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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 이미경 퇴진 압력' 조원동..."손경식 회장이 먼저 전화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2일 저녁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만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밤늦게까지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다가 온 조 전 수석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내 심정이 어떻겠냐.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현재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말 못할 사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나는 세력이 없는 전문 관료다. 세력 싸움에서 나 같은 사람은 어디서든 불쏘시개로 쓸 수 있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조 전 수석은 2013년 말 씨제이그룹 손경식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손 회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으며, 여기에 관여한 제3자가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전 수석은 검찰에서 당시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요구는 청와대의 뜻이라며, 본인이 직접 씨제이에 전화해서 퇴진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대비를 위해 2시간 전쯤 집을 나선 조 전 수석은 긴장한 기색으로 전날 밤과 달리 말을 아꼈다. 한 손에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나선 조 전 수석은 “늦었다. 특별히 할말이 없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의 구속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된다. 다음은 조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

-씨제이그룹 인사에 영향력 행사했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드릴 말씀이 없다.

-대통령의 지시라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법원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주겠죠.

-내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할 말이 많을 거 같다.

=말 못할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제가 검찰에서 판단해 달라고 얘기했고, 검찰에서 강요미수 혐의로 하나를 갖고 영장청구를 했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죠. 내 심정은 어떻겠냐. 나도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는 게 아닌 거 같다. 법원도 현명한 판사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정치바람에서 억울한 부분을 가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거기다가 또 정치바람 불어오게끔 하는 게 안 됐으면 좋겠다.

-억울한 점이 있나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 17일 검찰에 출석할 때 “참담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게 준비한 말은 아니고, 얼핏 떠오른 말이다. 나도 나지만, 나라경제가 정말 엉망이다. 그걸 내 나름대로 일으켜 보겠다고 준비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 일이 생긴 건데… 잠깐 얘기하면 올해 5월 대통령이 이란에 가서 한국, 이란 기업인 네트워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하나도 안 됐다. 나라경제도 대우조선해양, 해운산업 다 어렵지 않느냐. 그래서 여러 가지 통로 통해서 안(청와대)에 얘기했는데 하나도 안 먹혔다. 나는 우리나라 조선, 해양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뭐... 만약 구속이 되면, 집사람은 그런다.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을 경제수석이 돼서 나라의 큰 그림을 그렸는데 만족해라. 구속 되고 안 되고는 천운인데 가족들은 나를 믿는다고 한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준비했던 그 계획이 무너지면 나라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해법을 못 내놓고 있지 않냐. 사실은 저는 했다. 이란을 다녀왔고, 이번에 이란 지도자도 만나기로 돼 있고, 사전협의를 위해 전자우편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 오는 12월3일에 만나기로 했지만, 내가 갈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그 계획은 원래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경제수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정책 경제수석 등 청와대에 여러 번 얘기했는데 제 말이 잘 안 먹힌다.

-어쨌든 씨제이그룹 이미경 사퇴 압력 등 의혹 중심에 있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다. (검찰에서) 설명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모르지만, 검찰에서 충분히 그 부분에 대해 소명하려고 노력을 했다. 어차피 정치게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불쏘시개라고 이쪽저쪽에서 생각한다. 나는 세력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전문관료였다. 그런데 이 정치게임에서 세력싸움 아니냐. 세력싸움에서 세력 없는 사람은 어디서든 불쏘시개로 쓸 수 있죠. 그렇게 억울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 아닌가

=죄송하다.

-마지막 얘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마지막이라도 할 수 없다.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죠.

-누군가가 운명을 질 문제는 아니다. 사실을 밝혀야 할 문제다.

=정치게임에서 희생양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죠.

-특검까지 가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제가 사건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꼭 밝혀지지 않을까요? 사필귀정이니까 밝혀질 것이다. 검찰에 진술한 것도 있고, 증거자료도 많이 제출했고…

-다이어리?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청와대에서) 갖고 나온 게 없다. 진술과 정황증거들이다.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력에 대해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한 가지만 말하면, 모든 언론보도가 내가 전화한 걸로 돼 있잖아요. 내가 전화한 거 아닙니다.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받은 겁니다. 그런 증거 같은 것을 같이 냈다.

-그쪽에서 이미경 부회장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인가

=그렇다. 하여튼 그것은 내가 전화를 한 게 아니라 받은 것이다.

-다시 한 번 정확히 묻겠다. 씨제이그룹 부회장 얘기를 그쪽에서 먼저 꺼낸 것인가

=그건 제가 지금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 전화가 왔다는 근거는 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상황판단의 얘기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다.

-보도가 그럼 잘못 나갔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 이게 진실게임 성격이 있다. 진실게임은 가려지기 힘들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충분히 상황을 설명드릴 수 있는 게 있다.

-성형외과 관련 의혹도 할 말 있지 않나

=내가 더 이상 얘기를 하면 안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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