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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자를 위한 상담사가 지적하는 잘못된 '강간 신화' 5

  • 김현유
  • 입력 2016.11.17 12:32
  • 수정 2024.03.27 16:41

지난 8월 23일 배우 타카하타 유우타가 강간 치상죄로 체포됐다. 그는 40대 호텔 종업원의 손발을 누르며 성폭행을 저지르고 부상을 입혔다.

당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는 사건 관련 보도들이 '성폭행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성범죄 보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서명 운동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 모임'에서 주재한다. 이 곳에서 여성을 위해 활동 중인 스도 유미코는 여성을 위한 민간 상담 센터인 '교토 여성 상담'에서 1995년부터 피해자 상담 업무에 종사했다. 지난 2015년에는 교토 시에서 설치한 '교토 성폭력 피해자 원스톱 상담 지원 센터'에서 슈퍼바이저를 맡고 있다.

스도는 허핑턴포스트일본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서 실태와 다른 '강간 신화'가 뉴스 방송 시청자와 신문 독자들, 각각에게 널리 뿌리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생각들은 피해 여성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오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런 '신화'는 전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강간이 없었다'는 억측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스도가 말하는 '강간 신화'는 어떤 것일까. 아래는 허핑턴포스트일본판이 스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은 내용이다.

1. 강간은 갑자기 습격하는 것이다?

사건이 있던 밤, 타카하타가 피해 여성에게 칫솔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그 여자가 내 방으로 왔다"는 것이 보도됐다. 그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합의한 것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게 됐다.

이런 오해의 배경에 있는 건 "강간이란 어두운 밤길에 갑자기 습격당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아닌가 싶다.

경찰청 과학 경찰 연구소에서 주임 연구관을 지낸 범죄심리학 전문가 우치야마 아야코는 '성범죄 피해자의 피해 실태와 가해자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조사보고를 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성인에 의한 강간은 60% 이상이 계획적인 범행이었다.

실내에서 교묘한 말에 단 둘이 있게 돼 범행이 일어나는 것은 하나의 전형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잘못됐다.

2. 정말 싫었으면 필사적으로 저항했을 것이고, 그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힘과 체격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다르면 막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상담을 진행할 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저항하면 상대가 흥분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겁에 질린 피해자가 저항을 못 하고, 적어도 임신과 질병은 막고 싶다는 마음에 콘돔을 끼고 하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에도 저런 '강간 신화'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합의로 간주할 수도 있다.

3. 강간 피해자는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타카하타로부터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파티에 참석했다'고 보도됐다. 사람들은 "강간을 당했다면서 파티에서 놀다니, 이건 허위 신고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피해자들 중에는 일상을 빨리 되찾아 겉보기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상담을 온 피해자의 어머니가 "우리 아이는 성폭력을 겪었는데도 늘 태연한 모습이에요"라며 의아해한 경우도 있다. 다만 "아주 잘 지켜보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연한 것처럼 보여도 본심은 그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4.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이 강간을 당하자마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상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처음부터 바로 경찰에 신고해 돈을 얻어내려는 '꽃뱀'이었던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인터넷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나에게 상담을 받은 피해자들 중에는 반대로 "시간이 너무 지나 피해 입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다"며 경찰서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이들도 있었다. 빨라도 안 되고, 늦어도 안 된다면 피해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강간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시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내가 보기엔 첫 번째로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뒤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친구에게만 말하고 싶었는데 "경찰에 가자"는 성화에 억지로 상담에 끌려온 사람도 있었다.

경찰에 가는 것이 빠르든 늦든, 여성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사실 여부는 바뀔 수 없다.

5. 강간은 예쁜 여자에게만 일어난다?

타카하타의 강간 사건을 보도한 매체들은 대부분 "굉장한 미인이었다"는 표현을 썼다. '강간을 당할 만큼' 미인이었다는 의미일까? 이는 아마 "강간은 예쁜, 성적 매력이 있는 사람을 덮치는 것"이라는 '강간 신화'에서 근거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우치야마의 논문 중에는 강간 대상자를 선정한 이유에 대한 항목이 있다. 복수 응답이었는데, 성인인 가해자가 성인인 피해자를 선택한 이유의 1위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 같아서(44%)"였습니다. "예뻐서, 성적 매력이 느껴져서"는 12%에 불과했습니다. 가해자에게는 외모가 아닌 '신고하지 않을 만한 여성'인 것이 중요한 겁니다.

허핑턴포스트JP의 高畑裕太氏の報道めぐる、5つの「強姦神話」とは? 被害者支援のカウンセラーが指摘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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