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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인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남학생에게 성차별 당했다"고 고발하는 편지를 썼다

ⓒ한겨레

서울대 올가 페도렌코 교수(인류학)가 최근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제목으로 7700자 분량의 글을 써 인류학과 대학원생들과 공유했다.(한국어로 번역된 전문을 읽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편지를 보면, 지난 10월5일 밤 9시께 캠퍼스를 혼자 걷고 있던 페도렌코 교수에게 서울대 남학생이 다가와 영어 단어 발음을 묻는 등 대화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한국어로 욕을 하며 격분했다. 페도렌코 교수는 미국 출신 여성이다.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고 있는데 남학생이 내게 멈춰 서 ‘coincidence’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날이 어두웠고,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이상한 요구였고 거리는 어두웠으며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학생은 물러서지 않고 영어를 가르쳐주기 바란다고 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서 무작정 그런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나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학생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행동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경비원을 부를 거라고 해도 학생은 막무가내였고, 더욱 화를 내며 한국어로 욕을 퍼부었다. 나는 괴롭힘 당했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한국인 여성들이 다가와 내게 괜찮은지 물었다. 여성들은 그 남학생과 대화를 시도했고, 남학생은 이 상황이 다 내 잘못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내가 자신을 거절했기 때문에 본인이 당황스러워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외국인은 다들 스몰토크(잡담) 나누지 않나? 미국 영화에선 그러던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 대화에 끼어들어서 어느 여성도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은 우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불안했고,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사실 두려웠다. 내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성이 얼마나 더 많을까?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남성이 내게 소리를 질러댈까? 낯선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북미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들은 낯선 사람과 잡담을 나누지 않는다.

외국인 여성에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권리를 행사하려던 태도가 우려스럽다. 모든 여성은 독립적인 주체다. 또한 남성이건, 여성이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당신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응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겪은 사건에 대해 다른 외국인 여성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들 역시 타인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려는 남성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것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성평등과 인권을 고민해야 한다. 이 숙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대가 다양성을 갖춘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한겨레>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도렌코 교수는 “다음날 동료 교수, 학생들과 이 사건을 상의했으며 경찰에 연락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이 편지를 써 11월 둘째주에 공개했고, 인류학과 대학원생들과 공유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가 공개편지를 쓴 이유는 “사회적 사안을 공론장에서 논의해 성차별, 외국인 괴롭힘, 인종적 편견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페도렌코 교수는 “남학생이 내게 한 행동이 왜 용납될 수 없는지 그 학생과 다른 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서울대 교수로서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남학생은 백인 여성이 자신의 제안에 응해야 하며, 대화 나누기 원해야 한다는 등의 편견을 상정했다.(모두 틀렸다!) 글로벌 대학인 서울대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인종적 편견, 성평등과 관련한 인권 문제다. 외국인 여성 교수로서 서울대 구성원에게 같이 토론해주길 바라는 내용을 편지글에 다 썼으며, 이를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에 기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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