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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호랑이 등을 탄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K 스포츠, 미르 재단 모금을 직접 지시, 독려하고 또 재벌들과 독대하여 '팔을 비틀어' 출연을 압박했다는 보도들을 보면 대통령이 호랑이인 것 같다. 실제로 그럴까? 삼성은 총 수백억 원을 최순실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 관련 비용과 두 재단에 출연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주어 이재용의 세습을 지원하면서 약 8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했다. 이게 우연한 일일까?

  • 김동춘
  • 입력 2016.11.15 10:01
  • 수정 2017.11.16 14:12
ⓒ연합뉴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53)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탄 것과 같다. 달리지 않으면 먹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업무의 엄중함,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그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국민 혹은 '강력한 이익집단'이 호랑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고, 계속 기대하고 감시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국민이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막강한 조직과 돈을 동원하여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그를 움직이려는 집단이 더 무서운 호랑이가 아닐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퇴임 석상에서야 "군산복합체가 있는 한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임기 내내 자신을 괴롭힌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을 하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이 탄 호랑이는 새누리당, 국정원, 검찰, 재벌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만든 공식권력 배후의 실질권력, 그리고 그들의 사익이 온 사회와 국가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퇴임 자리에서 폭로할 정도로, 그들의 힘은 사실 대통령 위에 있었다. 대통령은 4년 만에 바뀌지만, 그들의 권력은 계속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하게 호랑이 등에서 내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게 힘들게 생겼다. 그를 태우고 달려온 호랑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잘 알고 있는 호랑이는 새누리당과 국정원, 검찰, 종편 TV다. 새누리당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대통령의 말에 전혀 토를 달지 않고 충실한 돌격대 역할을 해 주었다. 국정원은 댓글 부대를 동원해서 선거를 지원했고, 종편 TV들은 지난 대선과정이나 최근까지 내내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책을 거의 일방적으로 지지했고, 비판자들을 종북, 좌파로 맞받아쳐 주었다.

그런데 과연 이들 호랑이가 정말 대통령의 가치나 노선을 지지해서 그렇게 등 위에 태워주었을까? 그것은 지금 여러 종편의 보도나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나타날 새누리당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돌아섰다. 종편은 거의 하루 종일 박근혜 대통령을 발로 차고 비웃는다. 새누리당 일부 지도부는 탈당,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땅에 내던질 태세다. 주인의 힘이 빠진 순간 검찰은 주인에게 달려들 것이다.

그들이 주인을 배신했다고? 이익으로 뭉친 집단에게 무슨 의리와 윤리 도덕이 있을까? 더 이상 필요가 없으면 가혹하게 버리는 것이 그들의 속성 아닌가?

과연 이게 전부일까? 그들은 새끼 호랑이일지 모른다.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호랑이가 있다. 바로 재벌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K 스포츠, 미르 재단 모금을 직접 지시, 독려하고 또 재벌들과 독대하여 '팔을 비틀어' 출연을 압박했다는 보도들을 보면 대통령이 호랑이인 것 같다. 실제로 그럴까? 삼성은 총 수백억 원을 최순실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 관련 비용과 두 재단에 출연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주어 이재용의 세습을 지원하면서 약 8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했다. 이게 우연한 일일까?

국민 다수자가 호랑이 힘을 가졌다면

재벌기업들이 이 두 재단에 갹출한 액수는 7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그 돈은 과연 어디서 난 것이며, 재벌 기업들은 과연 돈을 '갹출 당한' 것일까? 그들은 이미 정권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해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철회시켰고 법인세를 낮추었다. 그래서 아마 그들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이익을 각각 얻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한 소위 노동개혁법, 서비스발전 기본법 통과 요청은 모두 그들의 오랜 '민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대통령은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대표들과 만난 적이 거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태우고 달려온 큰 호랑이 전경련과 재벌은 이미 충분히 챙겼다. 그들은 자신이 태우고 온 주인을 내던지고서 곧 다음 주자를 찾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호랑이 등을 탄 존재가 맞다. 참으로 위험하고 무서운 자리다. 문제는 누가 호랑이며, 대통령이 누구를 진정으로 자신을 태워준 호랑이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있다. 국민 다수자가 호랑이의 힘을 갖고 있다면, 다른 짐승들이 감히 그에게 달라붙어 괴롭힐 생각조차 못할 것이고, 또한 대통령도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이 글은 다산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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