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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200m 앞까지 열린 오늘 서울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집회시위 역사를 새로 쓸 예정이다

  • 허완
  • 입력 2016.11.26 06:28
  • 수정 2016.11.26 06:30
ⓒ연합뉴스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청와대 앞 200∼400여m 구간 행진이 허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청와대 인근을 포함한 경로의 행진과 집회를 허용해 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25일 일부 받아들였다.

퇴진행동은 당일 본 행사 시작 전인 오후 4시부터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새마을금고 광화문 본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신교동로터리 등 청와대 인근을 지나는 4개 경로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중 청운동 주민센터가 있는 신교동로터리는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창성동 별관은 청와대와 직선거리로 460여m,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는 청와대에서 직선으로 400여m 떨어진 지근거리에 있다.

신고된 행진 인원은 신교동로터리를 지나는 경로만 2천명이며, 나머지 3개 경로는 2만명이다. 이 일대 도로 폭이 그리 넓지 않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그럼에도 법원은 그간 4차례 열린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에서 건강한 시민의식이 발현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법원은 이날 결정문에서 "최근 몇주간 동일한 취지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민들은 건강한 시민의식과 질서 있는 집회 문화를 보여줬다. 시민들의 자제와 배려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한다"며 "(경찰이 금지 이유로 언급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라는 추상적인 위험성은 집회와 행진 장소를 전면 불허용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이번 집회와 행진의 목적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와 책임을 촉구하는 데 있으므로 항의의 대상과 집회·행진의 장소는 밀접한 연관관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앞 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집회와 행진으로 교통불편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원활한 교통을 확보해야 할 공익때문에 집회와 행진의 장소를 항의 대상과 분리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통 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집회를 금지해왔던 경찰에 제동을 건 셈이다.

앞서 법원은 12일 집회에서 청와대 남쪽 약 1㎞ 거리인 율곡로와 사직로 행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했고, 19일 집회에서는 청와대에서 400여m 떨어진 창성동 별관과 세움아트스페이스 행진도 낮 시간대라는 조건을 달아 허용했다.

다만 19일 집회에서는 법원이 허용한 시간대와 주최 측이 애초 계획한 행진 시간대가 맞지 않아 결국 해당 구간 행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도 비록 낮 시간대인 오후 1시∼오후 5시30분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청와대에서 200∼400여m 떨어진 지점을 행진하며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포위하는 이른바 '청와대 인간띠 잇기' 행진이 마침내 실현되는 모습이다.

이들 구간 행진이 허용됨에 따라 경찰이 앞서 금지 통고한 푸르메 재활센터 앞(신교동로터리)·새마을금고 광화문 본점 앞·창성동 별관 앞·세움아트스페이스 앞에 신고된 집회도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된다.

이는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와 현실적으로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거리다. 해당 지점에서 시위대가 일제히 구호를 외치면 청와대까지 소리가 충분히 전달될 만큼 가깝다는 점에서 집회·시위 역사에 큰 이정표로 남을 전망이다.

매번 교통혼잡과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행진 구간을 제한한 경찰은 일단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되 법적 대응은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결정을 존중해 당일 안전사고 없이 행진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즉시항고와 본안 소송 등 법적 절차를 거쳐 해당 구간 행진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지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야간에 행진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이 수차례 검증됐음에도 이를 제한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청와대와 근접한 4개 지점에서 사상 최초로 동시에 집회와 행진을 보장한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주최 측은 26일 집회에 서울에서만 150만명, 전국에서는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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