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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음을 직면하지만 그 일이 가치있는 이유

  • 김태성
  • 입력 2016.11.18 13:45
  • 수정 2016.11.18 13:46

중환자실 업무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하루가 멀다고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나와 동료들은 직접 목격한다.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럴 경우, 환자 가족에게 설명과 더불어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더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가족들의 절망과 고통을 덜어줄 방법은 없다.

가족마다 독특한 사연이 있다. 내 직업의 특혜 중의 하나가 가족들을 알게 되고 그 삶에 초대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 자식, 형제에 대한 고유의 이야기가 있는데, 난 4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의 자애에 지금도 놀란다.

죽음이 다가온 환자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리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 관련한 결정을 가족과 함께 검토하는데, 장기/조직 기증으로 타인을 돕는 방법도 언급된다. 내 역할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환자를 대신해 식구들이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난 옆에서 가족들이 환자와 작별하는 과정, 환자의 삶을 돌아보며 축하하는 과정도 거든다. 또 그가 단순히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류를 위한 주권과 자애를 베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환자의 장기/조직을 기증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번뇌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정말 마음 아프다. 너무나 참담한 상황에서 어렵지만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하는데, 내가 장기기증 등록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본인의 사전 결정으로 남은 가족은 어려운 결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전문가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도 인간이다. 다행히도 우린 지친 동료를 대신해 일과를 맡아줄 수 있는 팀이 조성돼 있다. 난 인생이 아름다운 만큼 연약하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아직도 노력 중이다.

내기 이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동생과 더 놀고 싶어 하는 어느 언니, 또 딸 자라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봤으며 하는 어느 아빠가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타인의 자애 때문에 말이다.

나 또는 내가 아끼는 이에 이식이 필요했을 때 미리 장기기증을 등록한 누군가가 수술을 가능케 했다면 정말로 감사할 거다. 그래서 입장 표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기 의사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장기기증 등록에 나도 참여했다.

이번 일요일은 '삶을 기증해 주어 감사합니다' 기념일이다. 장기기증에 참여한 모든 가족과 환자를 인정하는 날이 될 거다. 그들이 남긴 엄청난 선물이자 유산, 즉 타인에게 기증한 새로운 삶을 우린 축하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AU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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