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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에 있는 박테리아들로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

  • 박세회
  • 입력 2016.11.21 12:52
  • 수정 2016.11.21 12:53

장 속의 세균이 뇌에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다. 장내 마이크로비옴(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들의 총체)을 구성하는 장내 미생물들은 기분과 지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비옴을 신경 과학의 신대륙으로 여기고 있다.

장과 뇌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종하여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과학자들의 과제이다.

장내 세균과 정신 건강의 관계를 다룬 과거 연구들 대부분은 프로바이오틱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요거트나 보충제 형태로 먹을 수 있는 살아있는 ‘좋은’ 세균들로, 항불안 항우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경과학 트렌드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옥스포드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들은 프로바이오틱보다 더 넓은 ‘사이코바이오틱스’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사이코바이오틱스’는 장내 마이크로비옴 변화를 통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모든 개입을 통칭하는 새로운 용어다. .

“우리는 장내 마이크로비옴 변화를 통해 심리학적 영향을 미치는 모든 개입은 사이코바이오틱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내 세균, 기분과 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단과 운동도 포함될 수 있다.” 이번 논문 작성자 중 하나인 옥스포드 대학교 정신과 부교수 필립 버넷 박사가 허핑턴 포스트에 이메일로 설명했다.

사이코바이오틱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장내에 ‘좋은’ 세균이 늘어나면 염증과 코티솔 수치가 내려가며, 우울과 불안 증상이 줄어들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이 낮아지고, 기억이 개선되고, 신경증적 경향과 사회 불안이 경감됨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고, 인간에 대한 연구는 아직 더 필요하다.

“이런 연구는 우리에게 장내 박테리아가 매우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인과적 역할을 한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우리는 사이코바이오틱스로 이 점을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버넷이 발표한 성명이다.

왜 사이코바이오틱스로 뇌를 치료하는가

다행히도 어쩌면 당신은 운동, 요거트나 사우어크라우트 등 장에 좋은 음식 먹기, 포화 지방 적게 먹기 등 이미 사이코바이오틱스 영역에서 긍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내의 마이크로비옴을 통해 심리상태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사이코바이오틱일 수 있다고 버넷은 말한다. 항생제,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 등 장내 세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는 뇌 기능 조절에 장내 세균이 관여하고 있다는 데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 장내 세균 성장과 보존은 우리 삶의 굉장히 많은 요인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이코바이오틱이라는 개념은 궁극적으로 정신병 발병 확률을 낮추고 현존하는 약물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삶의 선택을 하도록 할 것이다.” 버넷이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이 논문 작성자들의 주장처럼, 장내 세균과 뇌의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이코바이오틱’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장에서 나온 신호가 몸을 통해 혈액 뇌관문을 지나가는 주요 경로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핵심적인 경로는 벽재신경총(소화관에 분포하며 소화관 기능을 다스리는 지율신경계), 미주 신경(뇌와 내장을 연결함), 면역 체계, 장내 호르몬 등이다.

처방전 없이 사이코바이오틱스 얻기

아직은 사이코바이오틱스를 처방하는 의사나 세라피스트는 없지만, 사이코바이오틱스는 요거트(‘살아있다’, ‘프로바이오틱이 풍부하다’고 마케팅하곤 한다)처럼 프로바이오틱이 풍부한 풍부한 식품의 형태로 이미 상품화 되어 있다. 이미 우리 식단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이코바이오틱스는 규제되지 않은 형태의 정신 건강 치료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의학적, 과학적, 법적으로 사이코바이오틱스는 아직 치료로 분류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식이 보충제다. 우리가 이런 물질들이 중추 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알게 되면 이들을 규제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

규제가 생기면 필요에 따라 얼마만큼의 사이코바이오틱 치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다.

실제 치료가 개발되려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신과 치료 목적의 프로바이오틱 제품들이 광범위하게 마케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소비자들은 인지를 강화하거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하는 온라인 상의 프로바이오틱 제품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로스 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위장병학자 에메란 메이어 박사는 말한다. 메이어는 ‘마음-내장 커넥션’의 저자이다.

“개인적으로 엄격한 임상 실험과 FDA 승인을 거친 진정한 사이코바이오틱스는 앞으로 5~10년 안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메이어의 말이다. 그러나 “미래에 사이코바이오틱스를 개발한다는 개념은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과학계에는 여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많지만, 버넷은 사이코바이오틱스를 현존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대체재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항우울제, 항정신병약 등으로 개선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나 이런 약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 약품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도 많으며, 나는 사이코바이오틱스가 이런 경우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보조제들은 현재 약에 대한 뇌의 반응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내지 부속 세라피로 사용되어야 한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How ‘Psychobiotics’ Use Gut Bacteria To Treat Mental Illness'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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