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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검찰공화국으로?

퇴진요구가 일찌감치 나온 것은 대통령이 수정구를 보고 국정운영을 한 것과 비슷한 반헌법적 상황 때문이지 법률에 정교하게 정의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나 재판에서 해원이나 구원을 찾지 말자. 사법기관을 "대타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입장을 그들의 승인에 위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밝혀지고 있는 추악한 만상의 근원에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순실게이트 직전 네이쳐리퍼블릭 게이트에서부터 추락한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게 어찌되든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 박경신
  • 입력 2016.11.22 12:27
  • 수정 2017.11.23 14:12
ⓒ연합뉴스

지금 "기업 돈을 뜯었다"는 패러다임에 너무 갖혀선 안된다. 한쪽에서는 "삼성-경영권세습-승마지원"을 연결하여 뇌물로 본다. 기업이 강제로 빼앗겼다면 강요죄일 것이고 뇌물죄라면 기업이 (특혜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줬어야 한다. 둘 다일 수는 없다.

뇌물죄가 적용되면 기업도 처벌받지만 강요죄면 대통령 측만 처벌받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 돈을 준 기업은 빼앗겼다고 할 테지만 돈을 받은 사람은 강요죄 무죄를 받기 위해서 자발적인 헌납을 받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우선은 검찰의 기소에 의해, 궁극적으로는 재판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의 '자발적 헌납론'이 성공해서 기업까지 처벌할 수 있는 뇌물죄 가능성이 열려도 실제 뇌물죄가 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회색지대가 진실일 수도 있다. 즉 강요죄라고 하기엔 기업의 의사가 완전히 없었다고 하기 어렵고 뇌물죄라고 하기엔 빼앗은 사람의 의도가 지배적이었을 수 있다. 진짜 공정한 재판을 하는 판사라면 이미 이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범죄성립 여부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죄를 만들라고 만든 기관이 아니라 조사해보고 죄가 있으면 죄를 물으라고 한 기관이다. 수사 없이도 퇴진요구를 한 이유는 이미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 주요 국정 현안을 특정인에 의지하여 또는 그의 편의에 따라 결정해왔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부인한 바가 없다. 퇴진요구가 일찌감치 나온 것은 대통령이 수정구를 보고 국정운영을 한 것과 비슷한 반헌법적 상황 때문이지 법률에 정교하게 정의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나 재판에서 해원이나 구원을 찾지 말자. 사법기관을 "대타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입장을 그들의 승인에 위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밝혀지고 있는 추악한 만상의 근원에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순실게이트 직전 네이쳐리퍼블릭 게이트에서부터 추락한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게 어찌되든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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