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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을 자기의 꿈과 악몽으로 재구현한 한국 아티스트

  • 김태성
  • 입력 2016.11.22 11:53
  • 수정 2016.11.22 12:41

'생일'

인간은 불안하거나, 따분하거나, 아니 그냥 멍하니 있다가도 자기만의 공간으로 잘 숨는다.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상의 공간으로 말이다.

그런데 한국 설치미술가/사진작가 이지영은 자기 머릿속의 밀림을 바깥세상과 공유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원룸을 자기의 캔버스로 놓은 그녀는 꿈과 악몽과 잠재의식을 '사상의 단계'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비즈니스 라운지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 작품은 내 정신적 지형의 재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작품이 내 경험과 감정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설치미술로 재현하고 그 결과를 현실 기록기인 카메라로 포착한다. 사진과 설치미술을 내 매체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초행'

이지영 작가의 모든 작업은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3.6 x 4.3 x 2.4m 크기의 원룸에서 시작된다. 오래전 기억, 꿈, 불안감, 한국 동화, 유명 아트까지 그녀의 설치미술 소재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런 판타지를 그녀는 몰입형 실제 공간으로 손수 제작한다.

사용되는 주재료는 판지와 스티로폼 그리고 엄청난 양의 페인트다. 작품 하나에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소요된다. 디지털 조작을 전면 반대하는 그녀는 자기 손으로 모든 걸 배치하고 이에 대한 조명 관리도 한다.

예를 들어 작품 '생일'은 청록색 밀림을 배경으로 애벌레와 구름 같은 고치를 묘사한다. 모든 작품에 자기의 모습을 삽입하는 이지영. 그녀의 발목이 이 작품의 고치 밖으로 보이는데, 끊임없는 진화를 위해 껍질을 벗는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 '패닉 룸'은 어두운 내면의 세계를 탐험한다. 착시 현상을 시도한 청록색 타일이 온 방을 집어삼킬 것 같다. 카오스 같은 세상으로부터 탈출하려고 장 안에 숨던 작가의 어린 시절을 묘사한 작품이다.

'패닉 룸'

설치를 마친 작가는 그 안에 삽입된 자기 모습을 포함한 사진 촬영을 한다. 촬영이 끝나면 작품을 완전히 분리하고 새로운 작업을 준비한다. 그녀는 "결과물은 사진으로 나타난다"며 하지만 "설치과정, 배치, 촬영, 분리까지 예술의 필수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순간을 포착하고 작품을 설치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그 과정에서 제삼자의 입장으로 작품을 관측할 수 있다. 즉, 작품을 주인공이자 관객으로 체험한다는 소리다. 내 작품으로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 체험과 연관된 내 감정을 극복하는 계기도 된다. 나 자신과 내 삶을 긍정적인 시야로 응시하여 내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작가 이지영의 작품은 상상과 실제, 꿈과 악몽, 그리고 개인적인 기억과 우주적인 신화 사이에 존재한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하나하나 설치한 작품을 통해 아주 친근하고 은밀한 곳으로 타인을 초대한다. 자기 생각 속의 세상으로 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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