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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 3가지

지난 9일, 우리는 의외의(사실 충격적인) 소식을 하나 접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뉴스 말이다. 유수 언론사의 여론조사 기반의 선거 결과 예측 대부분을 뒤집은 엄청난 결과였다. 그런데 비록 트럼프가 '당선된다'는 사실을 단언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당선에 33.1%란 높은 확률을 걸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정치 예측 전문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 운영자 네이트 실버다. 사실 이 사람은 이미 2008년 대선에서 미국의 50개 주 중 49개의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유명세를 탔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그나마 가까이 다가갔던 그의 방법론을 책 '신호와 소음'을 통해 알아보았다.

1.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를 믿어라.

"...여우는 때로 방송, 사업, 정치처럼 즉각적이고 단호한 순발력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여우는 세상의 많은 것들은 예측하기 어려우며 또한 이런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하지만 여우는 훨씬 나은 예측을 한다. 자료가 소음에 얼마나 물들어 있는지 빠르게 간파하며 가짜 신호를 좇는 일도 적다. 여우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슴도치보다 훨씬 많이 안다." (책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저)

네이트 실버는 방송에 자주 나와 수많은 예측을 하면서도 '동전 던지기'만큼의 적중확률을 보이는 전문가들을 향해 '고슴도치들'이란 별명을 붙인다. 이런 전문가들은 자신이 아는 분야에 한정해서 좁게 생각하고, 한 두 가지 이론에 집중해서 그걸로 모든 걸 분석하려고 하며, 단호한 선언을 통해 주목 받기를 즐긴다. 반면 여우형은 이론보단 사례 중심으로 생각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넓은 정보를 모아 통합하며, 단언보다는 확률을 중심으로 반대 가능성도 함께 제공하는 조심성을 가진다. 실질적으로 더 좋은 예측을 하는 쪽은 여우형이지만, 방송에서 주목 받기 좋은 쪽은 고슴도치 형이기 때문에 이런 여우형이 우리 눈에 띄지 않곤 한다. 실제 우리는 이쪽 저쪽의 가능성을 동시에 말하는 사람에 대해 '빠져나가려고 단서를 붙인다'고 의심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을 오히려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 날마다 새로운 예측을 하라.

"잘못된 발상이 또 하나 있다. 정확한 예측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발상이다. 물론 예측이 날마다 이쪽저쪽으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면 좋지 않은 징조임이 분명하다...하지만...결국, 예측가로서 올바른 태도는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측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책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저)

네이트 실버가 반복해서 말하는 주장 중 하나는 '예측과 그 확률은 관측한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들은 보통 구세주를 예언한 선지자처럼 오래 전부터 한 가지 예측을 일관성 있게 해온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실제 그런 예측은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하며, '당연히' 그 미래가 가까운 시점으로 다가올수록 처음의 예측은 바뀔 수 있다. 중간에 말을 바꾸는 사람의 실력을 의심하기보단, 바꾼 근거가 무엇인지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3. 집단 지성을 활용하라.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집단적 예측이 개인이 혼자 하는 예측보다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대단히 많다. 집단 예측이 개인 예측보다 보통 10-25퍼센트 정확하다. 그렇다고 집단 예측이 언제나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에 여러 개 관점을 적용해서 더 나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책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저)

전문가들의 경우(특히 고슴도치형) '선지자'의 환상에 빠지기 쉽다. 모두와는 다른 예측을 대담하게 해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사지만, 결국 그 예측이 옳았음이 드러나는 상황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 가지 의견을 고수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종합했을 때 적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다만, 책에는 흥미로운 단서가 달려있다.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모으는 행동은 중요하지만, 고슴도치형 인간이 똑같은 행위를 할 경우 오히려 예측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주장에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은 여러 정보를 취합할수록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의 처음 생각을 뒷받침해 줄 만한 유리한 정보들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기에 오히려 처음의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베이즈 이론 등등의 기법들이 책에 등장하지만, 사실 예측에 있어 중요한 건 도구만이 아닌 "나는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겸허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트럼프가 되지 않을 것이다.'란 예측이 아닌 '트럼프만은 안 돼!'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한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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