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경선 경쟁자였다가 측근으로 변신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을 초대 내각 주택도시개발부(HUD) 장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직접 이런 구상을 공개했다.
I am seriously considering Dr. Ben Carson as the head of HUD. I've gotten to know him well--he's a greatly talented person who loves people!
— Donald J. Trump (@realDonaldTrump) November 22, 2016
"벤 카슨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나는 그를 매우 잘 안다.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주택 개선과 시가지 개발, 대도시 계획,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정책 마련, 저소득 가정을 위한 보조금 대여와 잠재적 주택소유자를 위한 모기지보험 등을 관장하는 자리다. 벤 카슨은 주택 정책이나 도시 계획 분야에서 그 어떤 경험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숀 도너번을 첫 장관에 임명하고 140억 달러(16조 5000억원)를 투입하는 경기부양을 그에게 맡겼다. 현 장관인 훌리안 카스트로 역시 '리틀 오바마'로 부상할 정도로 이 장관직은 중요한 자리로 꼽힌다.
카슨은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디트로이트에서 성장한 경험을 언급하며 자신이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는 도심 지역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 지역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대했다. 도심 지역이 취약하면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카슨이 한 말이다.
다만 카슨이 트럼프 당선인의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일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20일 "모두가 내가 내각에 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고 결론을 낸다면 매우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내심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장관으로의 입각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맙소사!)
카슨은 예일대학을 졸업한 뒤 미시간 의대를 거쳐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최연소 소아신경과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흔히 묘사된다.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히틀러를 칭송하는 극우 성향의 음모론자이자 진화론을 거부하는 인물이며, 빅뱅을 '허풍쟁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동화라고 주장하는 비합리적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그 어떤 장관직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