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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반성과 대안

박근혜 정부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을 정치주체는 우선,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북핵문제'와 '5.24조치'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이 이 문제의 주된 당사자이긴 하지만, 대한민국만의 힘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의 대가로 얻고자 하는 것을 대한민국이 모두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11.14 11:55
  • 수정 2017.11.15 14:12
ⓒstephan/Flickr

글 | 임상순 박사(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2016년 11월 12일 분노한 100만 시민이 아고라에 모여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민중(demos)의 지배(kratos)를 의미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고향인 고대 그리스에서, 민중은 아고라(Agora)라는 집결지(Gathering Place)에 모여서 자신들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시했다. 로크(John Locke)는 아고라에 모인 민중들이 국가권력을 소환, 면직하거나 변경시킬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이 자기보존을 위해 자연상태에서 가졌던 권리를 자기 의지에 의해 국가권력에 위임하게 되는데, 이러한 위임을 받은 국가권력과 민중 사이에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면, 그 권력의 원래 주인인 민중이 국가권력을 향해 그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2016년 11월 12일 아고라에 모인 100만 시민의 요구는 정당하다.

2016년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마치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서로 별개의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국가는 정부의 연속성에 의해서 그 존재의 지속성을 확보한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이 종료되는 그 시점에 다른 권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그 새로운 권력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국가 아젠다 중 하나가 바로 대북정책, 통일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통일정책의 반성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핵심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다 체계화하여 북한에 제시한 것이 '드라스덴 선언'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마디로,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점진적으로 축적'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자신이 계승한 이전 정부들과 북한 당국이 체결한 '6.15공동선언', '10.4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에는 자신의 임기 때 북한과 체결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 즉,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드라스덴 선언'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전략적 사고능력을 갖추지 못한 '비선 실세 최순실'에 의해서, 이 선언의 핵심적인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북한이라는 상대방이 있는 양자게임 정책이다. 남쪽이 아무리 훌륭하고 멋진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려고 해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고 만다. 그렇다면,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김정은의 신년사와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그리고, 북한 정부의 공식성명을 통해서 북한의 요구사항 3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남북합의가 부정당하거나 그 이행이 중단된다면, 앞으로 남북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협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입장이다. 둘째, 남북한의 어느 한 체제로 한반도를 통일하고자 하는 '제도통일' '흡수통일' 주장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신에 '연합연방제' 즉,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정부와 북한의 사회주의 정부가 각각 군사통제권과 외교권을 가진 상태에서 하나의 느슨한 연방제 국가를 먼저 설립하자고 주장한다. 셋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같이 남북이 모두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협력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가자고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을 정치주체는 우선,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북핵문제'와 '5.24조치'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이 이 문제의 주된 당사자이긴 하지만, 대한민국만의 힘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의 대가로 얻고자 하는 것을 대한민국이 모두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중국과 협력하여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갖고, '5.24조치'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받아야 한다. 2015년 8월 25일,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남북합의문'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남북한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핵문제'와 '5.24조치'를 극복한 후, 6.15공동선언과 10.4합의를 바탕으로 남북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글 | 임상순

동국대학교에서 북한정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호주로 유학을 가서 국제정치와 인권을 공부했다. 현재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며, 동국대학교 등에서 북한의 대외관계, 북한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The Engagement of United Nations Human Rights Regime and the Response of North Korea」,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전략과 북한의 대응전략」 등이 있고, 저서로, 『오래된 미래? 1970년대 북한의 재조명』(공저), 『국제정치에서 전쟁과 변화』(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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