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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을 주무르는 국민연금 본부장이 뽑힌 과정은 정유라의 대학입시와 흡사했다

ⓒ한겨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라는 직책은 말그대로 국민연금의 투자·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의 규모는 500조 원인데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1500조 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연기금을 쥐면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뒤흔든다. '절대반지'에 필적하는 권능이다.

누구나 설설 길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기금이 110조 원. 한국 대통령이 와도 거들떠 보지 않는 거물 투자은행의 임원들이 국민연금 CIO가 온다 하면 맨발로 뛰어나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올해 2월 선임된 강면욱 국민연금 CIO의 평가 내역을 매일경제가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하여 24일 보도했는데 그 과정이 영 석연찮다.

서류평가 1등은 면접에도 못 올라갔고, 서류 9등인 강 본부장은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1등을 했다. 음... 너무 정유라 대학입시와 비슷하지 않은가? [관련기사] 정유라, 이대 입시서 면접 최고점 받아 '턱걸이' 합격했다

산정표에 따르면 서류평가에서 52.4점을 받아 18명 후보 중 1등 점수를 받은 Y씨는 7명으로 추려진 2차 관문인 면접에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서류평가에서 45.0점을 받아 중간 등수인 9등을 한 강 본부장은 사실상 턱걸이로 면접 대상자 7인에 올랐다. 강 본부장은 면접에서는 면접관 6명 전원으로부터 모두 최고점(평균 92.17점)을 받아 7명 가운데 1등을 했다. 2등은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CIO, 3등은 정재호 새마을금고 전 CIO, 4등은 공무원연금 CIO를 지낸 권재완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었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종 추천후보 4인 가운데 강 본부장을 최종 낙점했다. (매일경제 11월 24일)

강 본부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고등학교(대구 계성고) 및 대학교(성균관대) 후배다. 때문에 당시 국민연금 CIO 서류평가에 참여했던 한 자문위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외압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매일경제에 말했다. 강 본부장은 "안 전 수석과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본 적이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워낙 엄청난 자리다 보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지곤 한다. 전임 홍완선 본부장은 사실 기금운용에 관련된 경력도 별로 없는 인물인데 선임이 돼 논란이 됐다. 게다가 '진박 중의 진박', '진박 감별사'인 최경환 의원의 대구고 동기동창이라니 의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홍 전 본부장은 선임 이후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독립시키려는 시도로 당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갈등을 빚다가 본부장 연임 문제로 이사장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는 등 큰 마찰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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