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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오바마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했을 힐러리가 당선되었다면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고 박근혜 정부도 정당성도 잃으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그런데 정부는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관찰과 분석없이 트럼프 당선 다음날 바로 사드 배치를 기존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서둘러 밝혔다.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성급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김라미
  • 입력 2016.11.22 06:20
  • 수정 2017.11.23 14:12
ⓒUS Missile Defense Agency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동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동맹관계를 공공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태 한미동맹에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한 바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미국이 과연 우리의 안보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지난 7월 결정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지금이 우리의 국방에 득이 되지 않으면서 괜히 중국과의 관계만 악화시킬 사드 배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사드 관련 논쟁에 핵심적 쟁점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가치이다. 중국이 뭐라고 하든간에 사드가 우리 국방을 지켜준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드는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도움이 안 된다. 사드는 4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는 방어시스템이다. 한국에는 이미 15km 고도에서 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는 페트리어트 미사일방어체계가 구축되어 있는데,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북한에서 날아올 핵미사일을 사드로 고고도에서 1차 요격하고 놓치는 것을 페트리어트로 2차 요격하는 복층방어망을 구축함으로서 북핵 위협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전시에 북한이 이러한 레이더 교란 기술들을 사용할 경우 사드의 요격률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높은 사드의 요격률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방부는 사드가 `05년 이후 총 11번의 요격 시험평가를 모두 성공해 100%의 요격률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걸프전에서 사용된 패트리어트 미사일방어체계의 경우도 시험시에는 17번 모두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나 MIT 과학자 Theodore Postol 교수와 George Lewis 교수에 따르면 걸프전에서는 이라크가 발사한 44개의 스터드 탄두 중 단 하나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드가 실전에서 북핵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사드의 핵심인 X-band 적외선 레이다가 북한의 교란작전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는 적군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레이다로 미사일을 추적, 격추시키는 시스템인데, 이 레이다를 교란시켜 탄두 추적을 힘들게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적군은 자신들의 미사일을 여러 조각으로 분리시켜 레이다가 격추해야 할 탄두와 유인체(decoy)를 구별하기 어렵게 하거나, 혹은 미사일 표면에 전파흡수물질을 씌워 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작전을 쓸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북한도 이미 습득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전시에 북한이 이러한 레이더 교란 기술들을 사용할 경우 사드의 요격률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드는 북한이 최근 개발한 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s: 잠수함으로부터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 4월 사거리 1,000~2,000km에 해당하는 KN-11 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북한이 이미 사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항마를 습득했다는 점이다. 사드의 레이다가 관찰할 수 있는 전방 120도 범위인데, 북한이 핵미사일을 잠수함에 싣고 사드의 레이다 범위 밖으로 나가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서 사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든 않든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작정이라면 이를 다 막아낼 재간이 없다.

결론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든 않든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작정이라면 이를 다 막아낼 재간이 없다. 이는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다. 사드 배치에 적극 찬성하는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도 "아무리 정교한 이중 방어망을 갖춘다 하더라도 1000기가 넘는 북한 미사일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그래도 사드가 있는 편이 없는 편보다 낫지 않겠냐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재래식 무기라면 모르지만 핵무기에 있어서는 하나라도 막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북한 미사일 1,000기가 날아오고 있고 그 중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10개라고 치자.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10개의 핵탄두 중 9개는 막고 1개가 사드의 요격 범위에서 제외되는 서울에 떨어진다고 하자. 그래도 우리가 전쟁에서는 결국 이겼다고 하자. 이미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국토는 방사능과 독가스로 인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될 텐데 전쟁에서 이긴들 무슨 소용인가. 그렇기 때문에 핵전쟁에 있어서는 전쟁 시 피해를 줄이는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막는 방지가 중요하다. 사드는 핵전쟁을 방지하는 대책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사드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국방정책을 마련한다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사드라는 든든한 방패를 갖추고 있으면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해도 핵 보복 걱정 없이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드의 효용성은 높지 않다. 든든하지 못한 방패를 든든하다고 믿고 적을 다뤘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사드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다 막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북한을 과도하게 응징한다면 한반도에 핵전쟁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의 의견과 달리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우려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위와 같이 우리 안보에 득 될 것이 없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공연히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만 초래할 것이다. 일각의 의견과 달리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우려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레이다 탐지범위가 약 600~800km으로 한반도에 국한된 수준인 사드로는 중국 내 정찰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사실 소프트웨어 등만 교체하면 8시간 만에 탐지범위를 1,800~2000km로 늘릴 수 있어 미국이 원할 경우 중국 영토 깊숙히 배치된 탄도미사일 동향을 관찰할 수 있다. 미중간 전쟁이 발생 시 중국이 미국을 향해 쏜 미사일을 사드가 직접 요격할 수는 없다. 중국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려면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쏠 텐데 사드는 중거리 미사일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내 사드는 타지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정보를 전달하여 중국의 미사일을 더 잘 추적할 수 있게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사드가 대중국용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사드 배치는 우려할 만한 일인 것이다.

사드 배치가 초래하게 될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은 매우 크다. 단지 문화행사 좀 취소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적 응징뿐만 아니라 기존에 친한(親韓) 행보를 보였던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더 우호적인 정책으로 돌아선 점, 또 미중간 전쟁 발생시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제1차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실제적 혹은 잠재적 대가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고립주의자를 자처하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세계의 권력이 미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던 동향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시점에서 굳이 우리 국방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사드 배치를 하여 동북아지역에 신냉전 구도를 형성시키고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현명한 것인가? 친중, 친미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미국과 중국 양국 중에 양자택일할 것이 아니라 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지만,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회복불가능한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미동맹은 중국 견제용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한중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악화시킬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박근혜 정부도 정당성도 잃으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오바마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했을 힐러리가 당선되었다면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고 박근혜 정부도 정당성도 잃으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그런데 정부는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관찰과 분석없이 트럼프 당선 다음날 바로 사드 배치를 기존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서둘러 밝혔다.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성급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지금 사드 배치의 득과 실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드 배치는 꼭 막아야 하는 나쁜 정책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 적어도 사드가 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납득이 가는 설명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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