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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탄핵당한 지우마 호세프와 박근혜는 딱 한 가지가 다르다

  • 박세회
  • 입력 2016.11.17 11:57
  • 수정 2016.11.17 12:09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의 행보와 탄핵 과정에서 한 말들은 여러모로 탄핵 위기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딱 한 가지만 빼고.

1.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BBC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프는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이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자를 회계 조작으로 감췄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2015년 12월 정부 회계법을 위반했다는 연방회계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원은 이를 근거로 호세프 대통령을 상대로 탄핵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2년 대통령 선거 기간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휘 아래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들이 716개의 트위터 계정으로 27만4,800건의 트윗을 날린 건 등을 증거로 선거개입이 인정되어 2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법원이 원심(서울고법)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하여, 서울고법이 공을 넘겨받은 상태다.(자료 : 한국일보)

2. 마지막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제(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렇게 밝혔다.

"어떻게 의혹만 갖고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할 수 있느냐. 의혹만으로 하야하는 게 맞느냐"-연합뉴스(11월 16일)

지우마 호세프는 탄핵 정국 당시 이렇게 밝혔다.

"아무런 근거 없이 탄핵이 추진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나는 충분한 용기와 힘이 있으며 누구도 나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다. 내 모든 인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싸울 것이며 그들은 내 희망을 꺾지 못할 것이다"(2016.4.18, 하원 탄핵 가결 다음 날 TV 중계 연설) - 연합뉴스(9월 1일)

3. 헌법의 권리만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요구에 헌법에 적힌 권리를 들고 나왔다.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 외란죄 이외에 소추를 받지 않도록 불소추 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임기 중 수사,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 따라서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 외환 죄가 아닌 한 수사는 부적절하다."-연합뉴스(11월 15일)

청와대 측근은 연합뉴스에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박 대통령은 아마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키겠다는 입장"-청와대 측근/연합뉴스(11월 16일)

그러나 대통령에게 그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점은 강조하지 않았다.

지우마 호세프도 마찬가지로 헌법을 강조했다.

"범죄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상원이 탄핵심판 개시를 결정하고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는 헌법 훼손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사적인 과오가 될 것이다"(2016.5.12, 상원의 탄핵심판 개시 표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브라질 헌법에 정의된 대통령제하에서 명백한 위법행위를 입증하지 않은 채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쿠데타다"(2016.8.17, 상원과 국민에 보내는 편지)-연합뉴스(9월 1일)

4. 여성임을 강조했다

지우마 호세프는 자신이 탄핵당한 이유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 문화가 이번 탄핵의 강력한 요소가 됐다. 그들(탄핵 추진세력)은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을 태도로 나를 대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깊이 개탄한다. 이번 탄핵 절차는 부패 의혹에 쫓기고 복수심에 찬 힘 있는 라이벌들의 쿠데타다"(2016.4.19, 하원 탄핵안 가결 이틀 후 열린 기자회견) -연합뉴스(9월 1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연합뉴스 11월 15일)

그러나 여성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브라질의 일부 여성들은 지우마 호세프를 위해 일어섰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은 브라질의 여성 시위대가 '지우마 호세프에 대한 비난과 고발은 여성 차별에 기반을 둔다'며 들고 일어섰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녀들은 '지우마 호세프의 회계 조작이 전임 남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나던 일이었을 뿐 아니라 그녀를 고발한 정치인들 역시 비리 혐의로 조사 중'이라며 지우마에 대한 고발이 성차별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엔여성기구 역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성차별적 정치폭력'이라고 규정하며 "여성 인권의 수호자로서 유엔여성기구는 호세프 대통령을 겨냥한 성차별적 정치 폭력을 포함해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디언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프는 탄핵을 당한 후에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탄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미셰우 테메르의 뇌물 혐의를 주장하며 정계 복귀를 위해 싸우는 중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들로부터 엄청난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녀와 최순실의 비리는 여성이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여성으로서 사생활" 발언에 대한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반응(트윗)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이 발언에 몸서리를 쳤다.

대통령으로서 법을 위반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검찰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를 수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헌법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발언은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다.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지 말고, 즉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한국여성단체연합 11월 15일)

지우마 호세프를 둘러싼 의혹은 현재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가 '여성'을 들고 나왔을 때 여성들이 보인 반응은 그 둘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인 한채윤 씨는 한겨레에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변호사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여자 대통령을 공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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