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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vs 재래시장' 이분법과 포퓰리즘

무리수 하에서 진행된 의무휴업일은 재래시장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지 않았다.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마트 열지 않는다고 시장을 찾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바보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에 그 범위를 백화점과 면세점, 하나로마트까지 폭넓게 넓혔다.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므로 대형 유통업들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통제해봤자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다.

  • 김영준
  • 입력 2016.11.25 12:10
  • 수정 2017.11.26 14:12
ⓒshutterstock

사람들은 이분법을 참 좋아한다. 이것은 A 아니면 B로 사안을 극도로 단순화시켜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 구도는 오히려 실제 현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한다. 대형마트 vs 재래시장의 이분법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알기를 '대형마트는 저렴하다'로 인지하고 있지만 사실 막상 장보러 나가 보면 저렴하지도 않다. 농수산물, 신선식품의 경우엔 재래시장이 더 저렴하고 신선도도 이쪽이 더 낫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대형마트를 가는가 하면 '편의성' 때문이다. 주차도 편하고 쇼핑하기도 편하고 다양한 상품을 폭 넓게 취급하며 그 상품을 차에 적재하기도 편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트를 찾는 것이고 이에 맞춰서 마트의 비치 상품들도 간편식품, 미리 손질한 재료 등 편리성을 더 높인 상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때문에 더 저렴하고 신선한 농수산물, 신선식품을 찾는 사람들은 시장을 향하고 더 편리한 쇼핑을 원하는 쪽은 마트를 찾는다. 즉, 양쪽을 찾는 고객 집단이 서로 다르다.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마트 열지 않는다고 시장을 찾겠는가?

물론 재래시장이 상권을 장악 중인 곳에 마트가 들어서면 편리성을 찾는 소비자층이 그쪽으로 몰리게 되므로 재래시장의 총매출에 악영향이 끼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엄연히 포지셔닝이 다른 것을 저울의 양쪽에 달아놓고 비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다.

이러한 무리수 하에서 진행된 것이 의무휴업일이고 실제로 의무휴업일은 재래시장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지 않았다.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마트 열지 않는다고 시장을 찾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바보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에 그 범위를 백화점과 면세점, 하나로마트까지 폭넓게 넓혔다.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므로 대형 유통업들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통제해봤자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지역구민들에게 '나는 이렇게 선한 사람이다'라고 어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런 걸 포퓰리즘이라 한다.

아마도 지역구민들에게 '나는 이렇게 선한 사람이다'라고 어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런 걸 포퓰리즘이라 한다. 목록의 저 포퓰리즘을 행하는 정치인들 이름을 잘 기억해두자. 행여 진심으로 이분법적 구도를 믿는 정치인이라면 포퓰리즘보다 더 답이 없다. 그 사람은 의정을 행할 기본적인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대형의 공세에서 중소형이 살아남는 방법은 대형이 취하는 포지션과는 다른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찾는 것이다. 지금의 재래시장이 그렇다. 과거에는 재래시장과 마트에서 파는 상품의 가격차가 별로 크지 않았다. 지금은 마트와 재래시장을 서로 비교해보면 상품 가격차가 생각보다 제법 난다. 더군다나 좀 늦은 시간에 떨이로 나오는 물건들의 가격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은 마트가 압도적인 편의성으로 공세를 하자 재래시장 상인들도 (딱히 의도하거나 원하진 않았겠지만) 생존을 위해서 더 저렴하고 신선한 상품으로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게다가 요즘 시장은 옛날과는 달라서 가격 정찰제를 하고 있다. 경쟁이 재래시장으로 하여금 이렇게 변화하게 만든 것이다. 그저 대기업 유통업을 악으로 보고 대립관계로 둬서 비난할 것이 아니다.

모든 책임을 대형 유통업체에 돌리고 악이라고 규정하면 결국 양쪽 모두와 소비자까지 전부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의 경쟁력은 좀 더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아마 대형 유통업체와 비교해서 가장 부실한 영역은 위생/청결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도 시장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깨끗하지 않은 인상이며 때로는 냄새나는 구정물이 고여있거나 더러운 스티로폼을 받침대로 쓰는 경우가 있다. 이건 아무래도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일반적인 소비자보다 1-2세대, 크게는 3세대 이전의 사람들이기에 아무래도 위생 개념이 다소 약한 점도 감안을 해야 할 것이다.

시장 상품들의 디스플레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외의 시장을 가보면 가장 깔끔하기 어려운 수산물쪽도 굉장히 깔끔하고 둘러보고 싶게 디스플레이를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지역의 구의회들이 해줘야 할 것들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선진국의 시장을 벤치마킹하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시장 상인들도 경쟁력에서 뒤쳐진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형마트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힘든 것임을 인지하고 그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책임을 대형 유통업체에 돌리고 이쪽을 악이라고 규정하면 결국 양쪽 모두와 또 거기에 더해 소비자까지 전부 득이 될 것이 없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면 마트와 시장간의 농수산물 가격차가 이 정도나 났을 것 같은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저런 의도는 경계하는 게 좋다. 그리고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정치인들도 정신 좀 차리시길 바란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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