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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공연한 최초의 서방 록밴드의 다큐멘터리가 암스테르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2015년 8월 15일,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 북한 최초의 서방 록밴드 공연이 열렸다. 그 주인공은 슬로베니아의 아방가르드 인더스트리얼 밴드 라이바흐.

당시의 공연 준비 과정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세계 최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암스테르담 영화제(IDFA)에서 지난 19일 첫 상영됐다.

라이바흐의 평양 공연은 공연 확정 발표 당시부터 큰 화제였다. '파시스트 록밴드' 라이바흐가 파시스트 독재국가로 일컬어지는 북한의 수도에서 공연을 한다니!

1980년 티토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결성됐던 라이바흐는 복장부터 가사,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도발적으로 파시즘의 이미지를 활용해왔다. "나치 스타일 복장과 나치 치하 독일을 연상시키는 내용의 도발적 공연"과 같은 표현은 라이바흐를 소개할 때 즐겨 사용된다.

북한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다큐멘터리의 트레일러를 보면 북한 당국의 관료가 밴드 일행을 초청한 저녁 자리에서 라이바흐를 혹평하며 평양에 초청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회신을 전한다:

"라이바흐는 끔찍한 록그룹이며... 히틀러 스타일의 연출과 복장으로 네오나치로 간주된다. 이 밴드는 그들이 세계의 독재국가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해 비웃는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끔찍하다! 만일 라이바흐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면 그들은 도발을 행할 것이며 이 사회주의 체제에 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므로 신뢰와 확신 없이 우리는 당신들을 초대할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라이바흐를 북한으로 초청하게끔 연결한 모르텐 트라빅은 어떤 수를 썼는지 공연을 성사시켰다. 19일 암스테르담 영화제에서 열린 초연에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나와 라이바흐의 평양 공연에 대해 특유의 장광설을 발사했다:

지젝: "라이바흐의 북한 공연은 21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문화 이벤트"

다큐멘터리는 대체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모든 부조리와 미심쩍은 반(半)풍자에도 불구하고, 라이바흐는 실제로 북한과 접촉했고 벽에 균열을 냈다"면서 다큐멘터리에 별점 4점(5점 만점)을 줬다.

2015년 8월 공연에 앞서 공개한 라이바흐의 '백두산으로 가리라'. 북한 모란봉 악단의 노래를 커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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