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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남성이 '정신건강'에 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독한 남성성'은 여성들에게만 나쁜 게 아니다.

자신이 여성을 지배한다고 생각하거나 ‘플레이보이’ 행동을 고수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심리적 문제가 있을 확률이 현저히 높았다. 그리고 도움을 구할 가능성도 더 낮았다고 미국 심리학 협회의 새 연구는 밝혔다.

21일 카운슬링 심리학 저널에 실린 이번 연구는 대규모 메타 분석으로, 남성 2만 명 가량에 대한 78건의 연구 샘플에서 '남성적 규범 준수'와 '정신 건강' 사이의 관계를 관찰했다. 대상은 주로 백인이었으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남성성에 대한 사회의 전통적 기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11가지의 규범을 사용해 샘플들을 평가했다. 그리고 정신 건강상의 긍정적/부정적 결과 및 도움을 구하는 행동과의 관련을 살폈다.

남성성의 11가지 규범

• 승리욕

• 감정 조절 필요

• 위험 감수

• 폭력

• 지배

• 성적 난잡함 (‘플레이보이’)

• 자기 의존

• (직업에 부여하는 중요도)

• 여성에 대한 지배

• 동성애에 대한 경멸

• 지위 추구

전반적으로 '남성적 규범'에 대한 순응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 약물 남용 이슈, 나쁜 신체 이미지' 등 부정적인 정신 건강 결과와 연관이 있었다.

그리고 특히 강한 연관을 보인 세 가지 규범이 있었다. '자기 의존', '여성에 대한 지배', ‘플레이보이’ 행동이었다. 이중 '여성에 대한 지배'와 ‘플레이보이’ 행동은 성차별주의자 태도 및 행동과 가장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남성적 규범에 대한 순응과 여성에 대한 지배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에 대한 발견은 놀랍다. 성차별은 사회적 불평등이며, 성차별주의자들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궁극적으로 해가 될 수 있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심리학자 Y. 조엘 웡 박사가 허핑턴 포스트에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성차별적 규범에 가장 순응하는 남성들은 자신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도움을 구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남성적 특징이 정신 건강에 위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신 건강과 관련이 없었다. 위험 감수는 양쪽 모두와 관련이 있어, 어떤 종류의 위험한 행동이냐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유독한 남성성

이처럼 남성성과 정신 건강의 복잡한 관계를 파헤치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했듯 이는 복잡하며, 인종과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압력, 일상적 인종차별 등에 시달린다고 느낄 때면, 이로 인해 잃어버리는 자신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채플 힐의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젠더와 인종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위즈덤 파월 박사가 미국 심리학 협회와 인터뷰를 하며 한 말이다.

이번 메타 분석의 저자들은 젠더, 교육 수준, 정치적 성향, 문화적 영향 등이 남성적 규범에 따르려 하는 남성의 성향에 미치는 영향은 살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도 살필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선거 운동에 대한 반응으로 성차별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은 이번 달에 15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했다는 비난을 받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또한 자신이 여성을 공격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자랑했던 것을 ‘남자들이 탈의실에서 나누는 농담일 뿐’이라고 변명해, 성차별주의자가 남성성을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성차별주의자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여성에 대해 공격적인 유권자일수록 트럼프를 지지하는 확률이 높았음을 발견한 정치학자들도 있었다.

저레드 예이츠 색슨이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의 미국에서의 유독한 남성성에 대해 썼던 것처럼, 중년 백인 남성의 사망률이 높아졌다. 마약 과용, 자살, 알코올 관련 질병 등 심리학자들이 ‘절망 죽음’이라고 부르는 사인이었다.

“[트럼프는] 내가 어린 시절 알았던 노동 계급 남성들과 가장 동떨어진 사람이지만, 그가 여성을 비하하는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말에서 자신의 절망의 메아리를 듣는다. 그런 남성성은 일시적으로 남성들을 일상의 압력에서 피할 수 있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건 필연적으로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남성, 특히 트럼프 지지 기반의 다수를 구성하는 백인 남성들은 자신들의 가식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경향이 나타난다.” 조지아 서던 대학교 창작 교수 섹스턴의 글이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 중 여기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나타나는 지금은 남성성의 더 건강한 규범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볼 때다.

“사람들은 바뀔 수 있고, 규범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우리가 이런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남성들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적 규범에 따르는 행동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침묵을 지키지 말라.” 웡 박사의 말이다.

* 허핑턴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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