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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개소리와 거짓말에 대한 학문적 고찰

  • 박세회
  • 입력 2016.11.15 09:47
  • 수정 2017.11.16 14:12

이 글은 이론적 영역에서 '개소리'라는 발화의 형태적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는 글이며 이 글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소리'는 영어의 'Bullshit'을 옮긴 것임을 밝힌다. 그런데, 갑자기 왜 개소리인가?

돌려 말하지 않겠다. 이 정부가 정말 많은 개소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개소리의 표본을 하나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끊임없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파견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견근로'라는 게 사람을 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간접 고용'이라는 사실을 기업체의 편익을 위해 '고의'로 감추고(기만) 이게 마치 청년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인 것처럼,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부정확성) 말한다. 이게 바로 개소리의 정석이다.

기만의 행위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이 세상에 너무도 만연한 나머지 세계의 축을 붕괴시키고 있는 두 가지는 '거짓말'과 '개소리'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저명한 철학 교수(지금은 은퇴 후 명예교수) 해리 G 프랭크퍼트의 명저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필로소픽)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거짓말과 개소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고찰한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거짓말과 개소리는 다르다. '거짓말'은 참이 아닌 것을 의도적,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로 그 필수 요소는 '거짓'과 '고의'다. 예를 들면 미르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대기업에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말은 거짓말이다. 압력을 넣은 문자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드러났으니 일단 진릿값이 '거짓'이고 죗값을 피하려는 동기와 의도도 있으니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진실의 빛을 비추기만 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개소리는 조금 다르다. 개소리의 구성 요소는 '기만', '고의', '부정확성'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교묘하게 개소리를 섞었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 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하며 사람을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노동법 개정과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라고 비판받는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그리고 한식 세계화 등의 소위 '국뽕 사업' 들이 마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듯이 자세하지 않은 진술로 기만했다.

개소리쟁이가 정말 위험한 이유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진리 또는 진실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는 최소한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 주머니 안에 2천 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거짓말을 하려면 최소한 '2천 원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물어봤을 때 '100만 원이 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개소리쟁이는 조금 다르다. 개소리쟁이는 '당신 주머니에 뭐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나라의 무궁한 영광과 한식 세계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실에 무관심하다'는 건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에 무관심하다. 그는 사실 청년의 일자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한식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파견법이 뭔지 파견이 뭔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입주 기업이 어떤 처지에 빠지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말은 진실에 무관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개소리에 대하여'의 저자 프랭크퍼트 교수에 따르면 가장 무서운 것은 '개소리쟁이들은 개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명성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중은 개소리에 너그럽다. 개소리는 적어도 '거짓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말해도 '거짓말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간다. 우주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을 꺼내 관찰할 수도 없으니 이건 다 사실을 확인할 바 없는 개소리다. 개소리꾼의 승승장구는 바다 건너도 마찬가지다. "나는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려. 그냥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단 말이야. 그건 자석과도 같아. 그냥 키스해 버려. 기다리지도 않아"라며 "XX를 움켜쥐고, 어떤 것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는 "나는 여성을 사랑한다"고 개소리를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거짓말쟁이가 임무를 완수하려면 자신이 하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거짓말쟁이를 공격하기는 쉽다. 사실을 밝히고 '거짓말이다'라고 손가락질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개소리는 진위의 여부를 가려내기 모호한 발언들이기 때문에 공격의 실체조차 잡기 힘들다. 프랭크퍼트는 '거짓말쟁이는 최소한 진리의 권위에 신경을 쓰지만, 개소리 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근혜의 거짓말을 잡을 것이다. 그사이 우리는 진리의 더 큰 적인 개소리를 잡아야 한다. 힌트는? 성장 동력, 한식 세계화, 무궁한 발전, 문화 융성, 한류다.

주 : '개소리에 대하여'의 역자는 'Bullshit'의 비속어 느낌을 살리기에는 '헛소리'나 '빈말'보다는 '개소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처럼 번역했다고 썼다. 본 글도 번역가의 취지를 존중해 '개소리'로 그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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