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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을 비난한다며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gettyimage/이매진스

박근혜 대통령'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비판한답시고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두 사람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성 전체를 일반화하는 '여혐' 발언에 대해 지적하면, '최순실 알바냐?'는 황당한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던가?

아래는 정치인들 가운데 '여혐' 발언을 한 인물들. 전문가들은 '무의식에 새겨진 여성 비하적 사고가 발언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1. 이재명 성남시장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 한 말 (출처: 미디어오늘)

"박근혜는 이미 국민이 맡긴, 무한 책임져야 될 그 권력을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에게 던져주고 말았습니다."

(이후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었다'고 트위터에서 사과)

2.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9일 KBS 라디오 공감토론에 출연해 한 말 (출처: 여성신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고 말했다."

(이후 여성신문에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했던 말'이라며 '그런 의도는 아닌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하다'고 말함)

3.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0월 25일 최순실 연설문 보도와 관련해 한 말 (출처: 경남도민일보)

"헌법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대통령 연설을 저렇게 뜯어고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느냐?"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정치인들은 문제를 지적받으면 실수였다, 우연이었다고 해명하는데 무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여성혐오와 비하는 여성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기득권 문화의 특징이자 현상”이라고 지적했다.(여성신문 11월 16일)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흐름을 보면 지금까지 남성 정치인들이 실정을 했을 때와 비판지점의 결이 다른 경우가 보인다. 예를 들어 전두환씨의 실정을 말할 때, “그 남자 때문에 나라 망쳤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혹은 ‘박정희 그 남자, 박정희 그 아저씨’ 등의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은 정치인의 기본값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남성 정치인은 정치 등 공직을 맡을 때 정치인으로서만 평가당하지만 여성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의 평가와 함께 여성으로서의 평가도 함께 받는다.(미디어오늘 11월 1일)

ㅅㅂ년이라는 표현은 여성을 씨를 받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으로 여성혐오적 표현입니다. 여자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배후세력이 강남아줌마에 무당이라서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고학력의 엘리트 남성이 똑같은 일을 했다면 괜찮은 문제인가요? 박정희 대통령을 아직도 옹호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논리가 딸이 아버지 망신시켰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애미 애비도 없는 년’ 고아에 대한 혐오적 표현입니다. ‘병신년’은 장애인과 여성을 함께 혐오하는 표현입니다. ‘시위녀’라며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에 대한 여성혐오도 있습니다. 우리가 거리에서 싸우는 것은 여성혐오가 허용되는 세상, 사회적 약자를 혐오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박근혜-최순실을 여자이기 때문에 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비판합니다. (10월 31일 알바노조 위원장의 호소문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 사진 하단에 기사 이어집니다.

어떤 기사는 제목부터 ‘강남 아줌마가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고쳤다니’로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연단에서마저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기사 댓글들은 ‘이 나라를 망치는 건 계집들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계집’으로, 최순실이라는 ‘개인’을 ‘강남 아줌마’로 치환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뿌리 깊은 여성 혐오만이 남는다. 가부장적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여성은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공격받는다.때문에 남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남성’이 아닌 ‘정치인’으로 비치는데 반해 여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정치인’이 아닌 ‘여성’의 문제로 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에도 계속해서 나오는 여성 혐오 프레임의 보도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얼마나 사소한 일로 여겨지는지를 또한 여성 혐오 콘텐츠가 가십거리로서 얼마나 잘 팔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 11월 7일)

이러한 분위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트들의 흐름도 가시화되고 있다. ‘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이하 박하여행)이 그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한, 심각한 권력남용의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태가 ‘대통령이 여성이기 때문에’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최순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을 반대합니다”라고 밝힌 박하여행은 열 명의 여성들이 모여 기획한 모임으로, 현재 1백여 명이 가입했다.

박하여행은 “박근혜 하야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집회 현장에서 ‘OO년’ 같은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석해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집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일다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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