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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회고록] 15. MB정부 인사실패의 교훈

보통 일류는 공통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인사 문제로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그러지 않는다. 반면 삼류는 자기가 삼류인지 알기 때문에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뇌물도 갖다 바치고, 아부도 하고 그런다. 그러다 보면 대개 인사에서 삼류가 등용되기 쉽다. 그러다 결국 조직 전체가 다 삼류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MB의 정부 인사의 컨셉은 MB가 한 번이라도 겪었고, 또 MB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야 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을 쓴 경우는 대개 주변 친인척이나 지기 등이 추천한 경우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이도 저도 관계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해도 못 쓴다.

  • 정두언
  • 입력 2016.11.11 11:39
  • 수정 2017.11.12 14:12

서울시 정무부시장, 3선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정두언 전 의원의 회고록 [최고의 정치, 최악의 정치 - 정권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를 연재합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정 전 의원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 파동

MB정권의 첫 번째 인사에 영향을 미친 키맨은 류우익과 박영준이었다. 물론 이들 뒤에는 이상득, 최시중, 이재오 등이 있었다. 애초에 내가 걱정했던 대로 청와대와 내각 인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결과, 인선 발표가 나자마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부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인사 파동이 벌어졌다. 인사 작업을 준비하다가 도중에 그만둔 나는 이후 인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기자들은 이런 내막도 모르고 우리 집 앞에 찾아와 뻗치기를 하면서 '인사 실세는 정두언'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반면 MB는 첫 청와대 수석들을 임명하며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불과 얼마 뒤에 닥쳐올 인사 참사를 내다보지 못한 발언이었다. 2008년 2월10일 통신사 <뉴시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다음은 수석 임명 배경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수석 인사를 하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겠다"고 말해왔는데 오늘 결과를 보니 학자 출신이 많다. 수석 인선의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라는 것은 각자 견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그 기준에 맞다고 생각해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조금 부족한 게 있더라도 '두잉 베스트(Doing Best)'하면 된다"

MB의 인사에 대해 적재적소에 맞는 유능한 사람을 쓴 것이 아니라 자기 말을 충실히 잘 듣는 사람을 썼다는 비판이 높았다. 이것은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특징이다. '내가 다 할 테니 너희들은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서부터 모든 인사가 잘못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을 써야 하니 모르는 사람은 절대 안 쓴다. 모르는 사람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MB는 쉽게 말해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 목소리, 소신을 가지고 자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사람은 일단 쓰지 않는다. 내가 MB의 인사를 보면서 이렇게 하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바로 거기였다. 자기 목소리로, 소신 있게 일할 사람은 완전히 배제하고, 목소리 못 내고 소신 없이 하라는 대로 할 사람을 계속 임명하는 것을 보고 큰일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인사로는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자신이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욕이며, 오만하고 독재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한 권한을 다 행사하는가? 행사하지도 못한다. 결과적으로 책임만 지게 된다. 내용도 모르는데 어떻게 권한을 행사하는가. 처음부터 무리한 접근이다. 대통령은 각 부처의 업무에 따라 능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해서 그 사람이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권한이다. 너는 내가 임명한 사람이니 네 권한이 다 내 것이고, 결국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것은 애초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시도하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지도자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책임지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소신껏 일해라. 내가 책임진다. 어려운 것 있으면 나에게 얘기해라.' 이것이 보스의 자세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책임을 안 지려고 한다. 권한은 행사하지 못하게 하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을 장관에게 돌린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해경에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해 버렸다. 이런 식이면 검찰, 경찰이 잘못하면 다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나경원 보궐선거 캠프의 예

2014년 7월 30일 재보선에서 당선한 나경원 의원 캠프의 사례를 살펴보자. 캠프는 20여 일 운영됐지만 모두 기분 좋게, 재미있게 일했다. 내부에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보통 선거캠프는 다국적군이 와서 일하다 보니 항상 내부에서 싸우다 끝난다. 당시 캠프요원들이 해단식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다들 신기해했으며, 이구동성으로 과거 서울시장 캠프보다 훨씬 훌륭하고 유능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동의했다.

당시 내가 나경원 캠프의 좌장이었다. 나는 첫날 캠프를 꾸리고 각자 역할을 분담한 후 이튿날부터 '내 역할은 끝났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다 해라. 대신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문자나 전화로 얘기해라' 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그 이후 내 핸드폰에는 문자들이 쏟아졌다. 나는 웬만하면 계속 '좋아요'를 눌렀다. 실무자들이 문자를 보내는 이유는 '제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혹시 잘못되면 책임 좀 져 달라'는 의미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실무자들은 신이 나서 일했다. 만약 내가 사무실에 차고앉아서 결재받기 시작하면 매사 결재하느라 속도가 느려지고, 누군가 나를 독점하려고 하면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캠프에 자주 나타나지도 않았고, 가끔 나타나면 대강의 흐름만을 정리해주고 자리를 떴다. 캠프에 갈 때는 권위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청바지에 티를 입고 갔다. 리더가 자신이 다 결재를 하겠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가? 밑에서는 책임질 일이 생기면 무조건 다 결정을 위로 미룬다. 그러다 보면 병목 현상이 일어나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권한도 안 주는데 누가 책임지고 일하려고 하겠나.

청와대의 각 부처 인사 개입은 위헌

장관도 각 부처에 돌아가서 보스가 되어 책임을 져주고 밑의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장관 자체가 권한이 없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와 관련해 나는 청와대의 정부 인사 개입은 위헌제청 소송의 대상이라고 본다. 정부조직법에는 장관의 권한이 정해져 있다. 장관의 권한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인사권이다. 그것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권한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권력의 뿌리로 돌아가 보자.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그냥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서 위임한다. 장관의 권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법에 대통령의 권한이 있고 장관의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라고 장관의 권한을 함부로 침해할 수 있는가. 물론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그렇지만 그야말로 최종 승인이고 실제로 그 사람을 발탁하고 심사해서 결정해서 올리는 것은 장관이다. 이것이 실질적인 인사권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이래 지금까지 그것을 청와대에서 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자체가 위헌적인 기구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제 보직인사는 장관이 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는 아직 승진 인사는 장관이 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런 코미디 같은 발표가 공식적으로 나오는데,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문제를 모르기 때문이다.

인사비서관은 노무현 정권 때 처음 생겼다. 그 전에는 청와대에 그런 기능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사회에서 소외돼있던 세력을 대거 주류 사회의 주요 자리에 포진시키자, 그러려면 장관들한테 맡겨서 언제 하냐, 청와대가 직접 챙기자고 해서 만들어진 게 인사비서관실인 것이다. 그나마 노무현 정권 때는 지역안배도 하고, 인사수석비서관에 호남 출신인 정찬용을 데려다 쓰는 등 모양새를 갖추는 시늉이라도 했다. 내가 MB 인수위 초창기 때 "인사비서관실을 두면 안 됩니다" 했더니, MB는 턱없는 소리를 왜 하느냐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정부 인사에 절대적으로 개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정권 이전에는 어떻게 했을까. 부처에서 장관들이 주요 인사를 하기 전 청와대 각 수석실과 협의를 한다. 그러나 그립은 장관이 쥐고 수석실에서 청와대 입장을 반영시킨다. 그런데 지금은 그립을 청와대가 쥐고, 거꾸로 장관이 "이것 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라는 식이다. 말이 되는가. 장관이 인사권이 없으면 부처를 장악하지 못한다. 누가 장관 말을 무게 있게 듣겠는가. 다 청와대에 줄 선다. 그러면서 장관한테 일을 잘하라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

능력보다는 충성이 우선

인사는 아는 사람을 인사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인사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나도 이제는 정부에서 장관급 정도는 알지만 차관급만 되도 잘 모른다. 물론 장관 중에서도 모르는 이도 있다.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인사를 하나. 모르는 사람은 실무자들이 인사한다. 실무자들이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다'라고 보고하면 윗사람은 그런 줄 안다. 그런데 각 부처의 그 많은 사람들에 대해 청와대 인사행정관들이 다 알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 앉아서 인사를 하려니까 결국 엉뚱한 사람, 줄 서는 사람,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임명되는 것이다. 사람들을 일류, 이류, 삼류로 나누어 보자. 보통 일류는 공통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인사 문제로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그러지 않는다. 반면 삼류는 자기가 삼류인지 알기 때문에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뇌물도 갖다 바치고, 아부도 하고 그런다. 그러다 보면 대개 인사에서 삼류가 등용되기 쉽다. 그러다 결국 조직 전체가 다 삼류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MB의 정부 인사의 컨셉은 MB가 한 번이라도 겪었고, 또 MB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야 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을 쓴 경우는 대개 주변 친인척이나 지기 등이 추천한 경우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이도 저도 관계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해도 못 쓴다. MB는 누가 자기 소신대로 스스로의 권한을 행사할까봐 의심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그룹 회장을 하는데 사장이 소신껏 자기 권한을 100% 행사하며 일하면, 회장은 할 일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사장들을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앉히는 그런 식의 개념이다.

강만수의 사례

강만수는 재경부 차관까지 하다가 외환위기 때 그만두고 야인 생활을 오래했다. 그런데 소망교회의 인연으로 이상득과 친해 MB와 연결이 된 것이다. 재경부 출신인 강만수는 당연히 재경부 장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에 대해 뿌리 깊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갖고 있는 등 시대와 맞지 않았다. 또 고집이 너무 세고 유연성이 없었다. 나는 그런 이유로 강만수는 경제수장보다는 감사원장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강만수는 청렴하고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최중경(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있는 곳에서 했다. 최중경이 강만수한테 얘기를 했는지 어느 날 강만수가 나를 찾아왔다. 강만수는 "정 의원, 나 감사원장 하기 싫어. 경제 일 좀 하게 해 줘" 라고 했다. 평소 강만수는 대선배임에도 나를 존중해 줬으며,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항상 아랫사람임에도 "나 좀 도와줘" 이런 식이었다. 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라고 소신껏 얘기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부딪히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 나는 항상 강만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MB 정권 후반부에 나는 추가 감세 철회 문제를 놓고 강만수와 각을 세웠다. 기자들이 뻥튀기해서 갈등을 부추기고 했을 때도 강만수는 내게 메일을 보내 '그래도 나는 정의원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MB에게도 항상 나를 중용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한마디로 그는 공사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2008년 3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민심악화(촛불시위 등)의 결정적 원인: 인사실패

나는 촛불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인사 문제와 관련지어 본다. 앞서 인사에 있어서 일류, 삼류를 얘기했는데, 일류는 자존심이 강해서 가만히 있고, 삼류는 자기를 내세우려고 적극적으로 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삼류가 발탁된다. 어떤 조직이든 누가 일류인지 다 알고 있으며, 누가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지 공감대가 있다. 그런데 삼류가 책임자가 되는 순간 그 조직은 '우리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줄을 대야겠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류는 조직에서 완전히 소외가 되고 장래의 희망이 없어진다. 그러다보면 그 조직이 잘못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본인에게도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일이 잘못 돌아가기 일쑤고, 조직 내에서 각종 음해와 모략 등이 횡행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조직은 멍이 든다. 그래서 인사가 중요하다.

인사가 잘못되면 조직만 멍드는 것이 아니다. 민심이 나빠지는 것은 많은 부분 인사실패에서 온다. 삼류를 등용하면 그 한 사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조직의 사기가 나빠진다. 그 사기가 조직원들의 친지나 지인들에까지 미쳐서 민심이 이반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위 사례는 대통령 주변 측근들이 청와대 인사, 부처 인사만 장악한 것이 아니라, 모든 정부 산하기관의 인사권자를 자기 사람으로 심은 다음 거의 전 기관의 인사를 장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사는 결국 이권이다. 인사를 통해 예산을 쥐고 힘을 행세하는 것이니 이권의 핵심이 인사이다. 왜 민심이 이반됐는가? 쇠고기 협상이 촉발제가 됐지만, 이미 인사 문제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MB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MB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의 원인에는 실정도 있고 사고도 있지만, 인사실패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충신은 간신에게 밀리게 되어 있다

나는 인수위 초기에 '아, 이들은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 내가 막을 재간이 없으니 같이 있다가는 나도 같이 쓸려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나왔다. 쫓겨 나왔다 해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권력을 잡아서 이권을 누리겠는 측면이고, 또 하나는 권력을 잡아서 국정을 잘 운영하고 나라를 바로잡아보겠다는 측면이다. 충신은 국정을 어떻게 잘 운영할까에 관심이 많고, 간신은 권력을 어떻게 잘 누려볼까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반드시 전자가 후자에게 밀리게 돼있다. 왜냐하면 후자는 항상 밀어내고 음해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반면 전자는 일만 하다가 당해내지 못하고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도자는 나라를 바로잡겠다는 부류의 사람들을 애써 등용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것을 세종대왕이 잘 보여줬다. 집현전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MB는 그러지 못했다.

덧붙이자면 MB는 초기 인사에서 지역안배도 하지 않았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한다면서 지역 안배를 무시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보면 호남이나 충청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언론에서 지역안배가 부족하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호남이라고 해 본적이 없는 유인촌을 호남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인사 때 지역 안배를 하는 게 정치다. 얼마나 민심에 끼치는 영향이 큰가. 충청도가 번번이 돌아서는 데는 인사가 큰 요인이다. 대통령이 정치적인 판단과 고려를 하지 않으면 바로 민심의 반발을 산다. 심지어 군사독재 시절에도 총리는 반드시 호남 사람을 임명하는 등 지역안배를 했다. 그때는 정통성이 없어서 더 안배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MB정권은 너무 오만했다. 나중에 촛불이 시작되고 나서야 지역안배를 하기 시작한다.

[국민일보] 2008년 2월10일자 사설

靑 수석비서관 人選 이해는 하지만

새 정부 초대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이 짜였다. MB의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대변인을 포함해 8명의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 후보에 이은 이번 인사 역시 실용을 중시하는 당선인의 철학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 당선인은 "저와 함께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 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 내각에 비해 비교적 젊은 층을 선택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인사가 청와대보다는 여의도행을 선호하는 바람에 인선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번 인사가 당선인이 생각했던 최상의 인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는 무엇보다 지역 안배를 소홀히 한 것이 아쉽다. 출신 지역별로 서울 4명, 경남 2명, 대구, 경북 각 1명이다. 아무리 능력 위주의 실용인사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지역 편중 현상은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교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그렇다. 8명 가운데 6명이 교수이거나 교수 출신이다. 이들은 정치인이나 관료에 비해 실무 및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들을 대거 기용한 것은 새 정부 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데 대한 보은 성격이 짙다.

일 잘하면 그만이지, 출신 지역이나 과거 경력을 따지지 않겠다는 당선인의 인사 방향은 옳다. 그렇다고 모든 인사를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영남 출신에 교수 아니면 새 정부에서 출세 못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편중 인사가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사에 있어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하나 그 못지 않게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있다. 역대 정권이 능력 위주 인사를 할 줄 몰라서 지역 및 출신학교 안배에 그토록 신경을 썼겠는가.

우리의 정치현실상 편중 인사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자극하는 촉매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할 줄 아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곧 있을 조각에서는 지역과 경력에 대한 보다 깊은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

연재를 시작하며 | 벌거숭이 임금님의 나라에서

1. 위기의 시절을 보내던 MB는 어떻게 서울시장이 되었나

2.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 청계천 복원에 협조하게 되었나

3. '좌파정책'인 대중교통개혁의 성공

4. MB 캠프의 태동

5. 안국포럼과 경선캠프의 실상

6.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 "이런 사람은 안 된다" 기자회견

7. 대선승부의 최대 걸림돌 'BBK 사건'

8. 왜 모든 정권은 비슷한 몰락 과정을 거치는가

9. 대선캠프의 변질

10. 백해무익한 정권 인수위

11. 인수위 시절의 어두운 비화들

12. 남북관계를 절단 낸 비밀 접촉

13. 한반도 대운하의 포기, 4대강 살리기로의 전환

14.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작업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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