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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전기사는 버스 운행 중 '급성 뇌출혈'로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승객들의 안전을 생각했다

급성 뇌출혈에도 운행 중인 버스를 갓길에 안전하게 세우고 중태에 빠진 버스 운전기사가 세상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지난 12일 오후 10시 5분께 운전기사 한원기(55)씨는 전북 전주에서 정읍으로 가는 고속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버스가 터미널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읍시 정우면의 한 도로에서 한씨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어지럼증과 복통에 말문이 열리지 않은 한씨는 뒤를 돌아보며 승객들에게 연신 '도와달라'는 손짓을 했다.

갑자기 말을 않고 손짓만 하는 운전기사를 승객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한씨는 급작스럽게 운전대를 꺾었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는 도중 운전기사가 정신을 잃는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급성 뇌출혈에 정신을 잃기 직전 한씨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안전하게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한 승객은 서둘러 119에 신고했고 7∼8분가량 지난 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이미 의식을 잃은 한씨를 구급차에 실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송된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어 전북 전주의 한 대형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다행히 한씨는 숨을 거두지 않았지만, 뇌사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거뜬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에 뇌사판정은 사망 선고와 다르지 않았다.

다급하게 병원으로 달려온 한씨의 아내와 자녀들은 지난 14일 "장례절차를 준비하라"는 담당 의사의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치료과정을 모두 지켜본 한씨의 중학교 동창생들도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한씨의 상황은 안타깝게 여긴 동창생들은 조심스럽게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물었다.

이들은 어디 하나 망가지지 않은 한씨의 장기로 많은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평소 국제구호단체에 정기후원을 할 정도로 이타심이 남달랐던 한씨의 뜻을 잇는 일이라고 믿었다.

고심한 한씨의 아내 이모(54·여)씨는 친구들의 뜻을 받아들여 남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이씨는 "남편 친구들의 제안을 받고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평소 남을 돕는 데 보람을 느꼈던 남편도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일을 원하겠다 싶어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씨의 가족들은 한씨 친구들과 기증 방식 등을 논의한 뒤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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