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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청와대의 최신 개소리 기술 분석

  • 박세회
  • 입력 2016.11.21 07:27
  • 수정 2016.11.21 08:56

청와대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기 하루 전인 18일부터 홈페이지 대문에 걸어놓고 있는 '오보 괴담 바로잡기' 페이지를 보면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최신 개소리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언론과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병원비도 안 내고 다니던 차움 병원이 줄기세포 연구를 그렇게 열심히 한다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몇 개 되지도 않는 법안 중에 줄기세포 연구 규제 완화 법안이 있다며? 게다가 이 병원이 연구중심 병원에 선정돼 총 19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며?"

그랬더니 청와대는 '길라임은 간호사가 지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최신 개소리의 정석을 잘 보여준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필로소픽)에서 어렵게 설명한 개소리의 학문적 정의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개소리(Bullshit) :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상대방을 기만할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부정확한 진술이나 모호한 답변을 늘어놓는 기술로 가장 큰 특징은 '진실에 대한 무관심'이다.

최신 개소리 연구기관인 청와대의 다른 답변은 이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완벽한 예시다.

언론은 이렇게 물었다.

"취임식 때부터 오방낭을 강조하고, '혼이 비정상',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상했는데, 지금 보니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의 사교에서 영향을 받은 언어 사용이 아니냐?"

그랬더니 청와대는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발언은 소설에 나오는 구절'이라며 반박한다.

이는 '제기한 문제 중 일부를 반박함으로써 질문 전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국민을 기만'한 전문 개소리 꾼의 정교한 기술이다.

또 하나를 살펴보자. 언론은 그 동안 계속해서 물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7시간 동안 출근도 안 하고, 대면 보고도 받지 않고 유선과 서면으로만 보고받으며 자기 집에 박혀서 대체 뭘 하다가 오후 5시에 나타나서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말이나 했느냐?"

그러자 청와대는 '관저 집무실에 있었고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시간이 근무 시간'이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얼마나 최첨단 개소리냐면 이건 마치 내가 우리 편집장에게 "지금 나는 우리 집 서재에서 출근은 하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나는 언제든지 게임 창을 닫고 기사를 쓸 수 있어 재택근무나 다름없으므로 월급을 계속 주시오"라고 말하는 격이다.

게다가 관행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온 용어인 '관저 집무실'이란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 내 방은 '우리 집 사무실'인가? 대체 왜 청와대는 이런 개소리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걸까?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정국을 돌파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개소리 챔피언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어떻게 개소리로 돌파하는지를 살펴보자. 2000년도부터 꾸준히 동성결혼을 반대해 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모포비아 도널드 트럼프는 동성 결혼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질문자 : 당신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가?

트럼프 : 그건 무관하다. 이미 결론났기 때문이다. 그건 법이다.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다. 그건 끝난 것이다.

질문자 : 그러면 만약 당신이 임명하는 대법관이-

트럼프 : 그건 끝났다. 이 건은 대법원에 갔다. 결론이 났다. 그리고 난 그건 괜찮다. - 허핑턴포스트(11월 18일)

만약 여기서 도널드 트럼프가 '나는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던 동성애 혐오자들이 '대통령이 되더니 트럼프가 동성애를 좋아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반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진실을 말했다면 반대 측에서 '법을 무시하는 대통령'이란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난 괜찮다'고 답한다.

개소리 꾼들에게 개소리는 거짓말 보다 정국을 돌파하기에 좋은 기만의 기술이다.

'개소리에 대하여'에는 에릭 앰블러의 소설 '더러운 이야기'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는데, 어쩌면 청와대의 마음이 이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비록 나는 일곱 살짜리 꼬마였지만, 아직도 나는 아버지를 매우 잘 기억하며 아버지가 하셨던 말들도 더러 기억난다. (중략) 아버지가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준 건 이거였다.

"개소리를 해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에릭 앰블러 '더러운 이야기'/'개소리에 대하여'에서 재인용

관련 기사 : 박근혜의 개소리와 거짓말에 대한 학문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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