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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y 트럼프, Shy 박근혜? Never!

"지금 촛불 집회가 거세 보이지만, 미국 대선에서처럼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못했지만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들도 많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드러나지 않은 'Shy 박근혜' 층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박 대통령에 빌붙어 그들이 가진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사들이다.

  • 권태선
  • 입력 2016.11.17 13:40
  • 수정 2017.11.18 14:12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수사 요구에 불응하는 것을 시작으로 되치기를 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신은 검찰 수사는 회피하면서 엘시티 사건에 대해선 엄정수사를 지시하는가 하면, 곧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사드 배치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른 바 친박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뭐지?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는데도, 민심 따위엔 오불관언 하겠다는 이 태도는? 태블릿 피시가 나온 직후 머리를 조아리고, 20만 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뒤에, 다시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던 그가 다시 목을 뻣뻣이 들고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가?

김종필 전 총리의 말처럼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그의 고집 탓인가? 김 전 총리는 시사저널과 만나 박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게다. 고집 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런 태도 돌변을 설명하기 힘들다.

태도 돌변의 배경에는 우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반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 야권이 있다. 부자 몸조심하듯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입장을 제대로 정리해내지 못하며 말을 바꿔왔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돌발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취소하는 소동을 벌인 추미애 현 대표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의 이런 헛발질이 계속되는 통에 박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야권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그 주변은 이런 여론의 추이 속에서 되치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는 듯하다.

두 번째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온갖 막말과 비행으로 비난을 받아온 트럼프가 미국 주류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보고 여론의 집중포화에 낮은 포복을 하고 있던 이들이 고무된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에서 인용 보도한 친박계 관계자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촛불 집회가 거세 보이지만, 미국 대선에서처럼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못했지만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들도 많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드러나지 않은 'Shy 박근혜' 층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박 대통령에 빌붙어 그들이 가진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사들이다. "미국 주류언론들은 모두가 힐러리 클린턴이 이긴다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선 트럼프가 힐러리를 압도했다. 지금 한국의 언론들도 실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극우적 발언으로 비판받아온 한 변호사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리얼미터가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9.9%로, 부정 평가율은 85.9%로 나왔다. 갤럽의 조사에서 지지율이 5%로 나온 지난 2주 동안도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는 10%를 넘었었다. 그런데 이젠 리얼미터 조사에서조차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갱신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한 조사에서도 자진 사퇴 혹은 탄핵을 요구한 응답자가 전체의 73.9%로, 전주에 비해 13.5%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도 세월호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을 비롯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각종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의견은 어떤가? 야 3당 의원들은 정권퇴진에 합의했다. 의원 수로는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171명이다. 새누리당의 사정은 국민일보가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129명 가운데 101명만 응답)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대통령이 임기와 권한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단 1명뿐이었고, 즉각 하야 4명, 탄핵에 의한 거취결정 27명 (탄핵찬성 18명 결정유보 9명), 로드맵 제시 후 하야 17명, 임기보장을 전제로 한 2선 후퇴 20명이었다. 새누리당 의원의 절반을 넘는 68명의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제한이나 조기퇴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국회의원 전체로 보면 탄핵이나 하야 등 조기퇴진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재적 3분의 2를 훨씬 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Shy 박근혜' 따위의 헛된 미망에 기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의 주권 회수를 명령을 거부하려 든다면 그 결말은 더욱 참담할 것이다.

야권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이 난국을 제대로 수습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저들이 준동할 기회를 허용한다면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차기 대선의 유불리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라 안팎에서 거센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우선 국회에서 총리 후보를 내세워 총리부터 교체해야 한다. 황교안 총리를 필두로 한 지금의 내각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눈감고 사실상 조력하면서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린 공범들이다. 이들을 거세하고 중립적인 총리가 안정적으로 과도기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만 박 대통령이 다시 권력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 대통령도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으니 이제 와서 식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 난국을 돌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야 3당뿐 아니라 정권퇴진이나 박대통령의 권력 제한에 동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힘을 합쳐 박 대통령과 그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현재의 국정공백 사태를 조기에 중단시킬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정치권에서 합리적 해법을 빨리 내놓을수록 국민들의 고통은 그만큼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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