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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는 어쩌다 식물 방송이 되었나?

  • 박세회
  • 입력 2016.11.16 11:09
  • 수정 2017.09.04 13:36

공영 방송은 왜 죽었나?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제3차 범국민행동 집회에 취재를 간 MBC와 KBS의 기자들에게 야유가 꽤 쏟아진 모양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들에겐 "너희들도 언론인이냐?", "국민들 앞에 나서지 마라", 부끄러운 줄 알아", "체면이 있어라", "이 시간 동안 니네들이 보도한 거 한 번 봐라", "KBS는 꺼져라"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방송 차량에 낙서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공영방송의 보도 부문은 JTBC나 TV조선 등이 수많은 단독과 특종을 내보내는 동안 다른 모든 방송이 접근 가능한 보도만을 전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아래는 카카오가 다음 뉴스가 분석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보도의 단독 기사 수와 관심지수 순위다.

채널A : 단독기사 176개 관심지수 330

JTBC : 단독기사 82개 관심지수 233

경향신문 : 단독기사 72 관심지수 221

한겨레 : 단독기사 54 관심지수 189

동아일보 : 단독기사 55 관심지수 152

중앙일보 : 단독기사 53 관심지수 147

국민일보 : 단독기사 54 관심지수 146

KBS : 단독기사 40개 관심지수 71

MBC : 단독기사 7 관심지수 21-더피알(11월 16일)

시민들의 분노가 이해될 만큼 처참한 성적이다. 그런데, 이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를 탓할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공영방송의 보도 부문이 식물화된 이유는 지배구조 탓이 크기 때문이다.

의회와 행정부의 주도 권력이 언론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각 방송사의 사장이 어떻게 뽑히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KBS와 MBC의 현행 지배구조

간략하게 설명하면 공영방송의 권력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나오는데, 이 방통위를 청와대와 집권 여당 성향의 인사들이 독점하는 구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통위는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대통령은 위원장을 포함해 2인을 임명한다. 여당이 1명을, 야당(교섭단체)이 나머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과적으로 정부 및 여당 3명 : 야당 2명의 구도로 위원회가 구성되는 구조다.

이 방통위가 KBS와 MBC를 좌지우지한다.

KBS 사장은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11인의 이사회에서 뽑는데, 관행상 여당 추천 이사 7인, 야당 추천 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할 때는 6명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뉴스타파에 의하면 야당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전부 반대를 해도 통과가 되는 구조다.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D 저널에 따르면 MBC 주식의 70%를 소유한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선임하고 관리·감독하는데 방문진은 이사장을 포함한 총 9인의 이사로 구성된다. 방문진은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9명 전원을 선임하며 관행상 여당 추천 이사 6명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지배구조에서 일선의 기자가 뭔가를 바꿀 수는 없다.

실제로 KBS보도개입 사건을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9월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서 "KBS는 사장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KBS 콘텐츠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편향돼 가는 문제가 있다"면서 "최소한 사장 추천 시 특별다수제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미디어오늘(11월 15일)

야 3당은 최근 KBS, MBC 등이 공영방송사로서 제대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의 법안 개정을 추진했으나 어제 새누리당이 반대 입장으로 급선회하며 법안소위에 올리지도 못하게 되었다.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여야 추천비율 7대6)으로 늘린다.

▲사장추천위원회 설치와 특별다수제(사장 임면 시 이사 2/3 이상 찬성 동의) 도입한다

▲사업자와 종사자 동수(5대 5)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의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및 비공개 사유 제한

▲이사의 임기보장 및 정치활동 금지 명문화 등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 미디어오늘(11월 15일)

그러나 이 역시 정답은 아니다. 설사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여야의 입김이 좀 더 '고르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구조일 뿐 정권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못 하게 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어쩌면 지배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공정·공영성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나치의 프로파간다 방송에 심하게 데인 역사가 있는 독일의 제2 공영방송 ZDF(Zweites Deutsches Fernsehen)이 그 좋은 예다.

2013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방송의 내용에 개입할 수 없도록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해 두었다"고 밝힌 ZDF의 지배구조는 "제도적으로 너무 복잡해서 어느 한 쪽에서 통일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렵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ZDF는 크게 세 가지 기구에 의해 운영된다. ZDF를 대표하는 총관리책임자(Intendant)와 방송위원회(Fernsehrat), 행정위원회(Verwanltungsrat)가 그것이다. 먼저 행정위원회는 14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ZDF가 위치한 라인란트팔츠 주를 포함해 모두 5명의 위원이 주정부에서 참여한다. 남은 9명 중 한 명은 중앙정부에서, 나머지 8명은 방송위원회에서 선출된다.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 등을 감독하는 방송위원회 위원은 77명에 달한다.

77명의 방송위원회 위원(무보수 명예직)들은 각계각층을 대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선 독일 16개 주정부에서 각 1명씩 임명하고, 중앙정부에서는 3명의 위원을 보낸다. 각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배분되는 12명의 위원들과, 종교계가 추천한 5명(신·구교 각 2명, 유대교1명)도 합류한다. 나머지 41명 중 16명은 각 주정부에서 추천한 교육계, 과학계, 예술계 등 각계 인사들로 채워지고, 25명은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3배수로 추천한 후보들 중에서 선출된다. -미디어오늘(2013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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