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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동, 텔레파시, 시간 여행이 실제로 이뤄질 과학적 가능성은?

SF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 사례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굳이 어제 오늘을 따져볼 일도 아니다.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봇’처럼 아예 특정 과학 기술에 쓰일 용어가 (20세기 초에) 미리 만들어져 있었던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SF소설과 영화 등에서 숱하게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은 기술들, 예를 들면 공간 이동, 텔레파시, 시간 여행 등,도 역시 실현 가능한 것들일 것일까? 아니면 과학 법칙을 거스르는 단순한 공상일 뿐일까? 뉴욕 시립대 교수이자 대중과학운동가인 미치오 카쿠가 이런 상상력들을 물리학 법칙으로 따져본 결과들을 모아보았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불가능은 없을지’ 한 번 알아보자.

1. 순간이동(공간이동)

"뉴턴의 고전역학이론에 의하면 공간이동은 명백히 불가능하다. 뉴턴의 물리학은 모든 물체가 작고 단단한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어떤 물체이건 간에,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으며(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속도가 변하지 않으며), 물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것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책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저)

저자는 불가능을 똑같은 '불가능'이란 단어로 묶지 않고, 3단계로 분류한다. 1단계 불가능은 '현재의 기술력으론 불가능하지만, 분명 물리학 법칙에는 위배되지 않아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것', 2단계 불가능은 '물리학 위배 여부가 분명치 않지만, 만약 위배되지 않는 걸로 판명 나면 역시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것', 마지막 3단계는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공간이동은 놀랍게도 1단계 불가능으로 분류된다. 물리학 법칙으로 가능하다. 이것은 양자역학의 법칙에 근거한다. 고전역학 속의 물체는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한 공간에 고정되어 있지만, 양자역학이 다루는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임의의 시간과 장소에 '확률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즉,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서 나타나고, 혹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일이 전자 단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내 몸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갑자기 존재할 확률이 놀랍게도 0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극히 희박하긴 하다. 우주의 나이만큼 기다려야 겨우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라고 한다.).

공간이동은 이러한 전자들이 파동의 진동 수만 맞으면(이를 '결맞음'이라고 한다.) 아무리 먼 거리여도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슈뢰딩거 파동'의 원리를 이용한다. 연결된 전자를 이용해 이 곳 원자의 정보를 저 곳의 연결된 전자에 즉시 보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거시적 물체에 적용시킬 수만 있다면 공간이동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전자들을 '결맞음' 상태로 만드는 기술과 그것을 거시적 물체에 적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은 어느 정도는 구현되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광자 단위, 세슘 원자 단위에서 '양자적 공간이동'이 이뤄진 연구 사례들이 있다. 비록 사람을 똑같이 공간 이동 시키기 위해선 적어도 수 백 년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보다는 훨씬 가까이 와 있는 셈이다.

2. 텔레파시

"...결론적으로 말해서, 공상과학물에 등장하는 '천연 텔레파시'를 지금의 기술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사고는 두뇌 전체에 걸쳐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MRI 스캔이나 EEG 파동으로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후에 어떤 수준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두뇌의 사고과정을 분석하는 과학도 향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MRI를 비롯한 여러 장치의 감도가 높아지면 두뇌에서 생각과 감정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저)

우리는 지금도 기초적인 형태의 '생각 읽기 장치'를 가지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와 MRI 기술이다. 이 중 MRI를 통한 두뇌 스캔 기술은 두뇌에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감지할 수 있어, 산소를 머금은 혈액을 감지해 두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알아내 '사고의 과정'을 추적한다. 따라서 MRI가 정밀하게 발전할 경우, 특정 단어를 연상할 때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차트를 만들어 불완전하게나마 언어를 배제한 의사소통을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만약 휴대용 MRI가 만들어지는 날이 오면 서로의 생각을 말없이 스캔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 특정 '영역'이 아닌 뉴런 단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작용을 포착하는 스캔 작업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비록 두뇌 신경망 지도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신경망이기 때문에 공상과학처럼 구체적인 모든 생각을 짚어내는 경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즉 MRI 기술과 신경망지도를 결합해 어느 정도의 생각을 읽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마음의 작용 전부를 정확히 알아내고 예측하는 것은 두뇌 자체의 운영 구조 때문에 2단계 불가능에 속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3. 시간 여행

"호킹은 전 세계 물리학계를 향해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물리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들을 위해 역사를 보호하려면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역사보호추론' 같은 것이 물리학법칙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찾아봐도, 물리학법칙에는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었다. 이는 곧 시간여행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 법칙에 부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학법칙으로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증명할 수 없게 되자 생각이 바뀐 호킹은 런던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시간여행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책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저)

사실 시간여행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또 물리학자들의 토론거리가 된 주제도 흔치 않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단 의미다. 그렇지만 지금껏 나온 논의들을 저자가 정리한 바에 의하면 그 가능성은 이렇다. "최소한, 완벽하게 불가능하단 것이 증명되진 않았다."

사실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상대성이론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떤 우주선이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할 때, 그 안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만약 비행사가 비행을 마치고 지구에 돌아온다면, 그는 그 시간만큼 미래로 건너뛰어 온 셈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여행'이라 불릴 수 있으려면, 그는 다시 출발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즉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한가가 많은 이들이 덤벼드는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호킹은 시간여행이 역사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끊임없이 수정되므로) 분명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물리적 법칙이 존재할 것이라 추론했지만, 끝내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곧바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형태를 물리학자들이 가정해보았지만, 다들 나름대로의 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었을 때 벌어질 역설(시간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도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물리학자들은 "중력과 시공간을 서술하는 완벽한 이론"이 주어지면(이를 '만물의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때서야 모든 의문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간여행은 아직 가능과 불가능조차 완벽히 규명되지 않은 2단계 불가능 영역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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