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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0월경 최순실 관련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증거인멸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 김수빈
  • 입력 2016.11.14 16:50
  • 수정 2016.11.14 16:53
ⓒJTBC

청와대가 10월 '최순실 태블릿'이 공개되기 전부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수사와 언론 대응을 포함한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고 JTBC가 14일 보도했다.

이 문건은 증거인멸을 유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다가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임을 암시하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서 등장하는 "지시사항에 대해 법적 검토해보니",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등의 표현은 이 문서의 작성을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짐작케 한다.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과 '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 두 개를 발견했다. 이 문건은 '최순실 태블릿' 보도가 나오기 일 주일 전쯤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JTBC는 전한다.

문서는 최순실 관련 혐의들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을 포함하고 있는데 재단 설립이나 대기업 모금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고 있다. 다만 기업이 따로 후원한 재단 행사비를 유용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한다.

문서는 수사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는데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유도하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JTBC는 문서의 내용에 대해 "검찰 수사실무 뿐 아니라 검찰 내부정보를 알아야 쓸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 문자 메시지와 녹음파일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경우 뭘 유심히 들여다 보는지, 거기에서 얻을 것은 어떤 정보인지가 적혀 있습니다. 각각 저장기간이 얼마나 되고, 지우면 복원이 가능한지 등의 대응 방안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중략) 이 자료에는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롯데그룹이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를 정리하며 증거를 없앴는지 등 예민한 검찰 내부정보까지 예로 들어서 작성됐습니다. (JTBC 11월 14일)

문서는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다:

문건에는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하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습니다. (중략) 이런 점을 의식해서 대통령이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외부로 내용이 공개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그런 입장을 전달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JTBC 11월 14일)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 문건이 제안하는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틀림없다. 여러분 정보보안이 이래서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서에 따라 대응했다:

문서가 작성된 지 2∼3일 뒤인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건관 관련해 구체적인 첫 공식 입장을 내놓습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지난달 20일 :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입니다.]

"최씨의 자금 유용은 문제될 수 있지만 그런 정황이 없어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 내용이 반영된 발언입니다. (JTBC 11월 14일)

작성자가 검찰의 내부 정보에 해박하다는 점과 문서의 일부 표현 등으로 미루어볼 때 박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문서의 작성 주체가 누구이며 누구의 지시를 받아 작성했는지는 향후 검찰(또는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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