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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근혜 탄핵부터 하자

범죄자한테 "너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면 그 권한을 대행시킬 테니 우리가 합의한 사람으로 국무총리를 임명하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여야합의는 고사하고 야당 간에도 누구를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맡을 총리에 앉힐지 합의가 안되는 것이 현실 아닐까?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 현 총리가 탐탁지 않지만 만약 박근혜가 하야하면 60일, 탄핵으로 가더라도 빠르면 내년 1월 말까지 자리 지키는 한시직이다. 그렇다면 황교안 총리가 장난치지 못하게 눈 부릅뜨고 국회와 국민이 감시하면서 대선관리만 맡기는 것이, 모두가 싫어하는 박근혜의 권한 행사가 계속되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 바베르크
  • 입력 2016.11.22 13:52
  • 수정 2017.11.23 14:12
ⓒ한겨레

공범들은 구치소에 갔고,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어느 분 표현에 의하면) 계속 청와대를 점거하고 대통령입네 주장하면서 농성 중인 피의자 박근혜의 국기문란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아무도 관심없겠지만) 필자도 두 번째 촛불집회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한 사람 몫이라도 해 보려고 박근혜 퇴진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백만 촛불 민심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지지율 5%를 자랑하는(웃음) 박근혜는 여전히 청와대를 지키고 있고, 감히 해외 순방을 하겠다는둥, 본인도 당초 대국민사과를 하며 약속한 검찰 수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런 압도적인 민심을 모아 피의자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작업을 착착 진행해야 할 우리 정치권의 움직임은 필자가 보기에는 느려터지기 짝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우리 정치인들은 이번 박근혜 국헌문란 사건 국면에서 제발 한 번에 하나씩만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공범들이 구치소 가고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박근혜가 당장 대통령입네 하고 "일" 하려는 것부터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려면 탄핵부터 빨리 추진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박근혜의 대통령 직무부터 정지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박근혜가 단 1분 아니 1초라도 대통령 자리에 계속 있기를 바라는 국민이 박근혜 아니 최순실 치하에서 꿀 빨아 온 한줌의 친박 세력들을 제외하고는 과연 얼마나 될까?

같은 맥락에서 그런 범죄자한테 "너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면 그 권한을 대행시킬 테니 우리가 합의한 사람으로 국무총리를 임명하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입장 바꿔 박근혜라면 그런 합의 총리 임명에 "나 잡아 가소~"하며 합의하겠는가? 당장 박근혜는 지금 거듭해서 전혀 그럴 생각 없다는 걸 청와대 대변인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같은 자를 통해서 분명히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솔까말 여야합의는 고사하고 야당 간에도 누구를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맡을 총리에 앉힐지 합의가 안되는 것이 현실 아닐까? 그렇다면 총리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 현 총리가 탐탁지 않지만 만약 박근혜가 하야하면 60일, 탄핵으로 가더라도 빠르면 내년 1월말까지 자리 지키는 한시직이다. 그렇다면 황교안 총리가 장난치지 못하게 눈 부릅뜨고 국회와 국민이 감시하면서 대선관리만 맡기는 것이, 모두가 싫어하는 박근혜의 권한 행사가 계속되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나아가 일부 정치인들은 박근혜가 물러나거나 직무가 정지된 다음의 이 과도내각에 뭔가 거창한 임무를 부여해 최순실 치하에서 꼭두각시 박근혜를 이용해서 어질러진 대한민국 대청소 작업 같은 것을 시키고 싶으신 모양인데, 제발 깨몽하시길 바랄 뿐이다. 국민이 직접 뽑지 않아서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한 임시 방편의 총리가 온갖 난관을 뚫고 설사 여야 합의로 추천되어, 피의자 박근혜가 동의하여 임명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대선주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60일 내지는 3-4개월 동안의 그 짧은 기간 동안에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야무진 꿈은 (누가 증명서를 발급해주는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대선주자님들께서 각자 대선 공약에 담으셔서 국민 심판 받아 대통령으로 선택 되시고 나서 집권 후에 하시면 안될까?

아울러 그 놈의 개헌 못해 죽은 귀신이 들러붙었는지 정치인들로부터 이 판국에 개헌 얘기도 제발 그만 듣고 싶다. 백보를 양보해 1987년 전국민의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져서, 최순실/박근혜 일파가 국정을 이렇게 농단하기 전에는 지난 약 30년 간 대통령들이 꼬박꼬박 단임으로 임기 마치게 하고 그럭저럭 민주국가임을 주장할 수 있게 하여 주었던 현행 헌법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걸 대체하는 헌법 개정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지금 정치인들 중에서 제대로 내놓은 사람이 하나라도 있나? 개헌이란 것이 현행헌법 고수와 개헌 이렇게 놓고 가부 간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 않냔 말이다. 즉 현행 대통령 단임제를 내각제로 바꾼다, 아니다 대통령 중임제로 바꾼다, 분권형(풉)으로 바꾼다 이렇게 뭔가 대안이 나오고 그 대안 중 하나에 국회의원 3분지 2가 동의하고 국민투표에서도 과반수가 나와야 개헌이 성사되는 것. 그런데 지금 박근혜 끌어내리기도 바빠 죽겠는데 어느 세월에 백가쟁명인 개헌안들 중에 하나에 정치인들과 국민의 뜻을 다 모으고 복잡한 개헌 절차까지 다 합의하고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합의총리고, 개헌이고 이런 답까지 포함된 고차방정식을 우리 정치인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풀면 좋기야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꼬락서니를 봐서는 그 중 단.하.나.도. 제대로 처리할지 아슬아슬해 보이기만 할 뿐이다. 그럼 제발 그것들보다는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만, 그리고 그나마 실현 가능성 제일 높고 국민 여론이 다 모인 일에만, 즉 스스로 걸어 내려 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를 헌법의 절차에 따라 몰아내는 탄핵에만 집중을 하면 안될까? 그나마도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킬 의석수를 다 모을 수 있을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를 탄핵할 6명의 재판관의 뜻을 (하필이면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2명의 임기가 곧 끝나는 시점에서) 모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합의 총리니, 개헌이니 하는 정치인들의 소리가 너무 한가해 보여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써 보았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탄핵하자!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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