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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은 또 한 번의 금융위기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Carlo Allegri / Reuters

트럼프 집권 후 금융 서비스 영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간단한 대답은 '금융 위기 후 오바마 집권 당시 만들어진 규제의 뼈대가 흔들릴 것'이다. 이것은 우려해야 할 일인가? 역시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다. 매우 크게 우려해야 할 일이다'. 트럼프의 인수위원회 웹사이트에서 말하는 은행과 금융 서비스 개혁의 주요 목표는 '도드 프랭크 법'의 해체다. 트럼프는 '글래스-스티걸 법'의 21세기 버전으로 도드 프랭크 법을 대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정책은 인기가 높았다.

도드 프랭크는 무엇이며, 공화당이 미국의 규제를 흔드는 주요 표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 규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일단 인정하자. 좌파는 규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공화당과 금융 서비스 업계는 정부 규제에 따르기 위한 비용(compliance cost)이 늘어나고 판매 가능한 금융상품의 종류가 줄어들어 이윤 하락을 압박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도드 프랭크는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한 의회의 대응이었다. 2010년에 제정된 도드 프랭크 법안은 미래의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조치, 금융 위기가 일어난다면 그 결과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업계의 소비자 보호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도 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금융 시장에 대해 이뤄진 국가의 가장 큰 개입이기도 했다.

트럼프 측은 대공황 시절의 법으로 도드 프랭크를 대체하는 게 해결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글래스-스티걸로 알려진 1933년의 은행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엄격히 분리했으며, 대공황의 실패에 대한 가장 중요한 법적 대응 중 하나였다. 이 법은 21세기 초까지는 미국의 은행 시스템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간단하고 짧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며 성공적인 법안으로 칭송 받았다. 그때는 왜 이 법을 다시 도입하지 않았을까?

글래스-스티걸 법 같은 조치는 클린턴 부부가 폐지하기 전까지는 잘 작동했고, 이 법의 폐지가 금융 위기를 불렀다는 게 공화당의 메시지다. 트럼프 측은 도드 프랭크를 글래스-스티걸로 대체하면 공약이 쉽게 이뤄진다고 한다. 글래스-스티걸은 양당 모두 지지하기는 한다. 공화당 측은 물론, 그리고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가 이 법안을 되살리는 것에 찬성했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2차 대전 후 미국 금융이 안정적이었으며 번영했던 것은 은행가들이 통제 불가능한 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을 막은 온갖 법과 규제망과 관련이 있다. 글래스-스티걸은 이러한 망의 중요한 요소였지만, 훨씬 더 큰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퍼즐의 한 조각만을 되살리자는 것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솔직하지 못한 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곧 들어설 트럼프 정권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완성된 일련의 규제를 허물고 금융 업계에 대한 국가의 감시를 없애자는 것이다.

대공황 시대의 규제의 현대판을 원하는가? 글래스-스티걸 법의 21세기 판도 있긴 하다. 그게 도드 프랭크다. 트럼프가 2008년 이후의 규제 중 상당 부분을 없애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현재 규제의 선조격인 1930년대 법을 다시 가져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규제 철폐와 금융 위기는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을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공화당은 규제가 심해 관료제와 비효율성이 판을 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시장을 풀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 폐지(혹은 통제 부재)와 위기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한 것은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였다. 그에 따르면, 시장은 선천적으로 위기를 향해 가는 성향이 있다. 내버려두면 금융업자들은 점점 줄어드는 이윤을 놓고 싸우며 위험을 점점 더 많이 감수할 것이다. 그 결과 경제의 어떤 부문에서든 폭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통제 불능 상태를 막기 위해 시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민스키의 연구 및 2008년 이후 상당수의 연구의 결론이었다. 여기엔 비용과 관리의 부담이 딸려온다. 금융부문이 덜 역동적이고 더 작아져야 한다. 이게 바로 안정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미국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뽑으면서 보호무역 확대, 보다 엄격한 규제, 월스트리트에 대한 더 강경한 태도, '진짜' 경제에 집중하는 정책들을 선택한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인수위의 계획은 그와 정확히 반대된다. 은행들이 도드 프랭크의 제한에서 벗어난다는 건 미국 금융에게 있어서는 아주 좋은 소식인 동시에 시민들에겐 나쁜 소식이다. 중서부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과거에 통했던 '단순한' 해결책을 되살린다는 수사를 좋아할지 모른다. 미국 경제가 복잡한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단순한' 해결책에 대응할 때도 그들이 기뻐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K의 A Trumpian Deal, And The Path To The Next Financial Crisi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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