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지속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지금쯤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는 지지난주(12일) 집회부터 광화문에 혜성처럼 등장한 '장수풍뎅이 연구회'...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게 비타500보다 피로회복에 도움될 수 있어 소개한다.
먼저 이들은 충북 영동군 학산면의 진짜 '장수풍뎅이연구회'와는 무관함을 밝힌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처음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낸 건 '민중총궐기' 당일인 12일.
딱딱한 깃발들 속에서 '장수풍뎅이 연구회'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저게 무엇이냐'며 깃발을 따라다녔다. '나라가 이렇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장수풍뎅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장수풍뎅이 대신 광화문을 선택한 그들의 분노 크기를 짐작도 할 수 없다'며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 사람도 있었다.
아까는 장수풍뎅이연구회 깃발이 보여서 잠깐 따라다녔다.
— 지나가는개 (@sohosays) November 12, 2016
저거 대체 뭔데ㅋㅋㅋㅋㅋ장수풍뎅이 연구회는 대체 무엇이며 저 깃발을 쫓아다닌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 국장신청맨 왈구 (@walguwalgu) November 12, 2016
장수풍뎅이연구회 분들 나라가 이렇지 않았으면 사랑하는 장수풍뎅이만 볼수 있었을텐데... 그들의 분노 크기를 짐작도 할수 없다 괜히 내가 미안하다 (´・_・`)
— 덕심 폭발한 땅콩 (@pnuuuuuts) November 12, 2016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에게 스브스뉴스가 '당신들은 누구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맙소사.
벌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곤충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민 모임이라는 것.
아니 그런데 왜 '장수풍뎅이 연구회'인가.
이들이 스브스뉴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3년 전 모임을 결성할 때 한 친구가 장난으로 '장수풍뎅이 연구회 어때?' 했다가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귀찮아 단체명으로 그냥 정했다고 한다. 이럴 수가.
우리에겐 처음부터 어떤 단체명이든 상관없었습니다. 뜬금 없는 장수풍뎅이로 정치 현장에 나가도 '누구나 여기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목표 달성입니다.
전 우리 깃발 모양이 너무 창피해서 깃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걸었는데 좋아하셨다니 다행입니다.(스브스뉴스 11월 16일)
폭발적인 반응에 '장수풍뎅이연구회'는 다음날 곧바로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퍼거슨옹의 말씀을 따라 SNS를 하지 않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계정 팠다'며 읽고 싶은 사람은 읽어보라는 듯 소개 글을 올렸다. 내용 또한 매력 터지니 마음속에 쌓인 분노/우울/짜증을 풀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140자 제한이 있네요.
트위터 할 줄 몰라서.. 캡쳐해서 글남깁니다.#장수풍뎅이#장수풍뎅이연구회pic.twitter.com/Rg7BMWDt4Z
— 장수풍뎅이연구회 (@jangpoongyeon) November 12, 2016
장수풍뎅이의 날갯짓은 다른 깃발들까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한 주 만에 열린 집회에서 '장수풍뎅이 연구회'에 영감과 용기를 받은 듯한 깃발이 넘쳐나기 시작한 것. 이 와중에 보노보노 깃발은 무슨 의미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장수풍뎅이 연구회가 '아무 이유 없음' + '적들의 혼란'을 노려 만들어진 것이니 보노보노 역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제 광화문 행진 중, 어떤 노인이 늙은 군인의 노래를 연주했고, 바로 그때 민주묘총과 트잉여운동연합 깃발이 지나갔다.. pic.twitter.com/BnBzXovwTQ
— 박작가 (@antipoint) November 20, 2016
미쳐버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 아무말러들ㅋㅋㅋㅋㅋㅋㅋ 해학의 민족 답다ㅋㅋ
민주묘총
전견련
행성연합
리볼버과
터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ic.twitter.com/25AFBvwvpF
— 잊★잊블리 (@maeil_JH) November 19, 2016
어제 광화문에서 본 멋진 깃발..
'혼자온 사람들' ^^ pic.twitter.com/cTnS1xmesx
— aBottle (@aBottleJo) November 20, 2016
사진첩 보다 지금 생각남ㅋㅋㅋㅋ 오늘 광화문에서 본 제일 핫한 깃발,, LED 달았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ic.twitter.com/FyyY6eZsK2
— BLEE (@blee_go_round) November 19, 2016
광화문에 등장한 재치있는 깃발과 구호들을 보면 시위를 축제처럼 즐기겠다는 마음보다 이 싸움에서 먼저 지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들이 보인다.
— Aimee (@dalcat_aimee) November 19, 2016
광화문 알수없는 보노보노 깃발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의미 와까라나이;;;;; 데모 가와이 pic.twitter.com/6pRcLsfkIj
— 다게코 (@dagekocastle) November 19, 2016
오늘 제가 광화문에서 수집한 깃발 사진. 일 못 하는 사람 유니온에게 1등 드립니다. 사람에서 람이 밑줄로 내려온 거 엄청 신경쓰여... pic.twitter.com/eZFbn9fbHr
— Kim Ho (@gomdolgoon) November 19, 2016
시위때 가장 빵 터졌던 순간은 장수풍뎅이 깃발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던 얼룩말연구회 분들. 헤어진 가족 만난든 정말 환한 미소셔서 마음이 급따뜻해졌어요.
— 쓰레기 (@junkriche) November 19, 2016
커리애호가 깃발있어;;; pic.twitter.com/bmVBU2gn66
— 자퇴하고싶은Park (@KarpDos3932) November 19, 2016
범야옹연대 줄에서 함께 행진하고 있어요! pic.twitter.com/cUSDo2NeC7
— 아몰라 (@deerhorn12) November 19, 2016
햄네스티 ㅋㅋㅋㅋ pic.twitter.com/UpAXFPcvZu
— 일파인{Galaxy Standard} (@duckduckilph) November 19, 2016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입니다. 이렇게 브랜드 로고를 무단으로 변형하시면 엄중한 조치는 전혀 없으며 너무 감사합니다. 즐거운 트잉여 생활하시고 앰네스티 활동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덕분에 사무실에서 모두 즐겁게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t.co/9rpLDWcd8E
— AmnestyKorea 국제앰네스티 (@AmnestyKorea) November 15, 2016
나는 보았다. '전국양배추취식연합회' pic.twitter.com/YzsQQeMREu
— 로디 ???? (@songkotni3322) November 19, 2016
고양이도 창식이도 리볼버도 나만 없어! 8ㅁ8 pic.twitter.com/lf1korlV74
— 키리 -霧 kiri- (@kiri_akcmahxh) November 19, 2016
오늘 얼룩말 연구회 봄 pic.twitter.com/8j0dBf5R5l
— ㄹㅁ (@reemannc) November 19, 2016
안남시민으로서 가슴 벅차는 광경입니다. 광화문 깃발대잔치 다음주엔 저도 따로 만들어 참여해야 겠어요. #박근혜를구속하라pic.twitter.com/dfeVfHoXSi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bisang2016) November 19, 2016
광화문에서 행성연합 깃발 발견ㅋㅋ트레키들 멋있네요 pic.twitter.com/tQiIxExWIG
— (´_ゝ`) (@enableroot) November 19, 2016
장수풍뎅이연구회가 핫하네요... 저희 야생조류연구회도 참여했습니다???? 깃발을 준비 못했군요????
— 새랑 (@ewhayajo) November 12, 2016
장수풍뎅이 연구회 만났다!!!! 깃발 찍기 넘나 힘든......... pic.twitter.com/V1S5h43U5h
— 바이크전도사 (@kkobbiflowerain) November 12, 2016
오는 26일 집회에도 '범깡총연대' 등이 깃발을 들고 나타나겠다고 밝혔다. 김연아 팬의 분발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이번주 집회때.. 작고 소소한 깃발이나 피켓을 들고 서있을까 합니다. 혹시 이번주에 광화문 오실 #범깡총연대 분들이 많으신가요? 리트윗이나, 답글 달아주세요! 아무도 안오시는데 혼자 서있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요..#범깡총연대#토끼#rabbitspic.twitter.com/kcRq1AotGF
— RAT.범깡총연대 (@jimSeungw) November 20, 2016
김연아가 출전했던 모든 경기장을 따라다녔던 '승냥이 왔다' 배너가 오랜만에 나설 때가 됐다. 다음 광화문 집회에 깃발로 출동해주길. pic.twitter.com/jK0QlODwgO
— 뒹구는돌 (@half529) November 20, 2016
청와대가 '차라리 탄핵하라'고 하는 등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장수풍뎅이 연구회와 같은 정신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