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36년 인생 중 29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기립박수를 받은 호주 국회의원의 연설(영상)

호주의 연방 하원의원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가슴 속 상처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야당인 노동당 소속 엠마 후자흐 의원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 주간'(White Ribbon Week)을 기념해 23일 자신의 경험을 눈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이 24일 전했다.

지난 7월 총선을 통해 의회에 처음 입성한 후자흐 의원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자신의 36년 인생 중 29년을 가정폭력의 영향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특히 13살까지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엄마를 향해 저지른 물리적 폭력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2차대전 참전 독일군인의 아들인 아버지는 가정폭력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시절, 가정폭력이 용인되던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역시 부인과 7명의 자녀에게 많은 폭력행위를 저질렀다.

신체에 대한 폭행과 함께 저녁 식사 때 그릇을 집어 던져 수년 동안 벽에 얼룩이 남아있기도 했다. 아내가 차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가지 못하도록 자동차 부품을 파손하기까지 했다.

후자흐 의원은 "어린 시절 엄마를 상대로 한 폭행이 나에게까지 가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고통은 (어머니와) 다를 게 없었다"며 "그것을 생생하게, 아주 자세하게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엄마와 함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고 값싼 숙소나 여성 보호소에서 많은 밤을 보냈다. 아버지가 찾아낼 것이 두려워 숙소를 종종 옮겨 다니기도 했다.

가정폭력 신고로 경찰 차량 13대가 한 번에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물리적 폭력은 멈췄다.

후자흐 의원은 "나는 이른 아침 시간에 경찰서에 앉아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그때 경찰관들이 분홍색 우유를 주었다"라고 소개했다.

후자흐 의원의 트위터 계정. '당신의 목소리가 떨릴지라도 언제나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잠시 집을 떠났던 엄마는 폭력이 계속될 것을 알면서도 집으로 돌아갔다.

후자흐 의원은 "1990년대에 아예 집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를 비난하는 것이 더는 가정폭력의 해법이 되지 않고, 엄마가 집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도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후자흐 의원은 가정폭력 추방 운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됐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해 의회 내에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약 5분의 연설이 끝나자 동료의원은 후자흐 의원을 안아주며 위로했으며, 다른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로 격려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폭력 #가정폭력 #폭력 #여성 #페미니즘 #호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