 전했다.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해왔던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트럼프 타워에서 말이다.

안토니오의 아들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필리핀의 거부 중 하나인 로비 안토니오는 마닐라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500여명의 고객과 친구 등 앞에서 "우리는 계속 당신이 즐기면서 자랑스러워 할만한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일가와 안토니오 일가가 필리핀에서 '트럼프 브랜드' 리조트 등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트럼프 호텔 리우'는 브라질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국 대선 수주일 전, 브라질의 2개 연금기금이 이 호텔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불법 커미션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 호텔은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지분이 없고, 그의 브라질 사업 파트너인 'LSH 바라'의 소유다.

브라질 검찰은 이 두 연기금이 투자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사법부에 쉽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달리 브라질은 사법 독립성이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브라질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수사를 덮으려 해도 장애물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이 미국 워싱턴에 새로 문을 연 '트럼프 호텔' 오프닝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2016년 10월26일.

인도는 미국을 빼면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의 사업들이 어느 곳보다 많은 국가다. 트럼프의 업체는 인도의 유력 정당과 혈연 관계로 얽힌 기업들과 손잡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인도 정부가 '트럼프 프로젝트'에 특혜를 주려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영 은행에 압력을 넣어 대출을 늘려줄 가능성 등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트럼프 일가가 인도의 다른 개발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정계와 유착해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소개했다.

2012년 마하라시트라 주(州)의 장관이었던 프리트비라즈 차반은 "트럼프와 그의 파트너들이 허용될 수 없는 특혜를 요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또다른 함정은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사업의 파트너 중에는 정치인들도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에서 대부분의 개발업자들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한 듯한 결정을 내린 경우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한 터키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가 대선과정에서 '무슬림 미국입국 금지'를 주장할 때만 해도 이스탄불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작년 '불발 쿠데타' 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한 강경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 주장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업적 이익을 외교정책에 연동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자신의 골프 코스 보호를 위해 해안에 홍수방지용 제방을 쌓으려는 트럼프그룹의 시도가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아일랜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관심사다.

아르헨티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아르헨티나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의 전화 통화 다음 날, 이 통화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의 아르헨티나 측근 펠리페 야유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트럼프 타워 건설 공사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그는 수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지연시켜왔던 도시계획지구 제한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디언 11월27일)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 이런 사업들은 미국 국내에서 향후 '이해충돌' 논란을 낳고 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은 자녀에게 사업을 맡기고 자신을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 정부로서는 이런 사업을 호의적으로 다뤄 미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생길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이는 정권과 정치 엘리트가 지배하는 대기업들이 서로 엮이면서 생기는 부패를 비판해온 미국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벌써부터 여야 전직 정부 관료들로부터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 정부와 트럼프 일가의 사업적 관계가 미국의 외교적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의 사업체가 있는 국가의 미국 외교관들이 트럼프 일가의 사업적·정치적 파트너들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조지 W. 부시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던 마이클 J. 그린은 "미국과 해외에 이런 (기업)제국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며 "이건 정말 건국 이래 유례가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소 20개국에 그의 사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사업체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우루과이 등은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여기에는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버뮤다, 파나마, 세인트 마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제르바이잔, 스코틀랜드도 들어가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NYT는 "트럼프가 납세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의 복잡한 글로벌 금융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헌법 위배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자신 또는 자신의 가족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연방법이 막지는 못한다. 대통령은 대부분의 이해상충 관련 법에서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의 '보수 조항'은 트럼프는 외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자금이나 선물을 받는 걸 금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 기준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뉴욕 트럼프 타워의 사무실을 중화인민은행에 임대하거나, 외국 외교 인사들과의 미팅을 자신의 호텔에서 갖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뉴욕타임스 11월27일)

오바마 행정부의 윤리 고문으로 일했던 노만 아이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이건 재앙적인 상황이다. 대통령에 오를 사람이 국내와 국제적으로 방대한 사업적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이해관계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임무와 상충하고, 충돌하고, 부딪칠 것이다."

"외교 안보야말로 공공의 이익과 사적인 이익 사이의 이해상충이 가장 심각한 분야다. 트럼프가 전 세계에 이런 사업들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동맹국에 우호적이거나 적대국에 맞설 때 그게 정말 미국의 국가적 이익을 위한 것인지 자기 주머니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가디언 1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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