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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동물 실험을 없애려면 이 과학자의 말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6.11.23 10:23
  • 수정 2016.11.23 11:08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가 지난 18일 '제1회 러쉬 프라이즈 아시아' 수상자로 김미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연구조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미주 연구조교수는 치과 치료 재료의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 방법을 개발·검증하는데 힘쓰고, 대체실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제 5회를 맞은 러쉬 프라이즈 수상 리스트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아마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은 저와 제 스승이자 선임인 김광만 교수님 정도가 거의 전부일 겁니다."

동물 대체 실험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란 그만큼 힘들다. 김미주 교수를 찾아 대체 왜 치과 재료로 동물실험을 하는지, 대체 실험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물학적 안전성 검사에 동물이 많이 사용된다고요.

=그럼요. 약은 물론 인체에 닿는 화장품이 유해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지를 검사하기 위해 토끼도 쓰고 개도 쓰고 쥐도 사용합니다.

잔인하다고 들었습니다.

=잔인하죠. 특히 치과에서는 치과 재료(아말감이나 레진 등)를 넣고 씹지 못하게 케이블 타이로 막은 다음에 나중에 죽여서 조직에 염증이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요. 나중에 희생될 때를 보면 동물들도 죽는 걸 알아서 거부를 많이 해요. 물기도 하고 발버둥도 치고.

토끼는 어떤 경우에 사용하나요?

=샴푸 등 눈에 닿는 제품을 개발할 때 사용해요. 동물의 눈에 직접 화학물질의 주입하여 자극성을 평가하는 실험인데, 토끼가 눈을 못 감게 하고 넣는 거예요.

개는요?

=예를 들면 호흡기로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같은 물질을 검사할 때 개를 사용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주로 비글을 쓰는데, 그 이유가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이라는 게 슬프죠. 치과 쪽에서는 비글의 치아를 뚫어내고 치과 재료를 채워 넣은 후에 나중에 죽이고 이를 뽑아서 조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검사합니다.

죽인다고요?

='이만 빼내고 살려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다 죽이고 이를 뽑아서 검사해요. 살리더라도 다른 실험에 이용해요.

동물 실험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동물 실험을 대체해야 하는 동인이 거기에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 낸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검사하기 위해 이런 실험들을 하는데, 사실 동물과 인간의 결과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죠.

선생님께선 이런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에 대해 연구하신 거죠?

=그렇죠. 인체와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동물에게 실험하기 보다는 인체의 조직을 세포 단위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고 그 시편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걸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공 세포를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세포를 단층으로 깔아서 실험했었지만, 최근엔 로레알이나 미국 쪽에서 진짜 인체와 유사한 구조로 레이어가 정형화된 것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인공 세포 수준에서 실험해도 동물을 이용해서 실험한 것과 유사한 정도로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거죠. 비용도 적게 들고 정량화하기도 쉽습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실험을 해도 오히려 결과를 정량화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얘긴데, 이 분야에 대한 수요는 있나요?

=수요는 법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내년 2월부터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이 시행됩니다. 화장품의 독성 실험을 할 때 이제는 검사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인공 세포를 사야겠죠? 당연히 치과 재료 동물 대체 실험 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 수요가 생길 겁니다.

지금은 수요가 없다는 얘기군요. 연구비를 구하기가 힘들겠네요.

=그렇죠. 재료를 만들거나 수입하는 데서는 파는 데 목적이 있으니 평가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안전성 실험을 하는 연구 기관들도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경희대, 서울대, 연대, 경북대 등에 치과 쪽으로 특성화되어서 독성 실험을 하는 기관들이 있는데, '이젠 치과 쪽도 독성 실험에 동물을 쓰지 마라'라고 법이 바뀌면 관심이 생기겠죠. 결국, 이건 국가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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